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_Jang Ma-eum, an orphan with a family of 13

#13_Jang Ma-eum, an orphan with a family of 13

이제 공식적으로 같이 사는데 숙소 구경은 해도 되겠지. 아무것도 안 건드리면 괜찮을거다.

“찬이 말대로 내 방이 진짜 애매해지겠다.
나만 혼자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들이랑 방을 같이 쓸 수도 없고”

여긴 원래 남자 13명을 위한 숙소였으니 여자를 위한 물건이나 방이 있을리가 없다. 정연이라는 그 분도 자주 자고 가지는 않았을테고 자고 간다 해도 고작 하루이틀이었을 거고 여기서 살진 않았을테니까. 한 10분 정도 고민했으려나, 고민을 그냥 다 털어버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정말 무책임한 생각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이건 14명 모두가 얘기해서 결정할 문제니까. 우선 고아원 신청을 취소하는 게 먼저다. 고아원 원장님도, 시청 직원도 내가 안 가면 당황할 거고, 일에 차질이 생길거니까. 저번에 갔던 분이 받으셨으면 좋겠는데. 전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더니 누군가 받았다.

“00시청입니다.”

익숙한 목소리다. 그분 맞다, 원정민.

“아, 안녕하세요. 어제 시청에 들렀는데요.
장여주… 아니 장마음이라고. 고아원 신청을 했었어요.”

“아… 잠시만요.”

날 기억을 못하는 걸까. 하긴, 하루에만 몇 백명 그 이상을 볼 텐데 기억하는 게 이상한가. 기억해주길 바랬던 내가 우스워 살짝 웃었다.

“아, 여주? 어제 제일 처음 봤던 애?”

“기억하시는 거에요?”

“당연하지.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앨 어떻게 잊어.
근데 왜 그래? 신청은 잘 됐는데.”

“아는 사람이랑 같이 살기로 했거든요.”

“아는 사람? 친구?”

“뭐, 친구도 있고…”

찬이는 이미 승우나 수빈이만큼이나 친한 친구가 되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아, 그럼 취소하는 거야?”

“네.”

“그럼 그 아는 사람 이름은 뭐야?”

“공식적으로 필요한 건가요,
아님 그냥 궁금하신 건가요?”

“둘 다”

“친가족은 아니고…”

“입양?”

“거기까진 아니에요.
그냥 보호자로 해두시면 될 거 같아요.”

“총 3명까지 돼. 이름이랑 전화번호만 남겨주면 되고.”

아, 전화번호를 공개해도 되는 걸까.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연예인인데.

“그냥 적히기만 하는 거죠? 별 거 없죠?”

“응. 너한테 무슨 일이 있다거나 했을 때만 연락하는 거야. 뭐, 범죄에 휘말렸다거나, 크게 다쳤다거나 하는”

“그 사람이랑은 무슨 관계가 되는 거죠?”

“같이 사는 사람이 여러명이라면 갈라지게 됐을 때
네가 말한 한 사람이 널 책임져야하는 거지.”

생각보다 큰 자리인 모양이다. 물론 세븐틴이 해체할 리는 없으니 아마 13명에서 날 책임지겠지만 년차가 꽤 되면 따로 살 수도 있으니 잘 골라야했다. 98즈와 찬이는 아직 미성년자고, 97에도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면 법적으론 미성년자기에 딱히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승철, 윤정한, 홍지수요.
근데 홍지수는 미국 사람인데…?”

“그냥 적어만 두는 거라니까. 전번 불러줘.”

연락처에 저장되어 있는 셋의 전화번호를 모두 불러주었다.

“그럼 취소는 내가 알아서 할 거고.
그리고 올해 12월 30일까지는 고아원 갈 수 있어.
만 18세까지니까.”

“네엡! 나중에 다시 만나러 가도 돼요?
나 용돈 받는데 나중에 밥 한 번 사드리고 싶어요…”

“고작 18살인 애한테 받아먹고 싶진 않아요~
다시 만나러 오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고.”

“곧 뵈러 갈게요.”

