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小英雄/守護者西恩】速度與距離之間

速度與距離之間 第二集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세 번째 콜을 받고 골목으로 들어가던 순간이었고, 와이퍼도 없는 오토바이 앞유리 위로 빗방울이 퍼지면서 시야가 흐려졌는데도 안수호는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았고 뒤에 앉은 연시은은 평소 같았으면 바로 지적했을 상황임에도 이상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잡이를 잡은 손에만 힘을 주고 있었다.

“야, 미끄럽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건 시은이었고, 수호는 짧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알아.”

“줄여.”

“시간 밀린다.”

“사고 나면 더 밀려.”

“안 나.”

그 짧은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골목 끝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오토바이 한 대가 급정거를 했고, 수호는 반사적으로 핸들을 틀면서 브레이크를 잡았고 뒤가 살짝 미끄러지면서 차체가 흔들렸지만 간신히 균형을 잡았고 시은은 그 순간 수호의 옷자락을 꽉 잡아당겼다.

스토리 핀 이미지

“야, 괜찮냐.”

“…앞 봐.”

“손 떼도 돼.”

“안 놔.”

그 말이 생각보다 단호해서 수호가 잠깐 웃음을 참았고, 다시 속도를 줄인 채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날 마지막 콜은 이상했다.

배달 주소는 주택가 끝에 있는 낡은 다세대 건물이었고, 현관 불도 꺼져 있었고 호출 벨도 고장 난 상태라 수호는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려야 했고, 한참 뒤에야 안에서 누가 발소리를 끌면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왔어요.”

문이 열리자 술 냄새가 먼저 튀어나왔고, 중년 남자가 반쯤 풀린 눈으로 수호를 내려다봤다.

“늦었네.”

 

“비 와서요.”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남자는 손을 내밀지 않았고, 대신 시은 쪽을 한 번 훑어봤다.

“학생이네.”

“…네.”

“이런 거 해도 되냐, 이 시간에.”

시은은 대답하지 않았고, 수호가 대신 봉투를 내밀었다.

“결제요.”

남자가 지갑을 꺼내다가 갑자기 손을 멈췄다.

“근데 이거, 하나 빠진 거 같은데.”

“확인하고 나왔는데요.”

“아니라니까?”

남자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고, 계단 쪽에서 다른 발소리가 하나 더 들리더니 뒤에서 누가 툭 튀어나왔다.

같은 또래였다.

“형, 뭐야.”

“얘네가 음식 하나 빼먹고 왔다잖아.”

그 말에 뒤에서 나온 애가 씩 웃었다.

“아, 그래?”

순간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은은 바로 계산했다.

위치, 인원, 도주 경로.

계단은 하나, 뒤는 막힘.

“봉투 다시 보여주세요.”

시은이 먼저 손을 뻗었고, 남자가 잠깐 망설이다가 봉투를 내줬고 시은은 그 자리에서 내용물을 하나씩 꺼내면서 말했다.

“치킨, 콜라, 사이드, 다 있습니다.”

“아니라니까?”

남자가 손으로 봉투를 툭 치면서 일부러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순간 그 뒤에 있던 애가 계단 쪽을 막아섰다.

“돈 더 내고 가면 되잖아, 형.”

수호가 웃었다.

아주 짧게.

“야.”

“…뭐.”

“그거 주워.”

“뭐?”

“네가 떨어뜨렸잖아.”

남자의 표정이 굳었고, 뒤에 있던 애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야, 말투 뭐냐.”

“들리게 했는데.”

“지금 장난하냐?”

수호는 대답 대신 한숨을 쉬면서 헬멧을 내려놓았다.

“시은아.”

“…왜.”

“뒤에 봐.”

“봤어.”

“빠질 수 있냐.”

“타이밍 주면.”

“오케이.”

그 짧은 대화 끝나자마자 수호가 먼저 움직였다.

앞에 있던 남자의 멱살을 잡아당기면서 그대로 벽에 박았고, 동시에 뒤에 있던 애가 달려들었지만 시은이 한 발짝 옆으로 빠지면서 발을 걸었고 균형을 잃은 순간 팔을 잡아 계단 쪽으로 밀어버렸다.

“야 이 새끼들”

남자가 소리치기도 전에 수호가 입을 막듯이 손으로 턱을 밀어 올렸고, 낮게 말했다.

“선 넘지 마시고, 적당히 하셔야지?”

그 말은 웃으면서 했는데, 눈은 전혀 아니었다.

뒤에서 넘어진 애가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시은이 계단 난간에 발을 걸치고 서서 조용히 말했다.

“오면 떨어집니다.”

짧은 정적.

그리고 먼저 물러난 건 그쪽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비가 더 세졌다.

수호는 아무 말 없이 오토바이에 올라탔고, 시은도 따라 앉았다.

엔진 소리가 커졌고, 잠깐 아무 말도 없었다.

“야.”

“…왜.”

“재밌냐.”

“전혀.”

“근데 또 할 거지.”

“돈 주면.”

수호가 웃었다.

“와, 얘 진짜.”

“너도 마찬가지잖아.”

“…뭐가.”

시은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굳이 안 맞아도 되는 거 맞잖아.”

수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헬멧을 고쳐 쓰면서 말했다.

“야, 꽉 잡아.”

“왜.”

“이번엔 좀 빨리 간다.”

그날 이후 둘이 하는 배달은 단순한 알바가 아니라는 걸, 둘 다 알게 됐다.

그리고 문제는 이 동네에서 그런 식으로 버티는 애들은, 오래 못 간다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