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03

이한이 준 옷을 입고 귀가한 서재희는 옷을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고 받은 옷은 곱게 개어놓는다.

서재희: "김가 동현...."

재희는 옷고름을 연신 매만지며 아까 그 때를 떠올린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중얼거린다.

서재희: "....나도 참 뭐하는거람."
•
•
•
•
(이한의 집)

이한: "....사탕...잘 먹지 않는데..."

이한은 자기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여자라면 언제나 피해다니기 바빴던 자신이 처음 본 여인을 집에 데려와 옷을 주고, 잘 먹지도 않는 달디 단 사탕을 받아서 먹지를 않나, 심지어 그 여인을 아직도 생각하고 있었으니 당황스러웠다.

이한: "...내가 단 것을 좋아했던가."

자신의 취향까지 바꿔버릴 여인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도 첫만남에 말이다.

이한: "...서가 재희라 하였지....
**내일 찾아가 봐야겠군.**"

순간, 이한은 자신이 한 생각에 스스로 놀란다.
직접 여인을 찾아간다?
이건 이한의 삶에 단 한 번도 있었던 적이 없던 큰 변수였다.
그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중얼거린다.

이한: "....누이의 옷을 돌려 받으러 가는 것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하지만 스스로 알고 있었다. 
이건 얄팍한 변명에 불가하다는 것을.
그저 그녀를 보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는 것을.
•
•
•
•
(다음 날)

이한의 눈이 저절로 떠졌다. 
원래라면 쉬는 날이라 10시까지 푹 잤을텐데 7시 30분도 되지 않아 잠에서 완전히 깨버린다.
이한은 헛웃음만 나온다.

이한: ".....하...진짜.."

자주 입지 않는 깔끔한 서양 정장을 꺼내 입는다.
가는 길에 꽃도 한 송이 산다.
너무 큰 꽃다발은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이한: "....너무 과도하게 행동하나."

하지만 꽃은 이미 샀고 발은 서재희의 집으로 꾸준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중간에 전차를 타고 서재희 집 앞에 도착한다.
그 때,

서씨 댁 하인: "아이고, 아가씨!"

문으루벌컥 열고 나온 작은 여인이 이한의 가슴에 콩 부딛힌다.
서재희였다.

서재희: "으앗..! 죄송합니ㄷ..어...?? 동현 도련님...??"

이한은 머리를 쓸어넘긴다.
작고 동그란 머리가 바로 눈 앞에 있었다.
귀가 붉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한: '...내가 진짜 미친건가.'

이한은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꺼낸다.

이한: "어제 잘 귀가 하셨는지도 좀 걱정이 되었고, 누이의 옷도 돌려받으려고 왔습니다."

서재희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서재희: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서재희는 방에서 부시럭부시럭 소리를 내다가 옷과 함께 무언가를 들고 나온다.

서재희: "이건 옷이고...이건 가배입니다."

서재희가 옷과 함께 작은 유리병을 내민다.
곱게 갈린 가배 가루가 가득 들어있었다.

서재희: "어제 저와 부딛혀 가배를 쏟으셨어서 드리고 싶었습니다. 선물으루받았는게 저는 가배를 잘 마시지 못하여서...맛있게 드시는 동현 도련님이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한은 옷과 유리병을 조심스럽게 받아든다.

이한: "고맙습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서재희가 말간 웃음을 지어보이자 이한의 입꼬리도 부드럽게 올라간다.
그 때, 이한이 손에 있던 것을 내민다.
아까 산 꽃이었다.

이한: "아까 길에서 한 송이씩 파는 것을 봤습니다. 그대와 잘 어울리는 꽃인 듯 해서."

이한이 내민 꽃은 노란 수선화였다.
이한이 빌려준 누이의 저고리와 비슷한 색이었다.
서재희가 환하게 웃으며 꽃을 조심스럽게 받아든다.

서재희: "와...정말 예쁘게 피었네요. 감사합니다. 꽃병에 잘 꽃아두어야 겠어요."
•
•
•
•
(전차 안)

이한은 전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한참 동안 유리병을 보던 이한은 이내 자신이 웃고 있단 사실을 발견했다.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이한은 당황했다.

이한: '....내가...웃었나..??'

이한은 결국 자신의 마음에 도달했다.

이한: '...서가 재희를..연모...하는구나.'

이한은 스스로 자신이 도달한 결론에 놀랐다.
이한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여인에게 연모라는 마음은 커녕 정을 둔 적도 없었는데, 고작 두 번 만난 여인을 연모하게 되다니.
이한은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정이 아니라, 그저 호감이 아니라, 연모라고.

이한: '...연모...'

이한은 그 말을 입 안에서 굴리며 유리병을 한 손으로 소중하게 감싼다.

金桐儇粉絲常讀作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