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位沉浸式工匠的短文

枯葉




김여주는 날 때부터 평범했다. 어디 하나 모난 점 없는 성격에, 딱히 가정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세상은 주관이 아닌 객관으로 돌아가는지라, 김여주는 날이 더해질수록 특이한 취급을 받았다. 그녀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불합리함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냥 말을 못 했다. 성대를 스치는 바람결을 느낀 지도 꽤 됐다.




"아··· 그래. 여주가 그···"

"···."

"무튼 잘 왔다. 이 반에 전학생이 온 건 처음이니 애들도 반길 거야."




다들 엄··· 착하니까. 김여주는 아무렴 좋았다. 가방 하나 덜렁 매고서 방문한 교무실. 제 담임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은 종이에 진한 글씨로 적힌 부분을 보고 다소 당황한 눈치였다. 골칫덩이라도 떠맡은 듯 새어나오는 작은 한숨에 그녀는 가방끈만 꼼지락거렸다. 부모님의 잦은 출장 덕에 전학은 거의 매달 겪는 절차였지만 이런 상황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김여주는 씁쓸한 침묵이 싫었다.




"자, 자. 엎드려 있는 놈들은 일어나고."




그 다음으로 싫어하는 것. 교탁에 출석부를 내려치는 소리가 생경히 교실 안을 메웠다. 곧 흩어져 있던 시선들이 그 옆에 오도카니 자리한 김여주에게 응집된다. 고요는 순식간이었다. 그녀는 문득 더위를 느꼈다. 낙엽이 폭삭 내려앉은 계절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쨌든. 엉긴 관심은 너무나도 더웠다. 접혀 올라간 치마 끝단을 엄지와 검지로 슥슥 문대 내렸다.




"어제 예고했던대로 전학생이 왔고···"




담임이 김여주를 한 번 흘겼다.




"말 하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다니까 그 점 유의해서 잘 챙겨줘라."

"···."

"이름은 김여주."




이상이다. 끝맺음이 나자마자 그가 교실 뒷편 구석을 손짓했다. 빽빽히 들어앉은 걸상들 중 유일하게 비어 있는 자리는 학교의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덜익은 관심보단 차라리 무관심이 나았기에. 김여주가 약간은 조급한 걸음으로 교실을 가로질렀다. 아까완 결이 다른 눈빛이 전신을 여과없이 쏘아댔다. ··· 야, 그럼 쟤 말 못 한다는 거지? 오른편의 누군가는 이렇게 물었고. 엉··· 그렇다는데. 왼편의 누군가는 이렇게 답했다. 다행스런 점은, 여긴 대놓고 그녀를 벙어리라 칭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견딜만 했다.




"···."




의자에 자리하고 나서야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줄곧 엎드려 있어 아까 못 봤나 보다. 짝꿍이 지나칠 정도로 타인에게 관심을 퍼붓는 인간형이라면 어떡하지 고민이 많았는데, 미동도 없이 책상에 드러누운 옆자리 남학생을 보니 김여주는 괜한 걱정인 듯 싶었다. 곧이어 1교시 종이 울렸다. 조례 후 쉬는 시간 끝자락 즈음에 교실에 온 게 퍽 안심이었다. 일찍 왔다간 눈칫밥만 거하게 먹을 뿐이니. 가방 지퍼를 여는 동안 열린 앞문으로 선생 하나가 들어왔다.




"어, 거기."




그리곤 정확히 김여주를 짚었다.




"네 옆에 자는 애 좀 깨워."




그녀가 이제 막 전학 왔다는 사실을 들은 바가 없는 건지, 혹은 그런 것마저 헤아리기 귀찮았던 건지 두 눈만 끔벅대는 아이에게 덜컥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교실 모두가 일제히 뒤를 돌았다. 교탁 앞에 섰을 때보다 더한 이목이 집중되었다. 불쌍하다는 듯. 안타깝게도 김여주는 담긴 의미를 읽어내지 못 했다. 얼른 모든 걸 떨쳐내고픈 마음이었다. 소리를 낼 수 없으니 몸짓이라도 보여야 했다. 짝꿍의 팔뚝께를 툭툭 건드렸다.




스윽 -




곤히 자던 것이 무색하게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작은 몸짓에도 날리던 머릿결이 찰랑했다. 김여주는 때때로 세상에 흑백논리를 적용했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선과 악의 구분처럼 명확했던 기준은 예상치 못한 기점에서야 흐려졌다. 짜증스럽게 좁혀진 미간 아래로 짙은 갈색의 눈과 마주쳤다. 텅 빈 눈동자 뒤로 읽어낼 수 없는 게 한가득이었다.




그러니까 민윤기 그는.




photo

"··· 뭐야 이건."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