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밤/ 연준 범규 팬픽] 숨겨야 할 사람

숨겨야 할 사람 6화

쾅!

폐공장 안으로 경찰특공대가 들이닥치자 순식간에 총성이 멎었다.

조직원들은 당황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봤고, 경찰의 경고 방송이 공장 안을 가득 메웠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

"도주하면 즉시 사격한다!"

혼란을 틈타 범규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조직원의 팔을 있는 힘껏 밀쳐냈다.

"놔!"

몸이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넘어졌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범규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연준이 있는 곳이었다.

"형!"

연준은 무너진 철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이미 어깨에서는 붉은 피가 붕대를 흠뻑 적시고 있었고, 옆구리에는 총알이 스쳐 지나간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얼굴이 창백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괜찮아요?"

범규의 떨리는 목소리에 연준은 힘겹게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아."

"...또 거짓말."

범규는 두 손으로 연준의 얼굴을 감쌌다.

손끝에 닿는 피부는 차가울 정도로 식어 있었다.

"왜 매번 괜찮다고만 해요."

"..."

"안 괜찮잖아요."

"죽을 뻔했잖아요."

연준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범규를 바라봤다.

"...그래도."

낮고 쉰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늦지 않았잖아."

그 한마디에 범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또다시 목숨을 걸었다.

그 사실이 너무 미안했고, 동시에 너무 고마웠다.

"형은 진짜 바보예요."

"...알아."

"나 하나 살리겠다고."

"형 인생을 다 버렸잖아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연준은 피 묻은 손으로 범규의 눈가를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버린 적 없어."

"..."

"처음으로."

연준은 희미하게 웃었다.

"내 선택으로 살았을 뿐이야."

범규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연준을 와락 끌어안은 채 아이처럼 울었다.

"다신 그러지 마요."

"..."

"제발 혼자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요."

"...미안."

그 짧은 사과가 연준에게는 너무 어려운 말이었다.

"최연준."

뒤에서 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형사는 수갑을 든 채 연준 앞에 섰다.

"당신을 조직범죄, 살인, 불법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범규는 다급하게 형사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형은 절 살렸어요."

"조직도 무너뜨렸고, 증거도 넘겼어요."

"선처해 주시면 안 돼요?"

형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 공은 분명 인정받을 겁니다."

"하지만 저지른 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범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준은 조용히 두 손을 내밀었다.

철컥.

차가운 수갑이 손목을 감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범규의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연준은 경찰차에 타기 전 마지막으로 범규를 바라봤다.

"...범규."

"...네."

"미안하다."

"..."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연준은 아주 작게 웃었다.

"살아줘서 고맙다."

경찰차 문이 닫혔다.

범규는 멀어지는 경찰차를 끝까지 바라봤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3년 후.

가을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던 오후.

교도소 정문이 천천히 열렸다.

"최연준 씨."

"출소를 축하합니다."

연준은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들고 문밖으로 걸어 나왔다.

3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머리는 조금 짧아졌고, 얼굴은 전보다 수척해졌지만 눈빛만큼은 처음으로 평온했다.

그때였다.

"형!"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준이 고개를 들자 한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스토리 핀 이미지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범규였다.

예전보다 조금 더 성숙해졌지만, 환하게 웃는 얼굴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왔네."

"당연하죠."

범규는 숨을 몰아쉬며 연준 앞에 섰다.

"약속했잖아요."

"기다리겠다고."

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3년이라는 시간은 누군가를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니까.

하지만 범규는 정말 약속을 지켰다.

"많이 기다렸어요?"

연준이 조심스럽게 묻자 범규는 피식 웃었다.

"기다리는 건 안 힘들었어요."

"..."

"형이 혼자 버티는 게 더 힘들었죠."

순간 연준의 가슴 한쪽이 먹먹하게 저려 왔다.

누군가 자신의 시간을 이해해 준 건 처음이었다.

범규는 가방에서 작은 도시락을 꺼냈다.

"이거 기억나요?"

"...계란말이."

"면회 갈 때마다 해 갔는데."

"이제는 밖에서 같이 먹을 수 있어요."

연준은 도시락을 받아 들고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왜 안 먹어요?"

"..."

"맛없어 보여요?"

연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

"이렇게 따뜻한 밥은."

잠시 숨을 고른 연준이 낮게 웃었다.

"오랜만이라."

범규는 아무 말 없이 연준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연준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단단하게 마주 잡았다.

"범규."

"...네."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해."

범규는 한참 동안 연준을 바라보다 조용히 웃었다.

"형은."

"..."

"내 인생을 구해 준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고개를 천천히 저은 범규가 말을 이었다.

"사실은 반대였어요."

"...?"

"형이 날 살려 준 게 아니라."

"형이 있어서 제가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연준은 말없이 범규를 바라봤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자신을 이렇게 바라봐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연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날."

"..."

"널 처음 봤던 날."

"명령대로 방아쇠를 당겼으면."

"..."

"난 평생 사람으로 살지 못했을 거야."

범규의 눈가가 붉어졌다.

연준은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갔다.

"죽이지 못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

"난 처음부터."

잠시 숨을 삼킨 연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널 살리고 싶었고."

"..."

"널 사랑하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아."

범규는 끝내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 말."

"..."

"3년이나 늦었어요."

"미안."

"대신."

범규가 연준의 손을 더 꼭 잡았다.

"앞으로는 절대 늦지 마요."

연준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

노을이 두 사람의 등을 길게 비췄다.

누군가는 연준이 범규를 구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범규가 연준을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만은 알고 있었다.

상처투성이였던 두 사람의 인생은,

그날 비 내리던 골목에서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이미 서로를 향해 조금씩 걸어오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번에는,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은 채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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