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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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푹 자고 일어난 뒤 주방으로 향했다

꼬르륵거리는 배를 쓰다듬으며
냉장고를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정확히 밥 시간만 되면 울리는 배꼽시계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텅 빈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모자를 눌러 쓰고 마트로 향했다

분명히 된장찌개 재료가 가득해야 할 카트 안은
온갖 과일과 군것질거리들로 채워졌다

신나게 계산대로 향하려다
깜빡한 된장찌개 재료를 떠올리고
다시 카트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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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하나, 두부 세 모

아침에 먹을 씨리얼과 우유도 담았다

카트에 담은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올려놓으니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계산대 쪽으로 움직였다

여러 차례 바코드를 찍던 직원은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 49,700원입니다, 적립 번호 있으세요? “

“ 010.. ”









몸통만한 봉투를 겨우 식탁에 올려놓았다

과채류는 냉장고 맨 밑 서랍 칸에,
씨리얼과 과자는 간식 바구니 안에

장 봐 온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이마 위로 뜨겁게 흐르는 땀을 닦으며
냉장고 안을 가득 채웠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져
늘어지듯 소파 위로 누웠다

오늘 안으로 밥을 먹을 수나 있을까 싶었다

눌러 쓴 모자를 바닥으로 휙 던지고 전화를 걸었다


“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


한참 신호음만을 들려주다 전화가 끊겼다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향하려 무거운 몸을 일으키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 넌 왜 전화를 안 받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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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고 있었지.. “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볼품없이 쩍쩍 갈라졌다


“ 빨리 일어나, 된찌 먹자 ”

“ 넌 무슨 아침부터 웬 찌개를 먹냐.. ”

“ 어~ 얼른 와~ ”


건조한 목소리를 가다듬을 틈조차 주지 않고
전화를 뚝 끊었다

다시 잠에 들 듯 비몽사몽한 목소리였지만
밥이라면 달려올 친구인 걸 알기에
2인분 양의 물을 올려놨다









구수한 찌개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울 때쯤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울렸다

철컥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현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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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 자식아, 자는 사람 깨워 놓고 닌 누워 있었냐? ”

“ 그냥 누워 있는 거 아니거든,
야채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거든~? “


민호는 오자마자 발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 일어나서 밥 퍼와, 게을러 터졌네 아주 “

” 뭐래~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장도 봐 왔구만 “


집 안을 가득 채운 찌개 냄새에
홀린 듯 주방으로 향한 민호는
커다란 냄비 뚜껑을 열어 보곤 곧바로 불을 껐다

그 사이 양손에 들린 뽀얀 밥을 식탁 위에 턱 놓고
수저까지 세팅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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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먹자, 나 첫 끼야 “


식탁 위에 놓인 된장찌개는
뿌연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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