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 단편 모음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꽃

정화랑
2026.08.21瀏覽數 5
하지만 막상 입을 열려니 자꾸만 망설여졌다..
지석이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그저 행복한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녀석이 하는 짓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사랑스러웠다. 얼굴 여기저기에 마구 입을 맞추고, 잠든 모습을 품에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내 가슴속에서 일렁이는 이 뜨거운 불꽃을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마음을 대체 어떻게 전해야 할까.
지석이는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면 나 오늘 좀 잘생겼나?" 녀석이 툭 던진 말에 매번 가슴이 쿵 내려앉아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땅바닥을 발끝으로 툭툭 두 번 차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석이가 타고 있는 그네 앞으로 성큼 걸어갔다.
이제 정말 진심을 털어놓으려 입을 떼는 순간, 차가운 물방울 하나가 코끝에 툭 떨어졌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방금 전까지 푸르던 하늘 위로 갑작스러운 여름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석이는 소리 내어 웃더니 다 먹은 아이스크림 껍질을 근처 쓰레기통에 잽싸게 던져 넣었다. 이내 흙바닥으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지석이가 비를 피하자고 말하기 전에, 나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녀석을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긴장감은 어느새 싱그러운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나랑 춤출래?" 나는 그네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며 말했다.
지석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그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끌었다. 당연히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녀석은 어린아이처럼 킥킥거리며 나를 붙잡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빗줄기 사이로 번지는 지석이의 웃음과 미소는 그야말로 먹구름을 뚫고 내리쬐는 햇살 같았다.
"지석아." 내가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웅?" 지석이가 춤을 멈추고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입술이 먼저 녀석의 입술 위로 날아가 맞닿았다.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고,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횡설수설 사과를 쏟아냈다.
"누나." 지석이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슬며시 녀석을 쳐다보았다.
지석이는 커다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다정하게 감싸 안더니, 다시 한번 내 입술을 머금었다. 가벼우면서도 애틋한 감정이 밀도 높게 밀려드는 입맞춤이었다.
"나도 오랫동안 누나 좋아했어. 먼저 선 넘어와 줘서 고마워. 난 언제쯤 고백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네." 지석이가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내 이마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녀석이 마침내 입술을 뗐을 때, 그의 엄지손가락이 내 속눈썹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빗방울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나는 숨이 가빠왔고, 심장은 폭풍우와는 상관없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지석이는 눈가를 찡긋거리며 예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녀석의 얼굴 역시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갑자기 더 강한 바람이 불어오며 빗줄기가 우리를 거세게 때렸고, 우리는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빨리 들어가자." 지석이가 웃으며 내 손을 꼭 쥐고는 자신의 아파트 건물을 향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젖은 몸을 닦아내고 여벌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녀석의 맨투맨과 반바지를 입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생각보다 몸에 포근하게 잘 맞았다. 이내 편안한 트레이닝바지만 걸친 채 맨몸으로 따뜻한 차 두 잔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는 지석이의 모습에, 내 가슴속 불꽃이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용히 차를 마시며 서로를 마주 보고 미소를 지었고, 테이블 밑으로 슬쩍슬쩍 손을 맞잡았다. 차를 다 마시자 지석이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컵을 침대 옆 협탁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나를 품에 꼭 안고 침대 위로 풀썩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주었다.
"비 그칠 때까지 잠시 자자." 지석이가 내 정수리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웅얼거렸다.
그가 매일 나를 이렇게 사랑해 준다면, 내 가슴속에 피어오른 이 불꽃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