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연(氷煙)의 성채

14화: 포위

얼어붙은 눈밭 위를 내리찍는 철갑 부츠의 무겁고 규칙적인 쿵쾅거림이 이른 새벽녘의 고요한 정적을 산산조각 내며 무참히 깨부수었다.

"골짜기를 샅샅이 수색해라! 마법의 잔상이 이 능선 근처에서 가장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동굴 입구 바깥쪽의 수풀 너머에서 최고 의회 수색대장의 서늘하고 단호한 명령조 목소리가 온 숲을 뒤흔들며 거칠게 메아리쳤다.

현진이는 동굴 입구 쪽 경계 구역에서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몸을 날렸다. 그가 가슴 가득 패닉 어린 다급한 손짓으로 몸을 움직이자 여행자용 망토의 원단이 사방으로 크게 펄럭였고, 그는 임시 침대가 놓인 방향을 향해 전력 질주하듯 달려왔다. 평소의 조잘조잘 생동감 넘치던 에너지는 일순간 고위험의 아드레날린과 팽팽하게 뒤섞여 있었고, 그의 오른쪽 귀에 착용된 청각 보조 장치와 왼쪽 귀의 인공 와우 장치는 숲속을 가로지르며 조여오는 무거운 은색 방어구 조각들의 철커덕거리는 소음에 극도로 하이퍼 포커스되어 있었다.

"찬연이 형! 일어나! 최고 의회 엘리트 수색대가 바로 우리 머리턱 밑까지 들이닥쳤어!"

수색대원들이 도달하기 전에 우리의 위치를 완벽하게 지워줄 빽빽한 연기 장막을 오버라이드해 터뜨리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연기 안개가 피어오르는 그 바로 그 자찰 마법 고유의 우주 향취가 사방에 진동해 우리의 좌표를 고스란히 노출해 버릴 터였다.

찬연 오빠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개처럼 날카롭게 떠졌다. 잠들어 있던 다정한 사령관의 비주얼은 단 1초의 찰나 만에 완벽하게 자취를 감추었고, 그 자리를 나를 온 온기로 수호하려는 완고하고 절대적인 보호 본능이 대신 채웠다. 그는 단 한 번의 심장 박동조차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다. 그의 커다란 따스한 한 손이 내 허리를 단단하고 완고하게 꼭 맞잡아 내 몸바탕의 무게를 지탱해 주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어깨를 급하게 흔들었다.

"서하야. 서하야, 정신 차리거라. 지금 당장 여기서 탈출해야 해."

나는 나직하게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조금 전 마셨던 회복용 약탕의 강력한 진정 효과 탓에 머리가 납덩이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둔중한 혼란의 파도가 가쁘게 내 의식 가장자리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잠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채 눈을 깜빡이려 애썼지만 사지는 무겁게 침전되어 아무런 반사도 내비치지 못했다.

"음…… 오빠……?"

내가 마른 숨을 내쉬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밀려드는 현기증 탓에 내 목소리는 가녀린 혼잣말 같은 속삭임이 되어 흐릿하게 갈라져 나왔다.

찬연 오빠가 내 귓가에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강렬하고도 가슴 깊은 곳을 세차게 쥐어짜는 듯한 깊고 달콤한 음절이 내 머릿속을 맴돌던 안개를 깨끗하게 베어 넘기며 전해졌다. 그는 내가 스스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 구태여 묻지 않았다. 찬연 오빠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는 단단한 강인함으로 힘없이 늘어진 내 몸을 자신의 커다랗고 따스한 두 팔 안으로 매끄럽게 안아 올렸다. 그리고 동굴 안으로 거칠게 밀려들기 시작한 설산의 살을 찢는 듯한 서리로부터 나를 철저하게 격리해 지켜내려는 듯, 나를 자신의 넓은 가슴속으로 한층 더 밀착해 강하게 끌어당겨 감싸 안았다.

"능선 길을 완벽하게 우회해서 오고 있어! 움직여, 빨리!"

