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賢附身同人] 婚姻憂鬱

第三集:婚姻藍調

결혼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주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 알림부터 확인했다. 예식장 최종 안내,

드레스샵 리마인드, 청첩장 배송 완료 문자, 그리고 성현에게서 온 메시지까지.

 

 

“오늘 저녁에 식장 최종 미팅 있습니다. 여섯 시에 데리러 갈게요.” 여주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답장을 적었다.

“저 혼자 가도 돼요.”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몇 번이나 망설였다. 사실 혼자 가고 싶은 게 아니었다. 성현과 같이 가면 또 괜한 말을 기대하게 될까 봐, 그게 무서웠다.

 

 

답장은 금방 왔다. “같이 가기로 했잖아요.” 여주는 그 문장을 보고 눈을 감았다.

 

 

같이.

 

 

요즘 성현은 자꾸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같이, 혼자 두고 싶지 않아서. 별것 아닌 단어들인데도 여주 마음에는 계속

걸렸다. 그런데도 며칠 전 카페에서 들은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계약 끝나면 정리할 겁니다.

 

 

성현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다. 계약 기간은 1년.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 끝나면 미련 없이 정리하기로 한 결혼.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먼저 그 조건에 동의했으면서, 이제 와서 상처받는 게 우스웠다.

여주는 답장을 다시 지웠다. 그리고 짧게 보냈다. “제가 바로 갈게요.”

 

 

저녁 여섯 시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여주는 평소보다 조금 더 단정하게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식장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는데, 택시 안에서 창밖을 보는 내내 숨이 답답했다. 식장 로비에 도착했을 때, 성현은 이미 와 있었다. 그는 여주를 발견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 니트에 코트를 걸친 모습이었다. 평소처럼 차분했고, 평소처럼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래서 더 얄미웠다. 자기 혼자 아무렇지 않은 사람 같아서.

 

 

 

 

“혼자 왔네요.” 성현이 말했다. “네.” “데리러 간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요.”

여주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성현은 잠깐 여주를 바라봤지만 더 묻지 않았다.

 

 

담당자가 두 사람을 예식장 안으로 안내했다. 버진로드를 따라 조명이 천천히 켜졌다. 하얀 꽃 장식과 은은한 조명, 정면에 놓인 단상까지. 모든 게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두 분 입장 동선부터 확인해볼게요.” 담당자의 말에 여주는 성현 옆에 섰다. 팔짱을 끼라는 말이 나오자 여주는 아주 잠깐 멈칫했다. 성현은 그런 여주를 눈치챘는지 먼저 팔을 내밀지 않았다. 그냥 기다렸다. “불편하면 안 해도 됩니다.” 그가 낮게 말했다.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해야죠.” 여주는 조심스럽게 성현의 팔에 손을 올렸다.

 

 

순간 몸이 굳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성현에게서 은은한 향이 났고, 팔에 닿은 온기가 너무 선명했다. 남편 역할. 여주는 마음속으로 그 말을 반복했다. 그냥 역할이야. 그렇게 생각하려는데 성현이 아주 작게 물었다. “손 차갑습니다.” “원래 그래요.” “긴장했어요?” “아니요.”

 

 

거짓말이었다. 성현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걸음을 아주 조금 늦췄다. 여주 보폭에 맞춰주는 것처럼. 그런 배려가 싫었다.

싫은데, 또 좋았다. 그게 제일 문제였다. 동선 확인이 끝나고, 두 사람은 상담실로 들어갔다. 식순과 음악, 사진 촬영 순서까지 확인하는 동안 여주는 몇 번이나 집중을 놓쳤다.

 

 

담당자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신랑님이 신부님을 정말 잘 챙기시네요.” 여주는 대답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 성현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여주 앞에 놓인 물컵을 조용히 바꿔주었다. 미지근해진 컵 대신 따뜻한 물이 담긴 컵으로. 여주는 그 컵을 내려다보다가 결국 시선을 돌렸다.

 

 

자꾸 이런 식이었다. 차갑게 선을 그어놓고, 그 안에서만 다정했다. 계약이라고 말하면서도 남처럼 굴지는 않았다.

