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ve Herty] 尷尬遊戲

第五集:即使在遊戲之外

그날 이후로 둘 사이에는 이상한 평화가 찾아왔다. 좋아하는 사람이 너 맞아. 그 말을 들은 뒤 모든 게 확실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애매해졌다. 은호는 밤비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밤비도 은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제 뭐지. 사귀는 건가. 아니면 그냥 서로 좋아한다는 사실만 확인한 건가. 은호는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밤비를 보면 쉽게 물을 수가 없었다. 고백보다 더 쪽팔린 질문이 세상에 있을 줄은 몰랐다.

 

 

밤비도 비슷해 보였다. 연습실에서는 평소처럼 웃고 장난쳤지만, 둘만 눈이 마주치면 아주 잠깐 멈칫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치고 지나갔을 거리에서도 이제는 괜히 조심했다. 웃긴 건 멀어진 건 아닌데,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둘은 서로를 더 자주 봤고, 더 빨리 피했다. 말은 늘었는데, 정작 중요한 말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은호는 그게 답답하면서도 싫지는 않았다. 밤비가 자기 때문에 어색해하는 게 조금 얄밉고, 또 조금 좋았다.

 

 

 

 

“너희 요즘 진짜 이상해.” 하민이 결국 말했다. 숙소 거실에서였다. 은호는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뭐가.” “둘이 안 싸웠다면서 계속 눈치 보잖아.” 밤비는 주방에서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릴 뻔했다. “누가 눈치를 봐.” “둘 다.” 하민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싸운 거 아니면 뭐야? 둘이 비밀 있어?” 은호와 밤비는 동시에 서로를 봤다. 그리고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 하민은 그걸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있네. 비밀.”

 

 

은호는 괜히 크게 웃었다. “비밀은 무슨.” 밤비도 급하게 말을 보탰다. “그냥 피곤해서 그래.” “둘이 맨날 같은 대답 하는 것도 이상해.” 하민은 의심스러운 얼굴로 과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둘만 남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은호는 휴대폰 화면을 껐다 켰다. 밤비는 빈 컵을 들고도 주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건 밤비였다. “우리 티 나?” 은호는 밤비를 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네가 더 나.” “내가?” “응.” “너도 만만치 않거든.”

 

 

둘은 잠깐 서로를 보다가 웃었다. 웃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 그런데 그 웃음이 끝나자 다시 조용해졌다. 은호는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근데.” 밤비가 고개를 들었다. “응.” “우리 이거 언제까지 이럴 건데.” 밤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은호는 바로 말을 덧붙였다. “아니, 싫다는 뜻은 아니고.” “알아.” 밤비가 작게 대답했다. “나도 그 생각 했어.” “무슨 생각.”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그다음은 아무것도 안 정한 거.” 밤비는 컵을 내려놓으며 낮게 웃었다. “좀 웃기지 않아?”

 

 

은호는 웃지 못했다. 맞는 말이라서였다. 고백 비슷한 걸 했고, 서로 마음도 확인했다. 그런데 정작 둘은 아직도 게임을 핑계 삼지 않으면 솔직해지지 못했다. 은호는 밤비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럼 오늘 할까?” 밤비가 눈을 깜빡였다. “뭘.” “쪽팔려게임.” 밤비는 잠깐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 “아직도 게임으로 해야 돼?” “그러게.” 은호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근데 그냥 말하는 건 더 어렵잖아.” 밤비는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날 밤, 둘은 다시 연습실에 남았다. 처음 게임을 시작했던 그 자리였다. 불이 켜진 연습실은 익숙했지만, 오늘은 조금 달라 보였다. 은호는 거울 앞에 앉았다가 다시 몸을 돌려 밤비와 마주 앉았다. 밤비는 무릎을 세우고 앉아 소매 끝을 만지작거렸다. 예전 같으면 누가 먼저 놀리거나 장난을 쳤을 텐데, 오늘은 둘 다 조용했다. 은호가 먼저 말했다. “오늘은 규칙 바꾸자.” “어떻게.” “벌칙 없음.” 밤비가 눈썹을 올렸다. “그럼 쪽팔린 질문 나오면 어떡해.” “대답해야지.” 은호는 잠깐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오늘은 도망가기 없기.”

