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一季_張馬音,一個有13個孩子的孤兒

#10_張麻音,一個有13個孩子的孤兒

TV 밑 책장에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것을 보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책 진짜 많다. 누가 읽는 거지.
바쁠텐데 읽을 시간이 있나.”

얕은 세븐틴에 대한 지식을 뒤져보니 원우 님이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덕분에 심심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로판 같이 가벼운 소설부터 문학, 에세이, 과학 가릴 것 없이 책이 많았으니 읽다보면 하루가 다 갈 것 같았다. 문학 중에 익숙한 제목을 발견했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본 책, 빨간머리앤. 원작인 듯 책은 꽤 두꺼웠고, 그 다음 책인 ≪몽고메리의 앤≫도 있었다. 웃으며 책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잠시도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시간이 흐르고 책장에 꽂혀있는 책의 반 이상을 읽었다.
세븐틴이 오기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여주! 아직 안 갔네? 진짜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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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안 가긴 했는데…”

당황한 나를 아는지 민규 오빠가 한 마디 했다.

“갑자기 확 변해서 적응 안 되지.”

“네… 어제까지만 해도 거의 반쯤 죽어있던 애잖아요.
괜찮아보이니 다행이긴 한데…”

그 순간 호시 님과 눈이 마주쳤다. 지금 내가 여기있는 걸 반대하는 유일한 사람. 그를 원망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놀라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하… 권순영 쟤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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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 오빠는 내가 걱정됐는지 말한다. 그리고 민규 오빠도, 정한이 오빠도 한 마디씩 한다.

“진짜 왜 저러냐고…”

“쟤 원래 저런 사람 아니잖아.”

내가 싫은 건가, 하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었다. 고아라는 이유는 죽어도 하기 싫었으니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걱정돼서 그러는 거 같은데.”

지훈이 오빠가 무심하게 툭 뱉었다. 그러자 원우 님은 놀라 반박한다.

“뭐, 누가. 권순영이 여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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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깨달았다. 그가 왜 날 내보내려하는지. 그 이유는 적어도 날 싫어해서라거나 고아라서라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아니라는 사실에 희망이 보였다.

“나 풀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적어도 날 싫어하는 건 아니네…”

“와, 호시 형 나쁘네.
애한테 그런 생각까지 들게한 거야?”

도겸이 오빠가 내 편을 들어주는 게 고마웠다.

“해볼게.”

“응, 여주 화이팅.”

지수 오빠가 주먹을 쥐는 듯한 시늉을 했다.

“꼭 풀어… 오늘 아침에도 분위기 장난 아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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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오빠는 그때를 상상이라도 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남아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으면 희망이 있는 순영이 오빠만 설득하면 되지만 나가면 12명의 멤버들이 날 잊을 때까지 죄책감을 느끼며 살 것 같았다. 그건 싫었다. 순영이 오빠부터 설득하자. 나도 모르는 새에 멤버들을 너무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나쁠 건 없겠지.

“순영이 오빠, 나 여준데.”

소개를 하자마자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순영이 오빠의 목소리.

“나 너한테 할 말 없어”

“내가 할 말이 있어. 문 안 열어주고 싶으면 열지 마.
난 오빠가 문 안 열어줘도 여기서 말할 거거든.”

순영이 오빠의 망설임이 들렸지만 결국 그의 방문은 열렸다.

“왜 그러는데?”

“우선… 나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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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뭘 걱정하는지 모르겠어.
날 여기서 살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미안해서.”

“ㅇ,응?”

순영이 오빠는 내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난 계속 순영이 오빠를 바라보고는 있는데 내 눈을 볼 생각이 없어보인다.

“여기서 지내고 싶은 이유를 모르겠어, 난.
우린 널 제대로 봐줄 수가 없어.
너한테 돈을 얼마 쓰지도 못할 거고 말이야…
우리보단 좋은 고아원 가는 게
너한테 더 이득일 거 같아서 그래…”

이런 마음일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저 날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그는 진짜로 날 위한 길이 뭔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널 위하는 길이 멤버들은 여기 남아있는 거라잖아. 난 그게 안 믿겨서 그래.
우리가 언제 유명해져서,
돈도 많이 벌고 널 위해주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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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마음이 그런지 정말 몰랐어. 속으로 욕만 했다고.”

농담을 하자 그도 옅지만 미소를 띄웠다.

“나 너 안 싫어. 난 너 너무 좋아. 좋아서 이런 거야.
진짜로 널 위하는 길은 놓아주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응, 무슨 말인지 알겠다.”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아직 그 생각은 여전해?”

“…응”

입술을 살짝 물고 놓았다. 끝까지 안 하려던 말을 할 생각이다. 아주아주 긴박한 상황에서만 할 생각이었는데 뭐, 이것도 긴박한 상황이려나.

“난… 여기가 더 나아.”

“글쎄,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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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야하나.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나, 중3 때 거기서 무슨 일 있었는 줄 알면
그런 말 못할 걸?”

“…잘 살았던 거 아녔어?”

“그럼 내가 도망칠 이유가 없잖아.”