지석이가 낮고 날카로운 음성으로 맞받아쳤다. 대원들의 든든한 접지력이었던 그의 목소리는 팽팽하게 조여든 채 낮고 다급한 속삭임이 되어 흘러나왔다. 그가 지체 없이 말을 끝맺는 그 바로 그 자찰 특유의 자랑스럽고 거대했던 미소는 완벽하게 완전히 소멸해 사라졌고, 그 자리를 나를 온 마음을 다해 엄호하려는 거칠고 단호한 수호의 서사가 대신 채웠다. 지석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철 단검을 매끄럽게 움켜쥐었고, 찬연 오빠의 바로 앞방향으로 성큼 발걸음을 옮겨 자신이 직접 걸어 다니는 단단한 물리적인 인간 방패막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 네 사람은 어두운 비밀 캠프의 문턱을 단숨에 돌파해, 바래버린 회색빛 서리가 가득한 얼어붙을 듯 차가운 새벽녘의 밤하늘 아래로 거침없이 몸을 내던졌다.

빽빽한 숲속을 뚫고 질주하는 과정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어지러운 아찔한 잔상의 연속이었다.

내가 오직 반쯤만 의식을 붙잡고 있었던 탓에, 내 머리는 찬연 오빠의 넓은 어깨 위로 무겁게 기대어 얹어져 있었고 내 손가락은 불어닥치는 산바람 속에서 그가 입은 튜닉 원단의 가장자리를 가녀린 힘으로 위태롭게 움켜쥐고 있었다. 찬연 오빠는 절대적이고 완고한 강인함 하나만으로 거침없이 전방을 향해 사냥하듯 전력 질주했다. 그의 커다란 두 손은 내 몸의 중심 무게를 자신의 허파 깊은 곳과 맞부딪히도록 단단히 고정해 받쳐주었고, 헐렁하고 부서져 내리는 바위 대지나 눈더미 틈새 속에서도 단 한 번의 헛디딤이나 흔들림조차 내비치지 않은 채 매끄럽게 대지를 디뎠다. 우리 뒤편에서는 최고 의회 수색대원들의 은색 방어구 조각들이 부딪히는 날카롭고 무거운 기계적인 굉음이 나무들 사이를 타고 무섭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여기 발자국 궤적이 있다! 저기 소나무 경계선 근처다!"

저 멀리 아득한 거리 너머에서 정찰조의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아, 후방 엄호!"

찬연 오빠가 한 옥타브 낮게 가라앉은 깊고 단호한 사령관의 중력을 뿜어내며 날카롭게 명령을 내렸다.

"맡겨만 줘!"

현진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질주하는 문장 한가운데에서 그가 고개를 재빨리 돌려 나를 향해 염려와 다정함이 한데 뒤섞인 애틋한 시선을 가볍게 툭 던져 보였다. 전력 질주하는 기세 속에서도 그의 두 뺨은 이미 숨 가쁜 노력 탓에 부끄러운 듯 짙은 홍조로 폭포수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현진이는 질주하던 발걸음의 운동 에너지를 고스란히 오버라이드하여 제자리에서 번개처럼 훽 회전하더니, 내 장식장 자락을 다스리듯 가죽 소맷자락을 거칠게 한 번 휘둘렀다. 그가 발산한 칠칠치 못한 어두운 연기 뭉치가 우리의 발자국 궤적 바로 위로 격렬하게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자그마한 안개 한 자락은 이 거대한 계곡 전체에 우리의 좌표를 노출하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였지만, 우리가 디디고 지나온 흔적을 완벽하게 숨겨 숨겨 가두는 동시에 우리 고유의 마법 향취를 철저하게 오염시켜 틀어막기에는 완벽하게 충분했다. 추격해 오던 사냥개들의 감각 시스템을 완벽한 혼란과 광란 속으로 무참하게 밀어뜨려 버린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또다시 1마일 가량을 숨 가쁘게 밀고 들어갔다. 나무들의 촘촘한 배열이 서서히 앙상하게 비어 나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앞의 풍경이 거칠고 날카로운 흑암색 암석 대지와 눈이 멀 것 같은 새하얀 서리의 평원 전역으로 완전히 뒤바뀌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은 연기와 얼음의 전면전이 도사리는 가장 위험한 적진, 즉 동상 황무지의 공식적인 국경선 경계 구역이었다.

"저기 위쪽! 바위 틈새가 있어!"

