被俘

(21)毒品追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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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21) 약품 추적



정기모임 후 포인트에서 다시 전정국을 만났다. 여전히 정국이에 대해 약간 경계심이 있었지만, 서장도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 그냥 만나는 수 밖에는 없었다.



"해주야, 다시 보니까 좋다.."



포인트에서 두번째 만나는 정국은 나와의 만남이 많이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정국이와 USB를 교환한 나는 곧바로 현장을 뜨려고 했다. 하지만 전정국은 너무 반가워하면서 날 붙잡았다. 



"그래 뭐, 좋다 치자. 
 자 받았으니까, 나는 간다..?"


"잠, 잠깐만.. 이번에 참 정기모임은 다녀왔다며? 
 별일은 없었어..?

 그리고 너 왜 내가 문자 했는데 연락 안했어?"



전정국은 내가 가려고 하니까 당황스러워 하면서, 내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 흥, 내가 또 잡힐 줄 알고? 전정국이 내 손을 잡으려는 순간 쏙 손을 빼냈다.


 
"거기 보면 무슨 일 있었는 지 다 나와.. 
 보고서 읽어봐, 알았지?

 그리고 내가 먼저 연락하지 말랬지?
 혹시라도 모임 중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래...

 자 이제,  나 간다...?"



나는 냉정하게 뒤돌아서서 자전거에 올라탔다. 전정국의 시선이 여전히 나에게 머무는지 뒷통수가 왠지 따가웠다. 너에게 정주고 싶지 않은데.. 정국이 눈빛을 보면 이 아이가 하는 행동이 진심인것 같아서 마음이 자꾸 흔들린다. 


.   .   .


 
연구실에서 퇴근한 뒤에 USB을 열어보았다. 이번 오소리 모임 현장에서 수거한 약품의 성분 분석표가 나와있었다. 목록을 보는데 특수한 약물이 몇 가지 보였다.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도, 마비를 일으키는 성분도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뭐지? 이걸 섞으면 도대체 뭐가 되는 걸까...

이런 건 잘 유통되지 않는 약물이라 조금만 추적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약물 유통에 대해서는 전정국이 왠지 알아봐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한테 전정국을 붙여준 건가...?
약물에 대해서 물어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전정국에게 전화를 했다. 



[오, 이게 누구신가... 
 오늘은 우리 해주 너무 냉정해서 섭섭했다구...

 너한테 전화 오니까,  너무 좋은데?]


"아무래도 서장이 널 왜 붙여줬는지 알겠어서 연락했어."


[정말? 그 이유가 뭔데?]


"내가 약물 목록 좀 보내줄테니까 
 혹시 이 약물이 어떻게 어디로 유통되는지 좀 알아봐줘.."


[오키]



일단 조사가 필요했다. 유통이 잘 되지 않는 특수한 약물 목록을 모아서 전정국에게 보냈다. 하나씩 차근차근 해보자고...  



.   .   .



이틀 뒤 정국이가 파일을 보냈길래 저녁 때 전화를 걸었다.



[파일 확인 했어?]


"이제 막 열어보려고 하는 중이야"


[우리나라에서 그 약물을 수입하는 업체와 그 약물을 구입한 업체 목록 이야.. 근데.. 보고 놀라지마.]


"왜...?"


[가장 많은 양을 구입한 게 너네 연구소야]


"뭐..?"


[그나저나, 이거 뭐야? 어디에 쓰는 약물이야?]


"나도 잘 몰라.. 현장에서 너네가 발견한거라매.."


[그렇긴 하지. 근데 성분이 심상치 않더라고.. ]


"이런 약물은 원래 진수가 담당했었어.. 
 곽진수 알지...? 아마 너네 쪽에 있을 텐데...?"


[곽진수.. 어, 누군지 알아. 만난 적 있어 ]


"그래.. 걔가 날 이 모임에 소개한 애야.."


[아...]



수화기 속 정국이는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진수 얘기를 해서 괜히 정국이가 진수를 필요 이상으로 미워하진 않을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쩌하리.. 진수는 잡혔고, 나를 이 혼란에 끌어들인 장본인이었다. 



"조사하는데 너무 사심 쓰지말고, 이만 끊는다.."


[어, 그래 수고해~]



전화를 끊고 마음이 복잡해져왔다... 
김남준 소장이 혹시라도... 관계가 있는 걸까..?


.   .   .


김남준 소장을 처음 만난 건 학회 강연에서였다. 당시 독의 내성에 대해 관심있던 나는 김남준이 발표한 논문들에 대해 관심 있었고, 강연이 끝나자 질문이 있다며 의도적으로 김남준 소장에게 말을 걸었었다. 

당시 김남준의 모습은 완전 나의 워너비였기에 진심으로 가까워지고 싶었다. 실험실 폭발로 한번 부상을 입었던 김남준 소장은 발걸음이 약간 불편하고 손등에는 화상 흉터인 검은 반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신체적 어려움이 전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특유의 기품이 있었다. 