“무슨 일 있었는데…”

“14살 때부터 맞고 자랐고…
열여섯에는 성폭행을 당했는데…
근데도 난 돌아가려고 하는 거야.
그 악몽 같은 곳으로. 이 세상이 내게 너무 차가우니까…”

순영이 오빠가 침을 삼키는 게 여기까지 보였다.

“…몰랐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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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말 안 했으니까.”

그의 얼굴은 자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자책하라고 말한 게 아니라 허락해달라고 말한건데.

“오빠들한테 동정이랑 선의, 안 바랐었는데
이렇게 되니까… 나도 미안해.
갑자기 나타난 여자애가 맘에 안 드는 게 당연해…
게다가 갑자기 같이 살자고 하면 더 당황하겠지.”

“나 너 안 싫다니까… 좋아한다니까…”

“오빠, 날 진짜로 위한다면 그냥 여기 있게 해주면 돼.
그게 내게 가장 큰 선물이고, 행복이야.”

“진심이야…? 너 여기 살면 더 힘들 수도 있어…
허락 받을 때까진 숨어 살아야 하고,
팬들 알 때까지도 숨어야 되는데도?”

“적어도 나 혼자 살 때보단 행복할 거 같아.
초반엔 숨어지내는 것도 재밌다고 느낄 거 같은데?”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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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순영이 오빠의 얼굴도 조금이지만 밝아졌다. 이 정도면 성공이다.

“허락해준 거지? 그런 걸로 안다?”

“응, 당연하지.”

“고마워. 나 진짜 잘할게.”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될 거 같은데…?”

갑자기 변한 순영이 오빠의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날 좋아한단 말은 거짓이 아닌 모양이다.

“그럼 내가 불편해서, 요리하고, 청소하기로 했어.”

“그래. 네가 편한 게 우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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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이 오빤 그제서야 웃었고 나도 그런 순영이 오빠의 모습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어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은 분위기지만 여기서 이러고만 있을 순 없다. 나가서 소식을 알려야했다.

“나 잠깐만”

순영이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고 행복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소리쳤다

“얘기 잘 됐어!”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음… 한 마디로 너무 쪽팔렸다.

“그럼 대표님만 설득하면 되겠네.
부사장님이랑 연결해서 갈까?”

승철이 오빠는 미소를 잃지 못한 채 말했다. 이쪽도 날 많이 아끼고 있는 모양이다.

“나중에 단체로 가는 게 가능성이 높지.
부사장님이랑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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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오빠가 말했다.

“내일 갈까?”

하루라도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석민이 오빠는.

“응, 내일 가자.”

그리고 나머지도 마찬가진 듯 했다…

“순영이가 저런 마음일지 상상도 못했어.”

지수 오빠가 말했다. 아마 우리 대화 내용이 다 들린 모양이다.

“나도. 그냥 어려워서인줄 알았는데…
호시가 생각보다 생각이 깊네”

정한이 오빠가 말했다.

“라임이냐?”

민규 오빠가 비아냥거리듯 물었지만 지수 오빠는 개의치 않고 응,이라고 대답했다. 음, 여기 제정신은 없는 모양이다. 환하게 웃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너무 오글거리는 말을 뱉었다.

“이제 날 숨쉬게 하는 모든 것은
오빠들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너무 오글거려거 또 순간 후회했는데 세븐틴은 내 말에 감동을 먹은 것 같았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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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이 오빠가 웃으며 말한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지수 오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의 미소에 긴장했던 모든 것들이 눈 깜짝할 새 사라진다. 찬이는 아주 신까지 나서 말한다.

“앞으로 잘 부탁해 친구야.
친구 맞으니까, 편하게 생각해, 편하게.”

“응, 나도 친구 생겨서 좋다!"

날 꿀 떨어지게 바라보던 민규 오빠는 그 시선 그대로 바라보며 말한다.

“여주, 살 때 부담 갖지 않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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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승관이 오빠의 말.

“그래, 편하게 생각해. 이제 우리가 가족이니까.”

“가족이라…”

가족이란 그 말은 언제 입에 담아도 따스한 말이다.
가족은 날 보호해주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느낌. 살아가는 이유이며 조건. 그 이름을 부르면 마음이 따뜻해진 등불, 힘들고 위험할 땐 도망칠 수 있는 비상구, 인생이란 전쟁에 용감하게 뛰어들 수 있게 하는 든든한 방탄복. 도서관에서 빌린 에세이에 나온 말이었다. 난 이런 가족 없이 힘들게도, 벅차게 살아왔다. 이제 내게 비상구가 생겼다는 게 마음이 뭉클했다.

“가족이야, 우리. 피 하나 섞이지 않고,
이제 본 애한테 뭔 가족이냐만은!
그래도 우린 가족이다. 알았지, 장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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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이 오빠가 자연스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내가 별 반응이 없자 미안하다고 연발한다.

“괜찮아요. 기분… 좋았어…”

누구에게도 받은 적 없는 예쁨을 받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잔뜩 격양된 감정을 겨우 내리고 있는데 원우 오빠가 말했다.

“우리 너랑 나이 차이, 많아도 고작 다섯이야.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고, 말도 놓고.”

“음… 응! 알았어, 오빠. 앞으로 잘 부탁해.”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나의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