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사연애] 귀공자

7화. 연상이 좋아

MT 당일.

아침부터 과 단톡방은 시끄러웠다.

 

'버스 9시 출발입니다.'

'늦으면 두고 갑니다.'

 

나는 백팩 하나만 메고 학교 앞으로 향했다.

학생회관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여주!"

 

수진이가 손을 흔들었다.

 

"늦었다?"

"안 늦었거든."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원빈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검은 후드티에 백팩 하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색하게 서 있는 모습이 꼭 처음 학교에 왔던 날 같았다.

 

"원빈아."

 

내가 먼저 다가가자 원빈 표정이 조금 풀렸다.

 

"...누나."

"잘 왔네."

"...네."

"긴장했어?"

"...조금."

"또 조금?"

"...많이요."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 진짜 솔직하다."

 

원빈도 따라 웃을 듯 말 듯하다가 귀만 빨개졌다.

 

"오늘은 도망가면 안 된다?"

"...네."

"애들이랑도 좀 친해지고."

"알겠습니다."

"대답만 하지 말고."

"...노력해 볼게요."

 

그 말이 괜히 기특해서 나는 원빈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잘했어."

 

그 짧은 칭찬에도 원빈 귀가 또 빨개졌다.

 

 

*

 

 

MT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이 없었다.

짐 풀고, 조별로 앉고, 레크리에이션 준비까지.

다들 금방 친해지는 분위기였다.

원빈도 처음엔 구석에만 서 있었지만, 조별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박원빈 생각보다 웃기네."

"그러게?"

"말만 하면 괜찮은데."

친구들이 웃자 원빈은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혼자 흐뭇했다.

 

'다행이다.'

'이제 적응하는 것 같네.'

 

 

*

 

 

오후 레크리에이션.

조별 미션으로 밖에 나가 간식을 사 오는 게임이 시작됐다.

우리 조 대표는 민석이와 나.

 

"다녀올게!"

 

편의점까지 걸어가는데 민석이 피식 웃었다.

 

"야."

"왜."

"너 짝후배."

"...원빈?"

"응."

"생각보다 귀엽더라."

 

나는 웃었다.

 

"원래 귀여워."

"귀여운 건 둘째 치고."

 

민석이 장난스럽게 내 옆을 툭 쳤다.

 

"너 엄청 잘 따르던데."

"낯 많이 가려서 그래."

"아니."

"너한테만 그러는 것 같던데?"

"에이."

 

나는 바로 손을 저었다.

 

"걔 원래 저래."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냐?"

"아니라니까."

 

민석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편의점에서 음료를 고르다 문득 물었다.

 

"근데."

"응?"

"너는 왜 남자친구 안 사귀냐?"

"...갑자기?"

"예쁜 애가."

"소개팅도 안 나가고."

 

나는 음료를 집어 들며 어깨를 으쓱했다.

 

"귀찮아."

"다 핑계지."

"진짜야."

"이상형이 너무 높은 거 아냐?"

 

나는 잠깐 생각했다.

 

"글쎄."

"확실한 건 있어."

"뭔데?"

"나보다 연상이었으면 좋겠어."

 

민석이 웃었다.

 

"오."

"왜?"

"의외라."

"왜 의외야."

"연하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누가 나 좀 챙겨줬으면 좋겠어."

"든든한 사람이 좋달까."

"기댈 수 있는 사람."

 

민석이 피식 웃었다.

 

"소개팅 하나 잡아줄까?"

"됐어."

"진짜 괜찮은 형 있는데."

"안 나간다니까."

"한 번만 봐."

"사실 그 형이 너 소개 받고 싶대."

"싫어."

"야."

"됐다."

나는 웃으며 먼저 걸어갔다.

 

 

*

 

 

[원빈 시점]

 

그 시각.

편의점 맞은편 자판기 앞.

물을 뽑으러 나온 원빈은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말았다.

처음에는 일부러 들으려던 게 아니었다.

민석 선배 목소리가 익숙해서 고개를 돌렸을 뿐이었다.

 

"...나보다 연상이었으면 좋겠어."

"...나 좀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좋거든."

 

원빈 손에 들려 있던 생수병이 살짝 구겨졌다.

 

"..."

 

그 말을 끝으로 여주와 민석은 다시 숙소 쪽으로 걸어갔다.

원빈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연상.

자기를 챙겨줄 사람.

반대였다.

자기는 한 살 어렸고.

오히려 누나가 자기를 챙겨주고 있었다.

순간 지난 몇 주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귀엽네.'

'우리 원빈이 많이 컸다.'

'바보.'

 

여주가 했던 말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역시.'

혼잣말처럼 웃음이 새어 나왔다.

쓴웃음이었다.

 

애초에.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거였네.

원빈은 천천히 고개를 숙인 채 숙소로 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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