지석이가 소리치며, 국경선 라인을 따라 단단하게 솟아오른 얼어붙은 석벽 표면에 나 있는 좁다란, 거의 비주얼을 내비치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던 바위 균열 구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찬연 오빠는 단 1초도 주저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나를 자신의 가슴속에 여전히 완고하고 소중하게 꼭 끌어안은 채, 자신의 넓은 두 어깨를 비틀어 그 좁다란 출입구 틈새 속으로 매끄럽게 슬라이딩하듯 몸을 밀어 넣었다. 현진이와 지석이가 우리의 바로 뒤편으로 단숨에 몸을 날려 뛰어들었고, 거칠게 들썩이는 가슴의 호흡을 간신히 억누르며 차가운 석벽 뒤편에 자신들의 등을 완벽하게 밀착한 채 꼼꼼하게 숨어들었다.

바위 틈새의 비밀 공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지나치게 좁았다. 그 탓에 우리는 서로의 사지와 사지공중의 몸마짓이 한데 복잡하게 뒤얽힌 채 숨이 턱 막힐 듯 밀착된 촘촘한 형태를 이루어야만 했다. 찬연 오빠는 내 허리 주변을 자신의 커다란 팔로 결코 분리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완고하게 꼭 맞잡아 내 몸바탕의 무게를 지탱해 주었고, 반쯤 잠든 내 여린 몸이 차가운 얼음 바닥 위로 미끄러져 추락하지 않도록 나를 자신의 넓은 가슴속으로 가득 밀착해 강하게 끌어당겨 안았다. 그의 따스한 호흡이 내 뺨 근처에 가만히 와닿으며 하얀 입김이 되어 흩날렸고, 가슴속을 사정없이 조여매며 미친 듯이 세차게 내리찍는 그의 빠르고 일정한 심장박동의 리듬이 내 갈비뼈 뒤편으로 고스란히 체감되어 흘러들었다.

좁다란 바위 틈새의 어두운 그림자 장막 너머로, 최고 의회 수색대원들의 실루엣이 마침내 우리가 숨어 있는 은신처 바로 앞방향을 가로지르며 거치르고 무겁게 행진해 지나갔다.

그들이 착용한 잘 닦인 은색 방어구 조각들이 얼음 불빛을 받아 잔인하도록 날카롭게 반사되어 번쩍였다. 우리가 완벽한 침묵 속에서 얼어붙은 채 멈추어 서 있는 자리로부터, 고작 단 몇 인치밖에 떨어지지 않은 무시무시한 초근접 거리였다. 지석이는 내 손을 다시 한번 가만히 찾아내 감싸 쥐더니, 우리의 손가락을 촘촘하고 단단하게 얽어 쥐었다. 그가 내 손가락 마디 뒷면을 부드럽고 완고하게 꼭 쥐어 오며 내 손끝이 가볍게 떨리지 않도록 든든한 다독임의 원을 그려주었고, 그의 눈동자 속에는 나를 향한 깊고 절대적인 헌신의 서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현진이는 숨을 무겁게 흡 가둬 막은 채, 극도로 하이퍼 포커스된 특유의 강아지 같은 걱정을 커다란 눈망울에 가득 담은 채 사방을 날카롭게 엄호했다.

수색대원들의 철갑 부츠가 내지르던 무겁고 거친 굉음이 마침내 황무지의 울부짖는 강풍 소리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으며 멀어져 가고, 마침내 그들의 궤적이 완벽하게 소멸하여 사라졌을 때에야 비로소 찬연 오빠는 가슴속에 묶어두었던 길고 떨리는 안도의 한숨을 부드럽게 내쉬었다.

그가 가만히 고개를 숙이더니, 내 관자놀이 옆구리 선 근처의 살결 위로 헤어날 수 없을 만큼 깊고 소중함이 고스란히 녹아내린 다정하고 오랜 여운이 남는 부드러운 입맞춤을 가만히 전해왔다.

"우리가 해냈단다."

찬연 오빠가 내 귓가에 입술을 붙인 채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깊고 달콤하게 가라앉으며 가슴속을 감미롭게 적시는 묵직한 중력을 뿜어냈고, 그의 엄지손가락은 내 허리 자락 근처를 따라 느릿하게 안심시키는 다독임의 선을 그렸다. 그가 내 눈빛에 시선을 고정하며 다정한 미소를 슥 번져 올렸다.

"우리가 마침내 국경선을 완벽하게 통과했어, 서하야. 이제 공식적으로 적진의 한복판에 도달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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