 

 

 

 

밤비는 은호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 너도 도망가기 없기.” “응.” “진짜?” “진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은호는 벌써부터 후회할 것 같았다. 밤비가 먼저 손을 들었다. “내가 먼저 물어볼게.”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비는 한참 동안 말을 고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나 좋아한다고 한 거, 후회 안 해?” 은호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잠깐 멈췄다. 밤비는 웃지 않았다. 장난처럼 묻는 게 아니었다. 진짜로 궁금해하는 얼굴이었다.

 

 

은호는 바로 대답했다. “안 해.” 밤비의 손끝이 멈췄다. 은호는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쪽팔리긴 한데, 후회는 안 해.” 밤비는 그제야 작게 웃었다. “다행이다.” “왜.” “나만 계속 신경 쓰는 줄 알았어.” 은호는 어이없다는 듯 밤비를 봤다. “그럴 리가 없잖아.” “네가 자꾸 아무렇지 않은 척하니까.” “너도 하잖아.” “나는 잘 못하잖아.” 은호는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맞았다. 밤비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잘 못했다. 그래서 더 티가 났고, 그래서 더 신경 쓰였다.

 

 

이번엔 은호 차례였다. 은호는 조금 망설이다가 물었다. “그럼 너는.” “응.” “우리 지금 뭐야?” 말이 나오자마자 얼굴이 뜨거워졌다. 밤비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둘 사이에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은호는 괜히 손가락으로 바닥을 긁었다. “아니, 부담 주려는 건 아니고.” “도망가기 없기라며.” 밤비가 조용히 말했다. 은호는 입을 다물었다. 밤비는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은호를 봤다. “나도 그걸 모르겠어서 계속 어색했어.” “응.” “좋아하는 건 맞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은호는 그 말이 이상하게 좋았다. 완벽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솔직했다. 밤비는 말을 이어갔다. “괜히 멀어지는 건 싫고, 그렇다고 갑자기 너무 달라지는 것도 무섭고.” “나도.” 은호가 낮게 말했다. “나도 그래.” 밤비는 은호를 바라봤다. 은호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말보다 먼저 나온 행동이었다. 밤비는 그 손을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잡았다. 이번엔 10초를 세지 않았다. 벌칙도 아니었고, 게임도 아니었다. 그냥 잡고 싶어서 잡은 손이었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침묵은 불안하지 않았다. 은호는 잡은 손에 아주 조금 힘을 주었다. 밤비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작게 말했다. “그럼 마지막 판 하자.” 은호가 밤비를 봤다. “마지막?” “응.” 밤비는 조용히 웃었다. “언제까지 게임 핑계 댈 수는 없잖아.” 은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밤비는 손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마지막 질문 하나씩만 하고, 대답하면 끝내자.” “끝내면?” “그다음부터는 게임 말고 진짜로 말하기.”

 

 

은호는 밤비를 바라봤다.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 게임이 끝난다는 말이 아쉽기도 했고, 다행이기도 했다. 처음엔 심심해서 시작한 유치한 장난이었다. 그런데 그 게임이 둘 사이에 숨겨져 있던 말을 꺼내게 만들었다. 은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밤비가 물었다. “내일?” “응. 내일.” “도망가기 없기.” “없어.” 둘은 그렇게 약속했다. 손은 여전히 잡고 있었다. 누구도 먼저 놓지 않았다.

 

 

연습실을 나설 때, 둘은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걸었다. 복도는 조용했고, 멀리서 멤버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밤비가 먼저 손을 놓았다. 은호는 괜히 아쉬운 마음을 숨기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밤비는 그런 은호를 보고 작게 웃었다. “내일 마지막 질문 생각해 와.” 은호는 밤비를 바라봤다. “너도.” “응.” 밤비는 먼저 걸어가다가 잠깐 뒤돌아봤다. “근데 은호야.” “왜.” “나 내일 진짜 안 도망갈 거야.” 은호는 그 말에 조용히 웃었다. “나도.”

 

 

게임은 이제 마지막 한 판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은호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내일의 질문은, 둘 중 누구도 장난처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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