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53화. 공주님

sophie97
2026.09.17瀏覽數 110
"문 열 거에요?"
나는 당황한 채
훈지 씨에게 물었다.
"열어야죠.
어떻게 안 열어요.
그리고, 형이 비번도 알고 있어요."
"아...처음 뵙는 건데
내 차림도 이렇고,
아직 요리도 안 됐는데..."
요리를 하느라 내 모습도
주방도 엉망이긴 마찬가지였다.
"괜찮아요. 이해할 거에요."
훈지 씨가 현관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박훈지.
문 하나 여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형님들 오시는데 안 나와보냐?"
"형님들?"
나는 놀란 눈으로 훈지 씨를 바라봤다.
"잠깐만, 아까 형밖에 안 보였는데?"
"어? 이 신발은 누구 꺼야?
여자 신발 아니야?"
"형. 얘 여자랑 같이 있나봐요?"
형이 거실로 들어오자마자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누...구세요?"
그 뒤로 다른 남자가 한 명
더 따라들어왔다.
"어? 성우 너는 웬일이야?"
"너 오늘 쉬는 날이라고 하길래
놀러 왔는데?
1층에서 형 만나서 같이 들어왔어.
그런데... 이 분은 누구셔?"
나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 형, 성우야.
내 여자친구야.
내가 말했었잖아."
"아... 그 정아씨?
안녕하세요. 훈지 형이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훈지 친구에요.
그런데... 호칭을...
뭐라고 하지...?
정아 씨? 누님? 누나?"
나는 아무말도 못 하고
뻘쭘하게 서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도 서로 눈치만 살피며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때였다.
훈지 씨가 큰 소리로 외쳤다.
"공주님!"
나는 깜짝 놀라 훈지 씨를 바라봤다.
"훈지 씨. 무슨 공주님이에요?"
나는 민망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 공주님. 괜찮다."
"그래... 그렇게 부르자.
공주님, 좋네."
"훈지 씨. 하지 말아요."
"왜요? 여자들은 다 공주님이지.
안 그래?"
"어. 그래. 저희는 괜찮아요.
공주님."
'하... 진짜 박훈지...'
"공주님. 우리는 빨리 요리해요."
훈지 씨는 나를 주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며
친구와 형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오늘 쉬는 날이라
요리를 해서
정아 씨를, 아니 공주님을
초대하기로 했는데
아직 요리가 안 끝났어.
다 같이 먹으면 되겠다."
훈지 씨가 나를 위해 해주겠다는 요리는
어느 새 내가 요리 솜씨를
테스트받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파스타와 감바스, 연어 샐러드를
생각하고 재료를 구입했던 터라
나는 재료들을 하나씩 요리해 나갔다.
"훈지 씨, 저쪽으로 좀 나가 있을래요?
왔다 갔다 하는데 자꾸 걸리적거려요."
"공주님.
내가 오늘 메인 쉐프에요.
저리 가라고 하면 어떡해요?"
훈지 씨 형과 친구는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훈지 씨는 요리를 하는 건지
옆에서 방해를 하는 건지
대환장 파티였다.
요리에 능숙하지도 않은 데다가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속도가 나지 않았다.
30분 정도가 더 지났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드디어 완성한 요리를 셋팅했다.
나는 세 사람이 먹어 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포크를 들어
파스타를 한입씩 입에 넣었다.
"음...." / "어..." / "와...."
"훈지 씨 어때요?"
"맛있는데요!
형 그치? 괜찮지?"
"어. 맛있다.
내 입에 딱 맞는다."
훈지 씨는 나머지 두 사람의 그릇에
파스타를 듬뿍 덜어 주었다.
"성우 너 아까 배고프다고 했지?
많이 먹어라 짜식."
"형도 아까 배고프다고 하지 않았어요?
형도 좀 더 드려."
파스타와 감바스를 세 사람이 모두
싹 비우는 바람에 나는 맛도 보지 못했다.
"우리 때문에 공주님이 먹을 게 없네.
공주님은 연어샐러드라도 먹어요."
훈지 씨는 내 접시에 샐러드를 덜어 주었다.
나는 못내 섭섭했다.
'열심히 요리해 줬더니
나만 빼고 다 먹어 버리고...'
나는 훈지 씨 접시에 남아 있는
파스타 소스를 숟가락으로 조금 떠먹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내가 소금을 너무 많이 넣었구나...'
나는 그윽한 눈으로 훈지 씨를 바라보았다.
"왜 모두에게 그렇게 친절해요?" <55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