여주는 그 애매한 온도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졌다.

 

 

미팅이 끝난 뒤, 성현은 주차장으로 향하지 않고 식장 옆 작은 정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깐 얘기해요.” 여주는 멈춰 섰다. “할 얘기 있어요?” “요즘 나 피하잖아요.” 너무 정확한 말이라 여주는 순간 대답을 잃었다. “아니에요.”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티 납니다.” 성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화난 것도 아니고, 서운한 것도 아닌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여주는 더 마음이 불편했다.

 

 

 

 

“그냥 바빴어요.” “나랑 결혼 준비하는 게 불편해졌습니까?” 여주는 입술을 꾹 눌렀다. 불편한 게 아니라, 편해져서 문제였다. 같이 밥을 먹는 것도, 차 안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것도, 성현이 아무렇지 않게 챙겨주는 것도 전부 너무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이러다 정말 부부가 된 것처럼 착각할까 봐 겁났다.

 

 

여주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성현 씨는 괜찮아요?” “뭐가요.” “이 결혼이요.” 성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여주는 그 침묵이 대답처럼 느껴져서, 결국 말을 이어갔다. “저는 요즘 좀 이상해요. 계약서도 다 봤고, 조건도 다 알고 시작했는데 결혼식이 가까워질수록 자꾸 헷갈려요.” “뭐가 헷갈리는데요.” “성현 씨가 하는 행동들이요.” 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게 전부 계약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성현 씨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성현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여주 씨.” “아니요. 저 먼저 말할게요.” 여주는 손끝을 꽉 쥐었다. “성현 씨는 자꾸 저한테 잘해줘요. 근데 또 계약 끝나면 정리할 거라고 했잖아요.”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다. 성현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말 들었습니까?” 여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에서요. 통화하는 거 들었어요.”

 

 

성현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설명하려는 듯 입술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 짧은 침묵이 여주에게는 더 아프게 느껴졌다. “맞잖아요.” 여주가 웃는 척 말했다. “처음부터 그런 계약이었고, 성현 씨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정신 차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그런 뜻 아니었습니다.” “그럼 무슨 뜻인데요?” 이번에는 성현이 대답하지 못했다. 여주는 그 침묵을 견디기 어려웠다. 대답을 듣고 싶은데, 들으면 더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물러났다. “우리 이 결혼, 다시 생각해보면 안 돼요?” 성현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여유가 사라졌다.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요.” “그만두자는 겁니까?” 여주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만두고 싶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하고 싶어져서 무서웠다. 계약이 아닌 진짜 결혼을 바라는 자신이 싫었다. 성현이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이 결혼은 시작부터 자신만 다치는 일이 될 테니까. “모르겠어요.” 여주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근데 지금 이대로는 못 하겠어요.”

 

 

성현은 한 걸음 다가오려다 멈췄다. 여주가 물러설까 봐 조심하는 사람처럼. “여주 씨.” “저 먼저 갈게요.” 여주는 대답을 듣지 않고 돌아섰다. 성현은 붙잡지 않았다. 그게 또 아팠다. 붙잡아주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 정말 붙잡지 않으니 마음이 더 무너졌다. 식장 밖으로 나오자 밤공기가 차가웠다. 여주는 택시를 잡으려다 결국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걸었다. 눈물이 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목 끝이 계속 답답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성현이었다. 여주는 화면을 보다가 받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전화가 끊기고 메시지가 왔다. “어디예요.” 잠시 뒤 또 하나가 왔다. “혼자 두지 말라고 했잖아요.” 여주는 그 문장을 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아까까지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성현은 왜 이렇게 다정한 말을 쉽게 하는 걸까. 왜 끝낼 사람처럼 굴면서, 또 잃기 싫은 사람처럼 구는 걸까. 여주는 답장을 쓰지 못했다.

 

 

그날 밤, 여주는 집에 돌아와 한참 동안 웨딩드레스를 찍은 사진을 바라봤다. 사진 속의 자신은 성현 옆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성현은 그런 여주를 보고 있었다. 카메라가 아니라, 여주를. 여주는 손끝으로 화면을 껐다. 결혼식까지 일주일. 계약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끝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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