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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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돌아온 다음 날.

이한은 평소와 다르게 아침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어제 리우가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늘은 그냥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온 거야.

축구 때문도 아니고, 주장과 에이스라서도 아니었다.

그냥 자신이라서.

이한은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결국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왜?

어제 재밌었어요.

리우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나도. 다음에는 네가 가고 싶은 데 가자.

이한은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답했다.

약속이에요.

하지만 학교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운동장 근처에서 낯선 사람이 리우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고, 학교 선수들보다 체격도 좋아 보였다.

이한은 멀찍이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리우야."

"응."

"어제 이야기한 거 생각해봤어?"

"무슨 이야기?"

"우리 학교에서 너한테 주장 맡아달라고 했던 거."

이한의 발걸음이 멈췄다.

리우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한데, 나는 졸업 전까지 여기 있을 생각이야."

"아직 결정 안 했잖아."

"결정했어."

"왜? 우리 쪽으로 오면 더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는데."

"알아."

리우는 잠시 운동장을 바라봤다.

"그래도 지금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인 것 같아."

그때 이한과 눈이 마주쳤다.

리우가 살짝 놀랐다.

"이한아."

낯선 남자가 이한을 돌아봤다.

"얘가 그 에이스야?"

"응."

"생각보다 어리네."

남자가 이한에게 다가왔다.

"너 이한 맞지? 나 다른 학교 축구부인데, 우리 코치님이 너 경기 영상 보고 관심 있어 하셔."

이한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우리 학교로 오면 바로 주전으로 뛸 수 있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리우의 표정이 굳었다.

"얘한테 그런 얘기는 이미 다른 학교에서도 했어."

"알아.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선수로 데려가려는 게 아니야."

남자가 이한을 바라봤다.

"너처럼 혼자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는 흔하지 않거든."

이한은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그때 리우가 끼어들었다.

"이한아, 가자. 훈련 시작해."

"잠깐만."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왜요?"

"그냥."

"저 이야기 듣고 싶어요."

리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웃으며 명함을 이한에게 건넸다.

"생각해보고 연락 줘."

이한이 명함을 받자 리우의 시선이 그 손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선배."

"왜."

"기다려요."

"안 기다려."

리우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먼저 갈 거야."

이한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훈련 내내 리우는 이상했다.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패스를 할 때도 짧게 지시했고, 이한이 실수를 해도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결국 이한이 먼저 다가갔다.

"선배."

"왜."

"화났어요?"

"아니."

"화났는데."

"안 났어."

"그럼 왜 저한테 말 안 해요?"

리우가 공을 집어 들었다.

"훈련 중이잖아."

"평소랑 다르잖아요."

"뭐가."

"선배가 저 피하는 거."

리우의 손이 멈췄다.

잠시 후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다른 학교로 갈 수도 있다며."

"그건 어제도 이야기했잖아요."

"알아."

"그런데 왜 갑자기 그래요?"

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한이 한 걸음 다가갔다.

"선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리우가 결국 입을 열었다.

"네가 다른 학교 사람이랑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싫고, 거기 가서 다른 사람들이랑 뛰는 것도 싫고, 네가 나한테 했던 말들을 다른 선배한테 똑같이 하는 것도 싫어."

이한의 눈이 커졌다.

리우도 자신이 너무 솔직하게 말해버렸다는 걸 깨달은 듯 시선을 피했다.

"……미안."

"왜요?"

"내가 주장이라는 이유로 네 선택에 간섭하는 것 같아서."

"그게 아니잖아요."

"그럼 뭐야."

이한이 조용히 물었다.

"선배는 제가 다른 학교에 가는 게 싫은 거잖아요."

리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처럼 느껴졌다.

훈련이 끝난 뒤.

이한은 리우를 기다렸다.

평소처럼 먼저 집에 가지 않았다.

운동장을 정리하는 리우가 이한을 발견하고 말했다.

"너 아직 안 갔어?"

"기다렸어요."

"왜."

"할 말 있어서."

"무슨 말?"

이한이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그리고 리우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을게요."

리우의 표정이 굳었다.

"……그래."

"그리고 연락도 해볼게요."

"응."

리우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한이 이어서 말했다.

"대신 선배도 같이 가줘요."

"뭐?"

"그 학교 보러 갈 때요."

리우가 이한을 바라봤다.

"왜 내가?"

"혼자 가기 싫어서요."

"네가 결정하는 거잖아."

"그래도 선배가 옆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리우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이한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아직 아무것도 결정 안 했어요."

"……."

"선배가 걱정하는 것처럼 당장 여기 떠날 생각도 없고요."

리우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럼 왜 명함은 받았어?"

"확인해보고 싶어서요."

"뭘?"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고 나서도 제가 여기 있고 싶으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때는 선배가 아무 말도 안 해도 제가 여기 있을게요."

리우는 작게 웃었다.

"너 진짜 사람 마음 들었다 놨다 한다."

"왜요?"

"아까는 가는 줄 알고 기분 나빴는데, 지금은 또 안 간다니까 기분 좋아졌잖아."

"그럼 다행이네요."

"……근데 이한아."

"네."

리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진짜 네가 다른 데 가는 거 싫어."

이번에는 장난도, 주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없었다.

그냥 한 사람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이한은 한참 동안 리우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알아요."

"뭘 알아."

"선배가 왜 싫어하는지."

"……."

"저도 똑같거든요."

리우의 눈이 흔들렸다.

"똑같다는 게 무슨 뜻인데?"

이한은 대답하지 않고 먼저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몇 걸음 걷다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다음 주말에 같이 가요."

"어디?"

"그 학교."

"그래."

"그리고 끝나고 저번에 못 먹은 거 먹으러 가요."

"뭐 먹고 싶은데?"

이한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선배가 좋아하는 거요."

리우가 웃었다.

"너는?"

"저도 선배가 좋아하는 거 먹을래요."

그 말을 남기고 이한이 먼저 걸어갔다.

리우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아직 둘 사이에는 정확한 이름이 붙지 않은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제 둘은 축구가 끝난 뒤에도 서로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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