“그래, 나중에 보자~”

네에~ 하고 기분 좋게 대답하고 바로 승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편지 한 장 남겨놓고 나갔으니 놀라고 날 많이 걱정하고 있을 테니. 아, 순간 내가 남겨둔 편지의 내용이 기억나 버렸다. 

‘미안, 승우야. 좋은 마음으로 날 위해줬는데 이렇게 말도 없이 나가게 돼서. 나, 그냥 고아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이 세상에서 내가 설 자리는 없는 것 같아. 누구도 날 위해주지 않을 것만 같고, 이 세상이 너무나 무서워. 하지만 너 같이 좋은 사람도 있다고 굳세게 믿으며 살아갈게. 그래서 고아원에 다시 들어가기로 한 거야. 너 같이 좋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그리고 날 위해준 첫 번째 사람인 너랑 너희 가족에게 더 이상 폐 끼칠 수가 없더라. 대신 연락은 하면서 지내자. 고마웠고, 미안했고. 나 솔직히 너 좋아했닼ㅋㅋ’

지금 생각하면 딴 세상 얘기 같다. 고작 하루 전의 일인데… 전화 연결음이 오늘따라 너무 길게 느껴진다. 한참이 지나고 포기하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승우가 전화를 받았다.

“여주? 무슨 일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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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날 먼저 걱정해준다.

“아니, 딱히 무슨 일은 아니고. 바빠? 통화할 수 있어?”

“응, 어차피 등굣길이라 괜찮아. 무슨 일인데?
고아원 애들이 괴롭혀?”

“그런 부정적인 일은 아니야.
아주아주 좋은 소식이지”

“뭔 일이여.”

“너 세븐틴이라는 그룹 알아?”

승우는 고민 듯 하더니 대답한다. 모른다고.

“아… 알아야 설명하기가 쉬운데…”

“그 사람들이랑 일이랑 상관 있어?”

“응, 나 그 사람들이랑 같이 살기로 했거든.”

“아이돌치고 착한 사람 없는데…”

왜 저렇게 생각하는지, 살짝 화가 났다. 나에게 손 내밀어 준 사람을 욕하는 것 같아서.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다 연기인 거 같긴 하더라고…
물론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냥 네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그 사람들이 너한테 잘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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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엄청 잘해줘. 정한이라는 오빠가 있는데,
잘 생겼는데 착하기까지 해.
조슈아라는 오빠는 나 같이 사는 거 설득할 때 도와줬고. 아, 거기 나랑 친구도 있어. 찬이라고.”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아서 내가 기분이 다 좋네.”

전화 너머로 진심으로 웃고 있는 승우가 보였다. 난 정말 이런 친구 다시는 못 만들 것 같아.

“근데 한승우…”

“왜 성 붙여서 불러? 왜 그러는데?”

“내가 그렇게 나간 이후로 전화 한 통이 없더라?”

아아… 하는 승우의 감탄사가 들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나간 이유를 난 너무 잘 아니까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린 거야.”

“…끝까지 배려해준 거구나.”

“배려가 나쁜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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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고마워, 승우야.”

만약 지금 마주보고 있었다면 승우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별 거 아니라고 말해줬을텐데. 그리고 나도 모르는 새에 날 안아주고 천천히 다독여줬을텐데. 보고 싶다, 한승우.

“아, 그럼 너 집 생긴 거잖아?”

“응, 그렇지 뭐. 왜?”

“수빈이 말이야.
너 도와주겠다고 예상보다 일찍 귀국하려고 했었어.”

“왜? 굳이 안 그래도 되잖아?”

“그런 기억이 있는 곳으로 널 돌려보내고 싶진 않대.”

“정수빈 뭔데 착한데…”

“걔 원래 나쁜 놈은 아니야.
나한텐 못된 장난도 많이 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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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텐 나쁘게 대한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어휴, 그건 나도 알아.
난 걔의 이중인격에 진심 개깜놀함.”

“하여간 온다는 거 진짜야?
그 천하의 정수빈이 고작 날 위해 돌아온다고?”