김남준 소장은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으며 치분하게 관련 원서들과 논문들을 추천해주셨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설명도 덧붙여 주셨다. 그 논문 중 두어편은 내가 이미 읽어본 것들이어서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으래 소장 정도의 위치라면 설명하는 것을 귀찮아 할 수도 있었고, 몸도 불편다는 핑게로 얼른 강연장을 빠져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날 만난 김남준의 친절하고 젠틀한 설명을 들으며 나는 그에게 학자다움이 느껴졌다. 

나도 저 정도 위치에 가면 저렇게 여유있어 질까.. 

당시 나는 박사 생활과 동시에  틈틈히 시간을 쪼개서 하는 데이터 분석 알바나 논문 번역 알바 때문에 때문에 늘 정신 없고 날카로웠다. 삶에 찌들대로 찌든 나로서는 그 기품과 여유 그리고 간간히 곁들여지는 위트까지... 그런 것들이 다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이후 한동안 김남준 소장의 강연이라면 빼먹지 않고  열심히 쫒아다녔던 것 같다.



이후 박사 수료 상태에서 당차게 (실은 형편에 떠밀려서) 김남준 소장의 연구소에 입사지원을 하게 되었다. 떨어지면 어쩔수 없지만, 김남준과 가까워 지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 한 것은 사실이었다. 박사 논문 까지 모두 마치고 학위를 정당하게 딴 뒤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받을 수 있는 장학금 기한이 지나는 바람에 박사수료 상태에서 직장이 필요해졌었다. 

나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는 지도교수님은 추천서를 적어주고 지원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최종 입사 면접에서 김남준은 놀랍게도 나를 기억해주었다.



"흑해주라고 하셨나요...? 왠지 얼굴이 낯이 익네요.. 

 우리 강연장에서 만난 적 있죠...? 강연 끝나고 해주씨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김남준이 나를 아는 척 해주자 왠 쾌재인가 싶었다. 나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에 벌렁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하고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하기 위해 애썼다. 



"아, 네... 그럼요, 

 재작년 부터 소장님 강연은 거의 모두 들은 것 같습니다. 
 그때 추천해주셨던 책과 논문도 모두 읽어보았어요."


"그랬군요.. 좋습니다. 

 그런데 아직 박사 논문은 완성 전이네요...? 
 일하면서 할 수 있겠어요..?"


"네네~ 지도 교수님이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실험도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고, 

 근무하는 동안에도 착실하게 진행하겠습니다."



본인이 제시하는 책이나 논문에 대해 이미 알고 있어서 척척 대답하던 나의 모습이 그에게는 인상적이었나보다. 그렇게 5년 안에 박사논문을 완성하는 조건으로 나는 이 곳의 연구원이 되었다. 조건부 연구원인지라, 완전히 정식 연구원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요즘 가장 잘나가는 연구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논문 주제와도 너무도 잘 맞는 곳이어서, 입사가 결정되었을 때 무척이나 기뻤었다.

더구나 나의 워너비인 김남준 소장이 수장으로 계신 곳이잖아..!

입사하고 나서 자잘자잘한 알바들은 모두 정리했지만 내가 하는 일은 크게 바뀌진 않았다. 여전히 데이터 분석을 하고, 논문도 읽고, 가끔 실험도 하고... 오히려 퇴근시간이 생겨서 여유로워졌다고 해야할까.. 뭐, 돈만 받는 다면, 무엇을 하던 상관 없었지만, 어쨋건 내가 공부를 하면서 도달하고자 했던 직업을 갖게 되었으니까 좋았다. 거기에 연구소의 엄청난 입지까지 더해져서 나는 그곳에 내가 속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연구소에는 여러가지 연구실이 있었다. 약물을 대량 생산하며 실용화 시키는 곳도 있었지만, 나는 약물이 특허받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데이터들을 정리하는 연구실에 있었다.다행히 실험 설비들을 닦고 정리하는 일은 막내 연구원인 정호석이 들어오면서 내 손을 떠났다. 

으레, 이런 일들은 데드라인이 정해져있고, 시간에 쫒겨야하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김남준 소장은 우리에게 일을 빨리 마무리하라고 쪼아야하는 상황에서도 언제나 여유를 갖추고 말을 하곤 했고 그 덕분인지 연구실은 큰 스트레스 없이 돌아갔다. 나는 그런 김남준의 기품이 존경스러웠고 조금이라도 닮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정국이 보내준 데이터는 내가 그동안 닮고 싶었던 김남준의 기품을 뒤엎을 수도 있는 데이터였다. 

조금이라도 김남준 소장이 흔들리는 건 싫은데... 

분명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와 관계가 없을 것이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연구소에 들어온 재료들이 어디에 쓰였는지 팩트를 봐야한다. 나는 데이터만 믿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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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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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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