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8화

 

지역 예선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운동장 한쪽에는 대회 대진표가 붙어 있었고, 선수들은 쉬는 시간마다 그 앞에 모여 상대 팀을 확인했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교내 경기가 아니었다.

지역 내 여러 학교가 참가했고, 결승까지 올라가면 전국 대회 출전권을 두고 경쟁할 수 있었다.

그만큼 팀 분위기도 평소와 달랐다.

코치는 훈련 시작 전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 기량보다 조직력이 더 중요하다. 특히 우리 팀은 공격력이 강한 대신 수비 전환이 느린 편이니까, 한 명이라도 자기 욕심을 부리면 바로 빈틈이 생긴다."

리우가 선수들을 바라봤다.

"다들 들었지?"

"네!"

"이번에는 내가 말 많이 안 할 거야. 각자 자기 역할만 제대로 해줘."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예전 같았으면 저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은 자신 있게 움직이는 게 가장 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한은 리우가 말하는 전술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어디에서 자신이 움직여야 하는지.

언제 패스를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리우가 어디에 있을지를 먼저 확인했다.

훈련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주전 미드필더 한 명이 발목을 다쳐 훈련을 중단한 것이다.

코치는 곧바로 전술을 바꿨다.

"이한, 오늘은 네가 중앙까지 내려와."

"제가요?"

"그래. 공격만 하지 말고 중원에서 리우랑 같이 조율해."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리우가 옆에서 말했다.

"무리하지 마. 네가 전부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알아요."

"진짜?"

"네."

"요즘 말 잘 듣네."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선배가 알려줬잖아요."

"뭘?"

"혼자 잘하는 것보다 같이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리우가 잠시 이한을 바라보다 웃었다.

"그거 이제 좀 알아듣네."

"대신 하나는 아직 안 들을 거예요."

"뭔데?"

"선배가 저한테 무리하지 말라고 하는 거."

"그건 왜."

"선배도 무리하잖아요."

리우가 피식 웃었다.

"내가 주장이라서 그래."

"저도 이제 팀원이니까요."

그 말에 리우의 표정이 잠시 달라졌다.

예전의 이한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

연습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는 같은 지역에서 꽤 강하다고 평가받는 학교였다.

초반에는 팽팽했다.

이한은 중앙에서 공을 받으며 계속 주변을 살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돌파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앞쪽에서 리우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이한은 순간적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리우!"

리우가 받아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다시 이한에게 패스.

이한은 수비 두 명 사이를 빠져나가 슈팅했다.

골이었다.

"나이스!"

팀원들이 달려왔다.

리우가 가장 먼저 이한의 어깨를 잡았다.

"좋았다."

"이번에는 패스했죠?"

"응."

"제가 잘했죠?"

"엄청 잘했어."

이한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그럼 됐네요."

리우도 웃었다.

그 순간 코치가 크게 외쳤다.

"좋아! 방금 그 플레이 대회에서도 그대로 가져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둘만 알아들을 수 있는 신호가 오간 것 같았다.

하지만 연습 경기가 끝나기 직전.

상대 팀 선수가 거칠게 태클을 들어왔다.

이한이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졌다.

"이한!"

리우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

"괜찮아?"

"괜찮아요."

"어디 봐."

"진짜 괜찮아요."

리우가 이한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는 순간, 이한이 얼굴을 찡그렸다.

리우의 표정이 굳었다.

"안 괜찮잖아."

"조금 아픈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빠져."

"싫어요."

"이한."

"대회 일주일밖에 안 남았잖아요."

리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래서 더 빠져야 해. 지금 무리하다가 대회 못 뛰는 게 더 큰 문제야."

"저는 뛸 수 있어요."

"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왜요?"

"네 몸이니까."

리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다치면 나도 힘들어."

이한은 순간 말을 멈췄다.

리우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시선을 피했다.

"……일단 치료부터 받아."

이한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이 끝난 뒤.

이한은 운동장 벤치에 앉아 발목에 얼음팩을 올리고 있었다.

다친 정도는 크지 않았다.

조금 삔 것뿐이었다.

그런데 리우가 계속 신경 쓰였다.

잠시 후 리우가 음료수를 들고 다가왔다.

"마셔."

"감사합니다."

리우가 옆에 앉았다.

한동안 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다 이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

"응."

"저 대회에서 꼭 이기고 싶어요."

"나도."

"아니."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그냥 이기고 싶은 게 아니에요."

리우가 고개를 돌렸다.

"그럼?"

"선배랑 같이 이기고 싶어요."

리우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이한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제가 제일 잘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제가 골 넣고, 제가 경기 바꾸고, 제가 잘하면 팀도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이한이 얼음팩을 내려다봤다.

"제가 아무리 잘해도 선배가 없으면 이상할 것 같아요."

리우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웃으며 이한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었다.

"너 많이 컸다."

"머리 만지지 마세요."

"왜."

"……이상하게 긴장돼서."

리우의 손이 멈췄다.

"나도 그래."

"뭐가요?"

"네가 그런 말 하면 나도 긴장된다고."

이한이 고개를 들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누구도 먼저 피하지 않았다.

대회 전날.

마지막 전술 훈련이 끝난 뒤, 리우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내일 첫 경기 쉽지 않을 거야. 상대가 우리보다 체격도 좋고, 수비도 강해."

잠시 선수들을 바라본 뒤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준비한 대로만 하면 돼."

이한은 조용히 리우를 바라봤다.

리우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리고 혹시 경기 중에 내가 실수하면."

선수들이 웃었다.

"주장이 실수도 하냐?"

리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인데 하겠지."

그때 이한이 말했다.

"제가 커버할게요."

리우가 이한을 바라봤다.

"뭐?"

"선배가 실수하면 제가 막을게요."

"너나 잘해."

"저 잘하잖아요."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긴 해."

팀원들이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

"둘이 진짜 잘 맞네."

"요즘 거의 한 몸 아니냐?"

이한과 리우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둘 다 아무 말 없이 웃었다.

다음 날.

대회 당일 아침.

학교 운동장에 모인 선수들 사이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버스를 타기 직전, 이한은 리우를 불렀다.

"선배."

"응?"

"어제 했던 말 기억하죠?"

"뭐."

"이번에는 같이 이기자는 거."

리우가 웃었다.

"기억하지."

이한이 손을 내밀었다.

"약속."

리우는 잠시 그 손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을 겹쳤다.

"약속."

두 사람의 손이 맞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서 버스 출발을 알리는 코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빨리 타!"

리우가 먼저 손을 놓았다.

"가자."

이한이 뒤따라 걸었다.

그런데 버스에 올라타기 직전, 리우가 뒤돌아봤다.

"이한."

"네."

"오늘은 내가 네 뒤 봐줄게."

이한이 웃었다.

"그럼 저는 선배 앞 봐줄게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 함께 버스에 올랐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는 지금까지와 달랐다.

이제 이한에게 리우는 단순히 함께 뛰는 주장이 아니었다.

반드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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