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酵。
上午11點


김태형의 손에 의해 끌려나온 복도는, 쉬는 시간인 것을 증명하듯이 남자고 여자고 할 거 없이 섞여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냈다.

김태형이 잘생겨서인지, 노골적으로 휘파람을 부는 남학생들이 있고...

나를 째려보며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들을 내뱉는 여학생들이 있다.

지나오며 저 눈을 한 대씩 때려주고 싶었지만 반장 앞에서 미운 털 박히기는 별로라 그냥 나도 같이 노려보아 줬다.

그렇지만 저렇게나 많은 애들이 쳐다보면 무섭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김태형에게 속삭였다.

000
저기, 반장아. 그. 손 좀 놓아 줄래...?



김태형
아, 미안!

그렇게 슬픈 강아지 표정 하면 할 말이 없잖아, 얘 마음 약하게 하는 데 소질 있네.

김태형은 그 말을 끝으로 나를 옥상의 벤치 쪽으로 밀며 데려갔다.

000
...이 쪽은 교무실이 없는데.

어쩌면, 김태형과 조오금.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그 시각, 반은 차가운 표정에 날이 선 민윤기 때문에 시끄러워지지도 못 하고 있었다.

누가 조금만 떠들라 쳐도,


민윤기
...니들 시끄럽다.

며, 말을 막아버리는 윤기에 윤기의 '일진 친구' 만 속이 탔다. 아무래도 평판이 중요한지 윤기를 계속 설득하려 들었지만.


박지민
야, 그냥 고백을 하라고. 여기가 교실인데 어떻게 항상 조용하냐, 새끼야.


전정국
니 뭐가 문젠데? 뭣땜에 자꾸 삐끼 있노, 어? 와 그라는데.


민윤기
신경 꺼.


박지민
이 새끼 000 때문이다 아이가, 전정국아.

사실, 내로라하는 날라리들이 윤기와 친구인 이유도 윤기가 시니컬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그가 여학생 한 명 나갔다고 이렇게 화를 표출한다는 점에서 몇 눈치 빠른 녀석들은 킥킥 웃었다.


전정국
내는 느그가 이해가 안 된다. 아 하나 때문에 이 지랄이가.

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날 벤치에 앉히고서야 김태형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태형
그, 미안해. 선생님은 안 계신데. 그 너보고... 선생님이... 인터뷰! 를 하라구, 하셔가지고...

000
푸흡,

말투가 너무 귀여워서 웃어버렸더니 그가 나를 뚫어져라 본다.

000
미안, 미안해.

고개를 푹 숙이니 그가 웃는 소리가 들렸고, 눈을 마주보니 반장의 귀는 새빨개져있었다.

000
면담 하라고 그러셨구나. 응.


김태형
고마워, 00아. 내가 말하는 거에 소질이 잘, 없어가지고.

000
괜찮아. 계속 말해.

적당히 분위기가 달달하고 좋아져서, 나도 오랜만에 싱긋 웃으며 말을 했다.


김태형
같은 문제집을 3번씩이나 풀어? 독서실 같은 건 안 다니구?

000
아, 아미 스터디라는 데를 다녀.

000
깔끔하고 괜찮아. 적당히 조용하고, 사람도 많이 없어서 공부하기 편해.


김태형
나도 거기 다니고 싶다. 00이랑 같이 공부하면 잘 되지 않을까?

...너는 잘 되겠지만, 나는 너만 보느라고 잘 안 될 거 같은데.

내가 본 차가운 외모의 김태형과 달리 상당히 애교도 많고, 웃음도 많고. 실수도 많이 하는... 그런 성격이었다.

...내가 왜 자연스럽게 민윤기랑 비교를 할까.


김태형
그러니까 00아, 같이 공부하자! 나 아직 수학을 조금 못 해서, 같이 하면.


민윤기
니가?

000
어?

저 새끼는 왜 온 거지? 환각인가? 아니, 게다가 갑자기?


민윤기
딱히 너는 000이랑 같이 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



민윤기
아니야?


민윤기
종 쳤어, 반장님.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