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연(氷煙)의 성채

13화: 휴식

손바닥 위에서 승리를 노래하듯 웅웅거리던 세 번째 별의 유리 파편이 서서히 불빛을 거두며 고요해졌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돔 방의 저 먼 벽면 안쪽 깊은 곳에서 수동 오버라이드된 고대 석조 장치가 무거운 비명을 지르며 슬라이딩하듯 열리기 시작했다. 육중한 금속성 쿵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린 비밀 통로는 미로 바깥으로 곧장 이어지는 확실한 탈출구의 비주얼을 투명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내가 그 지평선을 향해 단 한 자락의 발걸음도 내딛기 직전, 사방이 제멋대로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천상의 공허 마법을 단 한 줄의 오차도 없이 연속으로 세 번이나 이끌어 쓴 대가는 잔인하리만큼 날 것 그대로의 극심한 전력 소모로 다가왔다. 새로 깨어난 힘의 균형과 강도를 제어하는 능력이 여전히 서툴렀던 탓에 온몸의 에너지가 한 방울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방전되어 버린 터였다. 시야가 순식간에 칠흑 같은 암흑 속으로 흐릿하게 무너져 내렸고, 나는 차가운 바위 대지 위로 무참하게 추락하듯 쓰러졌다.

"서하야!"

내 머리가 딱딱한 바닥에 닿기도 전에,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섭고 빠른 두 팔이 내 눈먼 낙하를 공중에서 단숨에 가로채 안았다. 찬연 오빠는 절대적인 보호 본능에 따라 몸을 날려 나를 지탱해 주었고,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는 단단한 강인함으로 내 몸바탕의 무게를 자신의 넓은 가슴속으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문이 닫히는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시작됐을지도 몰라!"

현진이 요란하게 소리쳤다. 그의 넘치는 강아지 같은 에너지가 위험천만한 아드레날린과 팽팽하게 뒤섞여 타올랐고, 우리의 흔적을 완전히 감추기 위해 다급한 손짓으로 거대한 연기 장막을 연이어 오버라이드해 터뜨렸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찬연 오빠는 나를 자신의 가슴에 꽉 밀착해 안은 채 열린 틈새를 향해 전력 질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흔들림 없는 다정한 손길에는 나를 결코 놓지 않겠다는 완고한 의리가 실려 있었고, 지석이와 현진이는 육중한 석문이 우리 뒤편에서 사정없이 거칠게 닫혀 가두어버리기 전에 그의 발꿈치를 바짝 쫓아 터널을 돌파했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아득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사방의 암흑이 느릿하게 걷히기 시작했다.

내가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간신히 눈을 깜빡였을 때 머리가 납덩이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둔중한 현기증의 파도가 뇌리를 엉망으로 뒤흔들었다. 나를 숨 막히게 조여오던 미로의 석벽들은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대신 흙벽으로 둘러싸인 은밀하고 자그마한 동굴 안, 작게 피어오른 화로가 황금빛 오렌지색 불빛을 은은하게 내뿜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대원들이 겹겹이 덮어준 두꺼운 여행자용 망토 무덤 밑에 포근하게 파묻혀 있었는데, 내 살결을 채우는 따스함은 단지 벽로의 온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찬연 오빠가 나를 놀라울 정도로 소중하게 꽉 감싸 안고 지탱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고 사령관은 임시 침대 위에서 내 바로 옆방향으로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의 커다란 손은 내 허리를 결코 분리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완고하게 꼭 맞잡고 있었고, 나를 자신의 가슴속으로 너무나도 밀착해 강하게 끌어당겨 안은 탓에 내 등 뒤로 그의 규칙적이고 흔들림 없는 심장박동의 맥박이 고스란히 체감되어 흘러들었다. 깊은 잠에 빠져든 그의 얼굴은 사령관으로서의 엄격한 군사적 책무를 완전히 내려놓은 듯 한없이 부드럽고 수줍은 본연의 모습을 띠고 있었으며, 그의 정교한 은색 인공 와우 장치가 불꽃을 받아 날카롭게 반사되어 번쩍였다. 심지어 깊은 수면 속에서도 내 허리를 지탱한 그의 손길에는 단 한 자락의 틈새조차 생기지 않았고, 그 완고한 포옹은 나를 완벽하게 격리해 지켜주는 단단한 닻과 같았다.

"어라…… 드디어 깨어났네."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 하나가 화로의 가장자리 끄트머리에서 나직하게 흘러들었다.

