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魔鬼同居
第四集


툭, 잠에 빠진 듯한 여주를 쇼파 맡에 살짝내려놓은 석진이,

한참 내리는 비를 맞아 축 젖어버린 날개를 대충 말리곤 여주의 옆에 앉았다.

일정하게 오르내리는 그 움직임을 바라보다,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워보였다.


김석진
....이런,

갑자기 알 수 없는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자 얼굴이 확 찌푸려졌다.

악마는,

그것도 마계에서 탈주한 악에 서린 악마는,

마계의 기를 받지 못하면 몸에 고통이 일어난다.

그 고통을 잊기위해서는 이계의 기와 마계의 기를 일정한 비율로 일치시켜야 하며,

만약 악마가 천사의 기를 빨아먹을 경우, 마계의 기는 이계의 기와 균형을 이룬다.


김석진
...짜증나게 됬군.

천사에게서 이계의 기를 빨아먹는 방법은,

입맞춤.

어젯밤 두 번의 입맞춤으로 짧게나마 고통을 딛고 하루의 시간을 연명해보았지만,

별 효과는 없었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천사의 기를 하루에 두 번 이상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악마의 몸에 천사의 기가 너무 많이 들어오면 악마의 어두운 기는 점차 사라지고,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승화하게 될 것이니, 신중해야만 했다.


김석진
...............

파르르, 불 꺼진 거실 사이로 어렴풋이 들어오는 빛을 보고 있던 석진이,

분노서린 표정으로 블라인드를 튕겼다.


김석진
빛은 싫어.

순식간에 온 집 안이 어둠으로 뒤덮이고 그제서야 승리의 미소를 띄운 이는,

곧 문을 열고 창공을 날았다.

빛 한 점 없는 어둠의 순간을 만끽하면서.

한유라
아, 어디야.

천계 하급 천사들
여기, 아닌 거 같아요.

한유라
자, 여기 이렇게 생긴 악마. 혹시 봤어?

비를 피하기 위해 날개를 접어 올린 유라가 잔뜩 구겨져 얼굴 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종이쪼가리를 건넸다.

천계 하급 천사들
...포기하시려나봐.

한유라
자, 조용히 해!!

한유라
못 찾으면 오늘 저녁 없다!!

한유라
하지만 찾으면 5성급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만끽할지도 모르지.

천계 하급 천사들
아, 어!! 천사님!! 저기 아니에요?

하급 천사 한 명이 가르킨 곳은,

다름아닌 석진이 앉아있는 벤치.

멀리서도 어둡게 빛나는 그 존재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한유라
미친, 쟤가 얘라고?

그 순수하던 어린 애가 저 괴물 새끼라고?


김석진
이제 오시나?

한유라
여주는 어딨니, 얘?


김석진
지금 상황 파악이 잘 안되나봐?

한유라
너!! 길 잃었다면서 왜 여기 앉아있어?

한유라
가자, 이모..아니 누,나가 데려다줄게.


김석진
아니, 됐고...입술 좀 빌릴게.

한유라
미친 새끼야!! 내 첫키스를 뺏지마!! 남친이랑 아직 진도도 다 못뺐단 말이야, 어? 네 놈이 책임질거야?!


김석진
넌, 그냥 가라.

한유라
뭐? 나 너 잡으러 천계에서 여기까지 왔거든?!


김석진
네, 가세요. 더 있다간 내가 그쪽을 죽일 것만 같아서.

살인적인 미소와 자칫잘못하면 진짜 죽일 것 같은 그 모양새에,

한유라
너, 나중에 다시 온다. 그 땐 키스고 뭐고 씨알도 안먹혀, 어?!

천계 하급 천사들
....봐, 역시 우리 유라님은 단순하다니까.

한유라
조용히 안해? 다들 오늘 저녁없어!

천계 하급 천사들
....씹, 이래서 천사일 계속 하겠냐.

한유라
가, 가자고!!



그렇게 모두가 돌아가고 난 후,

퍽, 이질적인 둔탁한 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졌다.


김석진
.......누구야?

짜증나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 순간,


김태형
우와, 악마다.

큰 눈을 가진 어린 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김석진
너 뭐야?


김태형
나는......


김태형
이러면 좀 믿으시려나.


김석진
귀찮으니까, 내 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꺼져.


김석진
다른 목적이 있다면 버리는 게 좋을 거야.


김태형
.....이래도?

석진의 목에 걸려있던 검은 빛 펜던트를 빼버린 태형이 비릿하게 웃었다.


김태형
...이거 없으면,


김태형
여기 못 있을텐데.


김태형
어디서 훔쳐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됐네.


김태형
이런 거 구하기 힘들거든.


김석진
너어, 그거.....윽..


김태형
그러니까, 놀아달라고. 재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