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사연애] 귀공자

3화. 누나

짝선짝후 단톡방에 공지가 올라왔다.

 

[1차 미션]

학교 근처 카페 방문하기

함께 찍은 사진 인증하기

 

"생각보다 쉽네."

공지 확인하던 내가 중얼거리자 수진이가 피식 웃었다.

 

"너는 안 쉽지."

"왜?"

"박원빈 데리고 카페부터 가봐."

"...그건 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지난주보다 조금 편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원빈은 내가 질문을 해야 겨우 대답하는 수준이었다.

카페에서 둘이 마주 앉아 한 시간?

벌써 숨이 막혔다.

 

 

*

 

 

[원빈아!]

[이번 주에 미션 해야 하는데 금요일 어때?]

 

10분.

20분.

40분.

답장이 없었다.

'또 바쁜가?'

포기하려던 순간.

 

[네.]

 

딱 한 글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읽씹은 안 하네.'

 

 

*

 

 

금요일 오후.

학교 정문 앞에서 원빈을 만났다.

 

"안녕."

"...안녕하세요."

"오늘은 학교 앞 카페 갈 거야."

"...네."

 

둘이 나란히 걸었다.

침묵.

역시나 조용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수업 끝났어?"

"네."

"과제는?"

"...있어요."

"많아?"

"...조금."

 

또 끝.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쯤 되면 재능이다.'

학교 앞에서 제일 유명한 카페에 들어갔다.

사람이 꽤 많았다.

 

"뭐 마실래?"

"..."

 

원빈은 메뉴판만 바라봤다.

 

"먹고 싶은 거 없어?"

"..."

"원빈아?"

 

그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요."

"응?"

"카페를... 잘 안 와봐서."

"...진짜?"

끄덕.

"친구들이랑도 안 왔어?"

"...네."

"한 번도?"

"...네."

 

나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너 진짜 신기한 애다."

 

원빈은 괜히 시선을 피했다.

 

"죄송합니다."

"아니, 왜 또 사과해."

"그냥..."

"모르면 내가 추천해 줄게."

 

결국 나는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시켜줬다.

 

"이건 웬만하면 다 좋아해."

"...감사합니다."

 

음료를 받아 창가 자리에 앉았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나는 빨대를 물다가 문득 물었다.

 

"너 원래 말이 이렇게 없어?"

"..."

"아니면 나한테만 그래?"

 

원빈이 당황한 얼굴로 나를 봤다.

"...아니에요."

"그럼?"

"...원래."

"..."

"말을... 잘 못 해요."

"동기들이랑도?"

"...네."

"친구랑도?"

"...네."

"가족이랑도?"

"...그건 아니고."

"...푸흡."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원빈은 또 귀가 빨개졌다.

 

"미안."

"괜찮아요."

"그냥 너무 솔직해서."

 

그제야 조금 편해진 분위기.

나는 괜히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는 뭐 했어?"

"육상..."

"오? 잘했어?"

"...아니요."

"근데 왜 했어?"

"...친구들이 하자고 해서."

"친구 많았네?"

"...두 명."

"..."

"..."

 

나는 결국 또 웃었다.

 

"너 생각보다 웃기다."

"...제가요?"

"응."

"다들 재미없다고 하는데."

"그건 네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처음이었다.

원빈이 내 앞에서 작은 소리로 웃었다.

정말 아주 잠깐.

하지만 분명 웃었다.

 

 

*

 

 

음료를 다 마시고 나오려는데 공지가 떠올랐다.

 

"아."

"...?"

"사진."

"..."

 

원빈 표정이 굳었다.

 

"미션이잖아."

"..."

"설마 이것도 긴장돼?"

"...조금."

"조금이 아니라 엄청 같은데."

 

학교 앞 벤치에서 휴대폰을 들었다.

 

"자, 가까이 와."

 

원빈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거의 거북이 속도로 다가왔다.

 

"더."

 

또 한 걸음.

 

"야."

"...네."

"그렇게 멀면 너 얼굴 반밖에 안 나와."

"...죄송합니다."

 

결국 내가 원빈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순간 원빈 몸이 딱 굳었다.

 

"...왜."

"...아무것도."

"긴장했냐?"

"...아니요."

"귀 빨개졌는데?"

"..."

"됐다."

찰칵.

 

사진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

 

"야ㅋㅋㅋㅋ"

"...왜요."

"너 이거 범죄자 머그샷이야?"

"..."

 

사진 속 원빈은 군인처럼 차렷 자세를 하고 있었다.

표정도 무표정.

입꼬리도 하나 안 올라가 있었다.

 

"다시."

"...네."

"웃어."

"..."

"입꼬리."

"..."

"박원빈."

 

한참 고민하던 원빈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찰칵.

이번엔 훨씬 자연스러웠다.

 

"됐다!"

 

나는 만족스럽게 사진을 보여줬다.

 

"...오."

"...?"

"생각보다."

"응?"

"...잘 나왔네요."

"그치?"

 

사진을 보내주자 원빈은 바로 저장했다.

 

"벌써 저장해?"

"...네."

"마음에 들어?"

"...네."

"첫 셀카야?"

"..."

"...네."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진짜?"

"처음이에요."

"와."

 

이쯤 되면 희귀동물 수준이었다.

 

 

*

 

 

학교로 돌아오는 길.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침묵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가끔 한마디씩.

짧은 대화가 오갔다.

그러다 원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나는."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

 

"응?"

 

원빈이 그대로 굳었다.

 

"..."

"...?"

"...아."

 

귀가 또 빨개졌다.

 

"왜 그래?"

"...죄송합니다."

"뭐가?"

"...선배라고 하려다가."

"...?"

"...누나라고."

 

순간 걸음을 멈췄다.

 

"방금."

"..."

"누나라고 했지?"

 

원빈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나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왜 사과해."

"...실수해서."

"실수 아니잖아."

"..."

"앞으로 그냥 누나라고 불러."

 

원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요?"

"응."

"편한 대로 해."

 

잠시 망설이던 원빈이 아주 작게 말했다.

 

"...네."

"...누나."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귀공자니 뭐니 해도.

결국은 낯가림 심한 스무 살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박원빈은 나를 '선배'가 아니라 '누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沅彬粉絲常讀作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