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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八集:不做選擇

아침 공기가 묘하게 가벼웠다.

 

 

도훈이 먼저 부엌에 들어와 말했다.

“여주 씨, 커피 드실래요?”

“네. 감사합니다.”

 

 

“어제 잠은 잘 잤어요?”

“생각보다요.”

 

 

그는 웃으며 컵을 건넸다.

“생각보다요? 그거 별로 안 잔 거잖아요.”

별거 아닌 농담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부엌 문에 기대 선 재현과 눈이 마주쳤다.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그런데 시선이, 오래 남았다.

 

 

▶ 인터뷰룸 – 도훈

Q. 여주 씨와의 분위기는요?

 

 

 

 

좋아요.

불편하지 않고,

억지로 끌어내는 느낌도 아니고.

 

 

제가 밀면, 살짝 당기는 사람 같아서

더 궁금해져요.

 

 

점심 무렵.

나는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었고,

재현이 옆에 앉았다.

 

 

“요즘 잘 웃네.”

“네?”

 

 

“도훈 씨랑 있을 때.”

말이 짧게 떨어졌다.

 

 

나는 책을 덮었다.

“왜요.”

“아니. 그냥.”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잘 맞아 보여서.”

“재현 씨는 저 선택 안 하잖아요.”

 

 

조용히 말했는데,

공기가 확 바뀌었다.

 

 

그가 나를 바라봤다.

“그게 왜 자꾸 기준이 돼.”

“기준이죠.”

 

 

 

 

나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선택 안 하면,

저는 없는 거랑 똑같잖아요.”

 

 

짧은 정적.

그의 턱선이 굳었다.

“없었던 적 없어.”

낮은 목소리.

 

 

“그럼 뭐예요.”

“….”

 

 

대답이 없다.

나는 먼저 일어났다.

 

 

“없는 거 아니면,

그만 헷갈리게 해요.”

 

 

▶ 인터뷰룸 – 여주

Q. 재현 씨와 대화 어땠나요?

 

 

 

 

답답했어요.

선택은 안 하면서,

자꾸 감정은 있는 것처럼 말하니까.

그게 제일 비겁해 보여요.

 

 

저녁 준비.

태산이 내 옆에서 채소를 썰었다.

 

 

“오늘 좀 날카롭네.”

“제가요?”

 

 

“응. 눈에 힘 들어갔어요.”

나는 피식 웃었다.

“태산 씨는 왜 이렇게 잘 봐요.”

 

 

 

 

“보고 있으니까.”

그가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 쳤다.

“저는 계속 선택할 거예요.”

 

 

짧고 분명한 말.

심장이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

 

 

편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한편, 거실.

도훈이 웃으며 원영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재현은 혼자 소파 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이

몇 번이고 내 쪽으로 돌아왔다가, 멈췄다.

 

 

밤.

✉️ 오늘 당신을 설레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나는 화면을 바라봤다.

태산.

도훈.

재현.

 

 

손끝이 아주 잠깐 멈췄다.

오늘은 화가 더 컸다.

 

 

그래도—

설렘은 설렘이었다.

 

 

나는 도훈을 눌렀다.

전송.

 

 

잠시 후.

 

 

 

✉️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문장.

재현은 오늘도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거실 끝에서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을 피하지 않았다.

선택은 안 하면서,

시선은 끝까지 따라온다.

 

 

그게 제일 화가 났다.

 

 

▶ 인터뷰룸 – 재현

Q. 왜 선택하지 않나요?

 

 

 

 

…지금 와서 선택하면

제가 지는 느낌이에요.

 

 

먼저 밀어낸 건 저니까.

 

 

근데 도훈 씨가 웃게 만드는 건

솔직히 신경 쓰이죠.

 

 

선택은 안 했지만—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