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나, 우리 얘기 좀 할래요?
━ 어? 그래.

정국이는 먼저 앞장서서 밖으로 나오고 흔들 그네로 왔다. 나는 이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흔들 그네치고는 굉장히 예뻤다.

━ 헐 너무 예쁜데···.
━ 못 봤을 거 같아서 여기로 온 거예요.
━ 그런데 진짜 예쁘다.

━ 그러네요, 진짜··· 예쁘네요.
그러면서 정국이는 나를 쳐다보았다. 오늘 정말 여러 번 당황하는 일만 닥치는 것 같다. 연애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설레고 당황하고 이런 건 가만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정말 그러니 더욱 설레고 당황했다.
━ 아, 뭐야···. 엄마야!
━ 어! 다칠 뻔했잖아요!
━ 아···. 고마워. 이 흔들 그네가 예쁜데 좀 위험하네?
━ 혹시 처음 앉아봐요?
━ 어? 어···. 이게 많이 흔들릴 지 몰랐네.
━ 흔들 그네인데 당연히 많이 흔들리죠, 누나.
━ 사람 민망하게 하지 말고, 그래서 할 말이 뭔데?
━ 내가 ‘여주야.’ 이러면 싫어요?
━ 어···?
━ 누나라고 하면 내가 너무 어린 것 같잖아. 난 어려 보이는 거 싫어요. 누나만 괜찮다면 ‘여주야.’ 이러고 싶은데.
━ 난 딱히 상관없는데···.

━ 그래요, 여주야.
━ 이렇게 훅 들어온다고? 그런데 말까지 같이 놓는 거 같다?
━ 내가 반 존대에 익숙해서 가끔 반말도 섞여 나올 거예요. 반 존대 안 좋아해요?
‘반 존대? 너무 좋아하지. 반 존대가 진짜 설레거든.’
━ 안 좋아할 리가.

━ 그렇죠? 안 좋아할 리가 없다니까.
━ 능글맞기는.
━ 능글맞다뇨ㅋㅋㅋ 그럼 이제 슬슬 들어갈까요?
━ 그래.
━ 어, 잡아줄게요. 또 넘어질라.
━ 놀리냐?
━ 혹시 모르니까. 안전하게 잡아줄게요.
그러면서 정국이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덕분에 안전하게 일어났긴 했는데 지금 매우 떨린다. 그냥 한국무용 공연을 하면서 남자 손을 공식적으로 잡아는 봤어도 이렇게 남자 손을 잡아보는 건 처음이다. 그냥···. 떨렸다. 우리는 급속도로 이렇게 친해졌다.

━ 어? 여기 있었네. 호석이 형이 저녁 하자는데···.
지민이는 정국이와 내 손을 보았다. 마주 잡고 있는 손을. 우리는 그제야 손을 재빠르게 뗐다. 눈치가 굉장히 많이 보였다.
━ 그···. 나 먼저 들어갈게.
━ 아니, 정국아 먼저 들어가 있어. 우리 얘기 빨리하고 들어갈게.
━ ···응.
정국이는 내 눈을 한 번 보더니 알겠다며 먼저 들어갔다. 정국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지민이는 나에게 말을 꺼냈다.

━ 너 나 좋아해?
너무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안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럼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말해야 지민이가 원하는 대답일지. 우선 지금 상황에서는 나의 마음에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 ···안 좋아하는 건 아니지?
이것이 그 고민 끝에 나온 답변이었다.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사람들은 본인의 말에 확신을 짓지 못해 중립을 선택하고는 한다.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러하다.
━ 음··· 알겠어. 들어가자.
━ 어··· 그래.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손을 왜 잡았니, 어쩌니 할 것 같았는데 딱 내가 불편해할 말들은 하지 않았다. 지민이는 예의이며 배려이며 이미 몸에 다 배어있는 것 같다. 이러니 안 좋아할 수가 있나···.

━ 난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
━ 그래.
━ 지민 오빠! 나 이거 좀 까주라.
옷을 갈아입는다고 방으로 향하려고 하자 뒤에서 가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나오자 눈에 보이는 건 지민이와 가림이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또 한 번 한숨을 푹 쉬고는 정국이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 난 뭐 할까?
━ 어? 여주 왔어?
━ 여주?
옆에서 예리와 호석 오빠가 요리하다가 둘은 나와 정국이를 쳐다보았고, 재료를 손질하던 지민이도 바로 우리를 쳐다봤다. 가림은 관심도 없는지 뒤늦게야 쳐다보았다.
━ 아 그냥 내가 이렇게 부른다고 했어. 괜찮다고 해서.
━ 아··· 맞아.
━ 깜짝 놀랐네ㅋㅋㅋ
━ 같이 이거 볶을래?
━ 어? 응.
그러자 정국이는 내 손을 잡고 볶음 주걱을 잡았다. 한 마디로 정국이 손이 내 손을 포개고 주걱으로 재료를 볶았다.
━ 엇···.

━ 손에 힘 좀 풀고요. 왜 이렇게 긴장했어.
━ 아···. 네가 갑자기 그렇게 잡으니까 그렇지···.
━ 계속 그렇게 귀엽게 그러지 말아요. 떨린다.
네가 더 떨리겠니, 내가 더 떨리겠니. 정국이가 직진으로 다가오는 것만 빼면 정국이와 말하는 것이나 함께 있으면 재미있었다. 아직은 정국이와 같이 있으면 웃음만 나오고 행복하다.
━ 정말 진짜···.

━ 재료 준비 다 됐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