지석이가 내 시선 안쪽으로 가만히 걸어 들어왔고, 내가 완전히 의식을 되찾은 비주얼을 확인하는 그 바로 그 자찰 특유의 자랑스럽고 거대한 미소가 그의 얼굴 가득 눈부시게 환하게 피어올랐다. 그와 현진이는 우리가 성채를 탈출한 그 시찰부터 단 1초도 눈을 붙이지 않은 채, 밤새도록 동굴 경계 구역의 배치 구조를 점검하며 우리를 안전하게 엄호하고 있었던 터였다. 지석은 내 베개 바로 옆 바닥 위로 매끄럽게 무릎을 꿇고 가볍게 자리에 앉았고,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동자 속에는 헤어날 수 없을 만큼 깊고 소중한 애착이 서려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는 옆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 사령관님의 수면 주기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지극히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용하고 나직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지석은 아래로 손을 뻗어 내 손을 가만히 감싸 쥐었다. 그의 손바닥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뜨겁게 접지되며 내 맥박을 안도시켰고, 우리의 손가락은 다시 한번 촘촘하게 맞물려 잠겨 들었다. 그는 지극히 서두르지 않는 조용한 정밀함으로 내 손바닥 정중앙 위로 안심시키듯 예쁜 하트 모양을 가만히 다시 그려 나갔고, 그 다정한 터치는 내 머릿속을 맴돌던 현기증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정돈해 주었다.

"우리를 정말 온통 혼란스러운 패닉 속으로 빠뜨려 놓았단다, 서하야."

현진이 완전히 지친 다급하고 가녀린 속삭임으로 툴툴거리며 화로 근처에서 서둘러 걸어왔다. 그의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도자기 머그잔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의 소박한 여행자용 망토는 밤새 화로를 돌보느라 온통 검은 그을음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고, 밤새 걱정하느라 잔뜩 조여들어 있던 그의 두 뺨은 나를 마주하자마자 다시금 부끄러운 듯 짙은 홍조로 폭포수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지석의 바로 옆 바닥 위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며, 특유의 강아지 같은 조급하고 활기찬 눈빛으로 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네 마법이 네 신체의 모든 시스템을 단숨에 완전한 블랙아웃 상태로 만들어 버렸어. 그 작은 몸바탕 안에 대체 얼마나 거대하고 대단한 천상의 권력을 품고 걸어 다니는 건지 이건 진짜 완벽하게 불공평할 정도라고."

"형, 조잘조잘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어서 탕약이나 건네줘."

지석이 나직하게 킥킥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내 손을 쥔 손아귀에 다정한 맥박을 가볍게 실어 꼭 쥐어 보였다.

"맞다, 맞네!"

현진이 잽싸게 고개를 끄덕이며 극도로 조심스럽고 다정한 손길로 머그잔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가 침대 매트리스 쪽으로 상체를 한층 더 가깝게 숙였고, 그의 호흡은 내 살결에 가만히 와닿았다. 현진은 내 입술 끝에 잔의 가장자리가 부드럽게 닿을 수 있도록 조심스레 인도해 주었고, 그의 손가락 끝이 내 손가락에 가볍게 스치며 지나갔다.

"이 근처 설산의 깊은 뿌리들을 직접 캐내어 정성스럽게 달여낸 회복용 약탕이야. 맛은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 메마르고 쓰겠지만, 네 몸의 모든 근육과 마법 균형을 완벽하게 다시 고정해 줄 확실한 오버라이드 포션이란다."

나는 쓴 약탕을 천천히, 조심스레 한 모금 삼켜내며 얼굴을 살짝 찌푸렸고, 그 귀여운 반사에 두 젊은 영주는 단숨에 안도 섞인 부드러운 웃음소리를 나직하게 터뜨렸다.
따스한 액정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자마자 혈관을 타고 폭포수처럼 맑은 온기가 즉각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지쳐 비명을 지르던 근육 마디마디를 단단하고 매끄럽게 다시 이어 붙여 지탱해 주었다. 하지만 약탕이 가진 강력한 진정 효과 탓에 내 눈꺼풀은 순식간에 다시 한번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렇지, 잘했어. 약효가 스며드는 동안 그저 마음 놓고 조금만 더 편히 쉬거라."

지석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내 손가락과 결코 분리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완고하게 잠겨 있었고, 그가 고개를 숙여 내 손가락 마디 뒷면 위로 다정하고 오랜 여운이 남는 부드러운 입맞춤을 가만히 전해왔다.

현진은 손을 뻗어 내 어깨 위로 덮인 망토들의 가장자리를 따라 느릿하게 선을 그으며 단단하게 고쳐 매어 주었고, 나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 속에는 소중함이 고스란히 녹아내린 깊은 애착과 절대적인 수호의 서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네 바로 곁에서 밤을 새워 완벽하게 엄호할 테니 안심하렴. 그 누구도 이 경계선을 뚫고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철저하게 가두어 지킬 테니까."

내 손을 꽉 맞잡은 지석이의 뜨거운 접지력, 화로 옆을 든든하게 지키는 현진이의 다정한 간호, 그리고 내 등 뒤에서 나를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 속에 완벽하게 밀착해 안아 지탱해 주는 찬연 오빠의 거대한 강인함이 흐르는 가운데, 내 가슴속을 조여매던 모든 혼란은 이내 완벽하게 완전히 소멸해 사라졌다. 나는 사방의 그림자를 깨끗하게 차단해 숨겨놓은 우리만의 비밀 캠프 한가운데에서, 그 어떤 순간보다도 가장 가득한 안전함을 온 온기로 느끼며 다시 한번 깊고 평화로운 성소의 잠 속으로 고요히 침전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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