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사연애] 귀공자

5화. 이상한데

중간고사가 끝난 날이었다.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과 단톡방은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오늘 저녁 뒤풀이 ㄱㄱ

시험 끝났는데 술은 마셔야지.

전원 참석.

 

나는 단톡방을 내려보다가 문득 원빈 생각이 났다.

시험 끝나면 집이랑 도서관만 왔다 갔다 할 것 같은 애.

잠깐 고민하다 개인톡을 열었다.

 

시험 끝났지?

 

네.

 

오늘 저녁에 과 애들이랑 뒤풀이 하는데 같이 갈래?

 

이번엔 답장이 조금 늦었다.

 

...

저 가도 괜찮을까요?

 

나는 웃음이 났다.

 

왜?

 

아직...

친한 사람이 없어서요.

괜히 민폐일까 봐.

 

화면을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가는 거지.

나도 있고.

내가 다 소개해 줄게.

옆에 계속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그러다 조심스러운 문장이 하나 도착했다.

 

...

그럼 가볼게요.

 

 

*

 

 

술집 앞.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도착했는데 원빈은 이미 와 있었다.

 

후드티에 청바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일찍 왔네."

"...누나."

"긴장했어?"

"...조금."

"조금?"

"...많이요."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오늘 아무도 안 잡아먹어."

"...그건 아는데."

"...?"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진짜 심각하게 긴장한 얼굴이었다.

 

"가자."

 

내가 먼저 문을 열었다.

 

"얘들아."

 

친구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왔네."

"오, 박원빈."

 

원빈은 바로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안녕."

"앉아."

 

나는 일부러 내 옆자리를 비워뒀다.

 

"여기 앉아."

"...네."

 

원빈은 내 옆에 앉자마자 조금 편해진 얼굴을 했다.

그걸 보니 괜히 뿌듯했다.

'많이 늘었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자리엔 오지도 않았을 텐데.

 

 

*

 

 

처음 삼십 분은 예상대로였다.

친구들이 말을 걸면 짧게 대답하고.

웃으면 따라 웃고.

술도 한 잔을 천천히 마셨다.

 

"원빈."

 

민석이 잔을 들었다.

 

"우리 아직 제대로 인사도 못 했지?"

"...네."

"편하게 해."

"...네."

"..."

"..."

 

또 끝.

순간 정적이 흘렀다가 모두가 웃었다.

 

"얘 진짜 귀엽네."

"긴장했냐?"

 

원빈은 귀만 빨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한마디에 분위기가 풀렸다.

 

"야, 솔직해서 좋네."

"그러니까."

"생각보다 괜찮은데?"

 

친구들도 하나둘 원빈을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괜히 흐뭇했다.

 

 

*

 

 

술이 두세 잔 들어가자 나도 조금 텐션이 올라왔다.

 

"민석아."

"왜."

"안주 좀 그쪽으로."

"직접 가져가."

"치사하다."

 

내가 팔을 뻗으려는데 민석이 웃으면서 접시를 내 앞으로 밀어줬다.

 

"감사해."

"고기 사라."

"싫어."

 

평소처럼 티격태격 웃고 떠들었다.

원빈은 조용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둘이 원래 저렇게 친한가.'

 

민석은 계속 여주랑 장난을 쳤다.

어깨를 툭 치고.

맥주잔을 부딪치고.

같이 웃었다.

별것도 아닌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자꾸 눈이 갔다.

민석이 웃을 때마다.

여주가 웃을 때마다.

괜히 신경이 쓰였다.

 

'왜 저렇게 붙어 있지.'

'원래 저 정도로 친한 건가.'

 

괜히 맥주만 한 모금 더 마셨다.

 

 

*

 

 

뒤풀이가 끝나고 술집 밖으로 나왔다.

친구들이 하나둘 택시를 잡으러 갔다.

나는 원빈 옆으로 걸어갔다.

 

"오늘 어땠어?"

"...재밌었어요."

"그치?"

"생각보다."

"애들 괜찮지?"

"...네."

 

잠깐 조용히 걷던 원빈이 입을 열었다.

 

"...누나."

"응?"

"...민석 선배랑."

"응."

"...원래 친하세요?"

 

나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응."

"동기잖아."

"1학년 때부터 맨날 붙어 다녔어."

"...아."

 

원빈은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답답했다.

 

 

*

 

 

[원빈 시점]

 

집으로 돌아온 뒤.

침대에 누웠는데도 계속 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민석 선배가 웃던 얼굴.

누나가 같이 웃던 얼굴.

둘이 자연스럽게 장난치던 모습.

 

'왜.'

 

원빈은 천장을 바라봤다.

 

'왜 계속 생각나지.'

 

친한 선후배일 뿐인데.

원래 친한 동기라는데.

그게 당연한 건데.

왜.

괜히 기분이 안 좋을까.

한참을 뒤척이던 원빈이 이마를 짚었다.

 

"...설마."

 

순간 모든 게 이어졌다.

누나가 다른 남자랑 있으면 괜히 신경 쓰였던 이유.

다른 남자 얘기만 나와도 기분이 이상했던 이유.

누나가 웃을 때마다 자꾸 눈이 갔던 이유.

 

"...나."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방 안에 흩어졌다.

"...누나 좋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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