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묘하게 가벼웠다.
도훈이 먼저 부엌에 들어와 말했다.
“여주 씨, 커피 드실래요?”
“네. 감사합니다.”
“어제 잠은 잘 잤어요?”
“생각보다요.”
그는 웃으며 컵을 건넸다.
“생각보다요? 그거 별로 안 잔 거잖아요.”
별거 아닌 농담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부엌 문에 기대 선 재현과 눈이 마주쳤다.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그런데 시선이, 오래 남았다.
▶ 인터뷰룸 – 도훈
Q. 여주 씨와의 분위기는요?
좋아요.
불편하지 않고,
억지로 끌어내는 느낌도 아니고.
제가 밀면, 살짝 당기는 사람 같아서
더 궁금해져요.
점심 무렵.
나는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었고,
재현이 옆에 앉았다.
“요즘 잘 웃네.”
“네?”
“도훈 씨랑 있을 때.”
말이 짧게 떨어졌다.
나는 책을 덮었다.
“왜요.”
“아니. 그냥.”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잘 맞아 보여서.”
“재현 씨는 저 선택 안 하잖아요.”
조용히 말했는데,
공기가 확 바뀌었다.
그가 나를 바라봤다.
“그게 왜 자꾸 기준이 돼.”
“기준이죠.”
나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선택 안 하면,
저는 없는 거랑 똑같잖아요.”
짧은 정적.
그의 턱선이 굳었다.
“없었던 적 없어.”
낮은 목소리.
“그럼 뭐예요.”
“….”
대답이 없다.
나는 먼저 일어났다.
“없는 거 아니면,
그만 헷갈리게 해요.”
▶ 인터뷰룸 – 여주
Q. 재현 씨와 대화 어땠나요?
답답했어요.
선택은 안 하면서,
자꾸 감정은 있는 것처럼 말하니까.
그게 제일 비겁해 보여요.
저녁 준비.
태산이 내 옆에서 채소를 썰었다.
“오늘 좀 날카롭네.”
“제가요?”
“응. 눈에 힘 들어갔어요.”
나는 피식 웃었다.
“태산 씨는 왜 이렇게 잘 봐요.”
“보고 있으니까.”
그가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 쳤다.
“저는 계속 선택할 거예요.”
짧고 분명한 말.
심장이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
편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한편, 거실.
도훈이 웃으며 원영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재현은 혼자 소파 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이
몇 번이고 내 쪽으로 돌아왔다가, 멈췄다.
밤.
✉️ 오늘 당신을 설레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나는 화면을 바라봤다.
태산.
도훈.
재현.
손끝이 아주 잠깐 멈췄다.
오늘은 화가 더 컸다.
그래도—
설렘은 설렘이었다.
나는 도훈을 눌렀다.
전송.
잠시 후.
✉️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문장.
재현은 오늘도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거실 끝에서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을 피하지 않았다.
선택은 안 하면서,
시선은 끝까지 따라온다.
그게 제일 화가 났다.
▶ 인터뷰룸 – 재현
Q. 왜 선택하지 않나요?
…지금 와서 선택하면
제가 지는 느낌이에요.
먼저 밀어낸 건 저니까.
근데 도훈 씨가 웃게 만드는 건
솔직히 신경 쓰이죠.
선택은 안 했지만—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