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同人小說] 高中男生中唯一的女生的故事.zip

TXT/崔杋圭同人小說)和崔杋圭共撐一把傘

금요일 오후, 예보에도 없던 비가 쏟아졌다.

 

우산은 당연히 없었다.

아침에 하늘이 그렇게 멀쩡했는데 누가 우산을 챙겨.

 

교문 앞 처마 밑에 서서 속으로만 툴툴거리며 멍하니 비를 바라봤다.

택시 앱을 켜봤더니 배차 대기만 수십 분. 뭐, 그렇다고 탈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아는 애들한테 같이 가자고 하기엔 다들 우산이 하나씩이고. 일단 남자라서 말 걸기도 껄끄럽고...

 

그냥 비 맞고 뛰어갈까,

하고 용기를 끌어모으던 찰나였다.

 

머리 위로 그늘이 생겼다.

 

 

"어디까지야?"

 

옆을 봤더니 최범규였다.

파란 우산을 들고,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서 있었다.

 

한림예고 다닐 때부터 캐스팅 줄 섰다는 그 얼굴로,

지금 완전히 자연스럽게 내 머리 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다.

 

"어... 그냥 편의점에 떨궈주면 우산 사갈게."

"뭐? 그냥 지하철 역까지 같이 가면 되지."

 

 

풉, 웃으며 나를 내려다본다. 눈이 마주쳤다.

 

"그냥... 어차피 사야하고! 그래서..."

 

멋쩍음에 손으로 머리를 빗었다. 어차피 가야할거 그래, 그냥 역까지만.

범규도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 얼굴을 살핀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역까지."

 

말을 마친 최범규가 휙 앞으로 걷기 시작해서 그냥 따라갔다.

 

어디 사는지, 원래 어느 학교였는지 등등. 정적을 깨고 조금씩 물어오는 호구조사같은 질문에 대답을 하다가,

우산이 완전히 내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게 보였다.

 

범규의 오른쪽 어깨가 조금씩 젖고 있었는데 본인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야, 우산 이리 줘. 니 어깨 젖잖아."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는데."

"나 비 맞는 거 별로 안 싫어해."

 

말은 그럴듯하게 했는데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고.

아니, 애초에 비를 왜 맞아.

 

나란히 좁은 우산 아래를 걷다 보니 어깨가 닿을 것 같은 거리였다.

살짝 옆으로 피해볼까 했는데 그러면 내가 비를 맞으니까 그것도 애매하고.

이 상황이 왜 이렇게 어색하냐.

 

 

나 혼자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으니 범규가 불쑥 말을 꺼냈다.

 

"오늘은 수업 어땠어?"

"응? 아... 그냥 뭐. 아직 낯설어."

"저번에 최연준이랑 연습실 갔다며."

"어, 어떻게 알아?"

"연준이가 말하던데."

 

그 녀석이 말하고 다녔구나.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뭐라고 했는데?"

"잘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범규.

 

"춤선 예쁜 애 왔다고."

 

헉, 숨을 들이켰다.

이런 말까지 하고다닌단말이야? 괜이 얼굴이 뜨겁다.

교복 셔츠를 살짝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에이, 그냥 한 말이겠지."

"연준이 그냥 칭찬 잘 안 해."

 

범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뭔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는데,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편의점 앞에서 우산이 멈췄다.

 

응? 역까지 데려다준다는거 아니었나.

혹시 귀찮아진건가ㅡ 싶어서 어색해지지 않게 웃으며 말을 꺼낸다.

 

"나 여기서 우산 사서 가면 되겠다!"

"아니. 그러려고 온 건 아니고. 뭐 먹을래?"

"아 나는 괜찮—"

"와봐."

 

이 반 애들은 왜 다들 남의 말을 끝까지 안 듣는 거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 범규는 젤리와 초코우유를 두 개를 집었다.

초코우유에 빨대를 콕 꼽아주곤 내게 내어주었다.

얌전히 받아드니 젤리 포장지를 뜯는다.

 

"자."

"어어, 고마워."

"초코우유 좋아해?"

"응? 아, 단거 좋아하긴 해서."

 

한 입 쪼옥, 빠니 달달한 초코우유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음... 단거 오랜만에 먹네. 진짜 맛있다.

 

 

비가 오니 사람들은 우산을 사러 꽤 많이 들어갔다 나간다.

우리는 바깥이 훤히 보이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에 서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비가 계속 내렸다.

범규도 초코우유를 홀짝이면서 빗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조잘조잘 떠들 것 같은 얼굴인데, 지금은 의외로 조용했다.

 

"범규야."

"응?"

"왜 도와줬어?"

 

범규가 나를 봤다.

 

"그냥."

"그냥?"

"비 맞는 거 싫잖아."

 

거기에 덧붙이지도 않고,

당연한 말 한 것처럼 다시 유리창을 봤다.

 

범규 표정은 진짜로 별 거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내쪽을 홱 돌아보곤 웃었다.

 

"고마워?"

"엉? 응... 당연히 고맙지?!"

"고마우면"

"고마우면?"

"다음엔 네가 씌워줘."

 

 

개구지게 웃고선 내 입에 젤리를 욱여넣었다

악 뭐하는..!

시큼한 젤리가, 달달하기만 했던 입 안에서 톡톡 튀기 시작했다.

 

한 마디 하려다가 오물오물 젤리를 씹었다.

아무래도 신경써준 것 같지, 어색해하는거나 조금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거나.

 

"최범규."

"응."

"너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다."

 

범규가 픽 웃었다.

 

"생각보다가 뭐야, 생각보다가."

"첫인상이 좀 만만해 보여서."

"야."

 

빵 터지는 웃음소리가 편의점 안에 울렸다.

비는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고 유리창에 빗방울이 흘러내렸다.

 

"비, 그쳐가네."

"그러게."

 

이대로 그냥 빠이빠이 해야하는걸까?

그래도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다행이야. 장난끼도 있는 것 같고.

 

"그래도 데려다줄게, 역까지."

"어...?"

 

다시 씨익 웃은 최범규가, 다 먹은 쓰레기를 모으며 날 내려다봤다.

좋은 ... 친구, 좋은 애니까 그러는거겠지...

괜히 회피해보는 이성과는 다르게 심장은 한 번 쿵 내려앉고서는 위로 확 솟구쳤다.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최범규와 함께 편의점 밖을 나간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가까워진 거리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