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92화. 사랑에 올인



내가 토스트를 다 먹고 나서야

훈지 씨는 입을 뗐다.





"정아 씨. 혹시 부산 가서

 이상한 다짐하고 온 거 아니죠?"





"이상한 다짐이요?"





"나랑 헤어져야겠다거나... .

 뭐, 그런 다짐."





나는 빤히 훈지 씨를 바라봤다.





"말해 봐요. 그런 거 아니죠?

 내가 석 달 동안 최선을 다해서

 허락을 받아 낼 거에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누나를 이해해 달라고는 하지 않아요.

 대신 흔들리지만 말아줘요.

 그게 내 부탁이에요."






"훈지 씨.
 
 부산 가서 잠만 자고 왔는데도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어요.

 우리 이야기 그만 하고 이제 자요."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가 내 손을 붙잡았다.





"내 말에 대답 아직 안 했잖아요."





"네... 아직 안 했어요.

 그 대답, 며칠만 기다려 줄 수 있어요?"





"왜요?"





나는 내 손을 잡은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며칠만이요..."





나는 그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죽은 듯이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찍부터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카페에 가는 길에 부동산에 들렀다.

현재 카페를 그대로 인수할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리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을 마무리한 뒤,

당분간 몇 달 동안은

번역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카페에 도착한 나는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고 오픈 준비를 했다.





그때 지성 씨가 들어왔다.





"사장님!! 일주일 만에 뵈니까 눈물 나려고 해요.

 푹 쉬고 오신 거죠? 이제 괜찮으세요?"





"왜 눈물이 나려고 해요?

 무슨 일 있었어요?"





"혼자 일하려니까 무지 외롭더라구요. 하하"





"나는 또 뭐라고...깜짝 놀랐네.

 지성 씨. 잠깐 이리로 와서 앉아 볼래요?"






"네."






"지성 씨.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부동산에 들렀어요.

 카페를 내놨어요... 미안해요."  






"네?"






"대신 카페 그대로 인수할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 놨어요.

 지성 씨도 지금처럼 일할 수 있는 조건으로요.

 갑자기 이런 결정 내려서 미안해요."





지성 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사장님...."






"지성 씨도 봐서 알죠?

 여기에 나를 찾아오는 불청객이 꽤 많았던 거?

 물론 여기서 우진 씨도 알게 됐고,

 무엇보다 지성 씨를 알게 되어서

 정말 행운이었지만..."





"그럼 이제 사장님 못 보는 거에요?





지성 씨가 섭섭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못 봐요?

 내가 이 카페로 일하러 오면 되죠.

 대신 손님으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성 씨의 어깨 위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우리... 죽을 때까지 인연 이어 가는 거에요!

 이제는 누나와 동생 사이로...
 
 아닌가? 이모와 조카 사이라고 해야 하나?'"





"에이... 무슨 소리세요.

 이제는 누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지성 씨. 센스 최고다!!"





나는 그만두기로 결심해서인지,

아쉽고 섭섭한 만큼

카페에서의 일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부산을 다녀 온 뒤로

평온한 며칠이 흘렀다.





그날 밤,

나는 늦게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 온

훈지 씨를 데리고 우리만의 별 보는 장소로 향했다.





훈지 씨는 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도착한 뒤에도

그는 내내 내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훈지 씨. 여기 잠깐 앉아요."





"왜요? 무슨 얘기하려구요?"





"아니... 나 다리 아파서 그래요."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빨리 앉아요. 나 할 얘기도 있어요."





"나 듣고 싶지 않은데..."






"훈지 씨.

 내 말 잘 들어주기로 했잖아요.

 빨리 앉아 보라니까요."





그는 하는 수 없이 내 옆에 앉았다.





"훈지 씨.

 내가 부산에서 올라 올 때는 사실...

 누님 말씀대로...

 훈지 씨 옆에 있고 싶은 마음이

 정말 욕심인 것 같아서

 다 정리하고 잠적해 버릴까도 생각했어요."





그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섰다.





"내 말 안 끝났어요."

 



나는 그의 손을 잡아끌어 다시 앉혔다.





"그런데...

 그 날 밤, 내가 부산에서 올라 온 날 밤에

 훈지 씨가 나한테 석 달 동안 최선을 다해서

 허락을 받을 거라고 했잖아요.

 그 말을 듣고...."






그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석달 동안 훈지 씨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해 보려고 해요.

 카페도 내 놓았고,

 번역 일도 몇 달 동안 쉬기로 했어요.

 훈지 씨를 위해서, 내 사랑을 위해서

 올인해 볼 거에요."





그제서야 훈지 씨의 굳어 있던 얼굴에서

서서히 긴장이 풀렸다.





"대신 석달 동안 우리가 최선을 다 했는데도

 안 되면... 그 때는... 우리.,

 그냥 미련 없이 헤어져요."





"나는 자신 있어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고마워요."





그는 환한 웃으며

나를 끌어당겨 안았다.





"그렇게 생각을 바꿔 줘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나는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인생에서 그 정도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 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에요.

 훈지 씨는..."





"정아 네가 이렇게 변했다고?" <93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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