“어. 그런 걸로 장난은 안 쳐.”

“헐… 걔 언제 온대?
무조건 막아야 하는데
벌써 왔다던가 막 그런 건 아니지?”

“몰라? 지금은 부모님 설득하고 있을걸.
난 그 정도밖에 몰라.”

“와… 다행이다. 진심 큰일날 뻔 했음.”

“그러게. 수빈이 중국 유학 진짜 가고 싶어했는데
기간도 못 채우고 돌아오면 히스테리 겁나 부릴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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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너랑 통화 끝나면 내가 전화 해볼게”

“빨리 끊으라는 말로 들어도 되겠지?”

“빨리 끊지마… 오랜만에 통화하니까 좋아.”

“근데 어쩌나? 학교 다왔는데.”

“아아아… 한승우 너네 학교 폰 안 내도 되잖아.
나랑 좀 더 통화해줘!”

“공부해야지! 폰 있으면 집중 안 돼.
넌 그 잘난 아이돌느님이랑 놀아.”

“스케줄 갔단 말이야…”

“어차피 수빈이한테 전화할 거라면서. 둘이 놀아.”

항상 다정하고 듣기만 해도 든든했던 그의 목소리가 묘하게 굳었다. 100% 삐졌다.

“너 삐졌지.”

“내가 왜 삐져? 그럴 이유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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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 삐질 이유 정말 많지.
우리 이때까지 수빈이 얘기만 했고, 정한이 오빠랑, 슈아 오빠랑, 찬이를 너무 많이 칭찬해서?”

“근데 왜 내가 삐져?”

“음… 날 너무 좋아해서?”

내 말에 승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한다.

“나도 너 좋아하는데.
너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냥 말하지.”

승우가 날 좋아한단 사실을 아예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날 위해 이렇게까지는 쉽게 못해준다. 나도 민혁이한테 못해줄 거 같으니까

“으음… 그럴 걸 그랬나. 근데 지금은 아니야.
넌 사랑보다 우정이 더 맞는 것 같아.”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해. 나 초라하게 만들지 말고”

“그래, 친구로 지내자. 나보다 더 좋은 여자 많아.
나 말고 다른 사람 만나. 알겠지.”

상처받았을 그가 신경 쓰였다. 짝사랑마저도 힘들지만 거절당한다면 그게 더 상처니까.

“뭔데 그렇게 길게 말해. 위로해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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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도 너 짝사랑 해봤으니까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 특히 난 연애 같은 거 할 정도로 여유롭지 못했으니까.”

“해줄 필요 없어. 어차피 네가 우리 집에 온 날부터 포기하고 있었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 포기하기가 힘들어.”

“…알았어.”

아, 승우는 이제 고3이구나. 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또래보다 시간이 좀 있으니까 걱정이 심하지 않지만 승우는 힘들게 준비하고 있을텐데.

“공부는 어떻게 돼가고 있어?”

“바로 말 돌리는 거 무엇. 걱정하지 마. 나야 늘 잘하지”

“올크, 자신 있는 모양이네? 올 1등급 각?”

“어떻게 알음?”

“하, 됐다. 걍 말을 말자.
네 잘난 척은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된다, 자식아.”

“근데 너도 공부 잘하는 편이잖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가 제일 사기캐야.
너 수능 준비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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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공부할 시간이 없었잖냐, 나는.”

“그럼 너는 지금부터 준비하는 거야?”

“이번 수능은 시간이 너무 촉박해. 고작 한 달이잖아.
대신 공부는 시작해야지.
그것 말고는 잘하는 게 없으니까.”

“…잘하는 건 많은데 일단 그건 넘어가자.
하고 싶은 건 있어?”

“몰라. 딱히 하고 싶은 건 없지만…
공부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낫지.”

“엉, 그럼 끊을게.
내가 네 진로 신경 써줄 만큼 여유롭지 못해서.”

“응”

신경 써주지 않을 거라 말했으면서 걱정은 되는지 승우는 한숨을 쉬고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