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 말대로 내 방이 진짜 애매해지겠다.
나만 혼자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들이랑 방을 같이 쓸 수도 없고”
“어떻게든 되겠지.”
“00시청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어제 시청에 들렀는데요.
장여주… 아니 장마음이라고. 고아원 신청을 했었어요.”
“아… 잠시만요.”
“아, 여주? 어제 제일 처음 봤던 애?”
“기억하시는 거에요?”
“당연하지.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앨 어떻게 잊어.
근데 왜 그래? 신청은 잘 됐는데.”
“아는 사람이랑 같이 살기로 했거든요.”
“아는 사람? 친구?”
“뭐, 친구도 있고…”
“아, 그럼 취소하는 거야?”
“네.”
“그럼 그 아는 사람 이름은 뭐야?”
“공식적으로 필요한 건가요,
아님 그냥 궁금하신 건가요?”
“둘 다”
“친가족은 아니고…”
“입양?”
“거기까진 아니에요.
그냥 보호자로 해두시면 될 거 같아요.”
“총 3명까지 돼. 이름이랑 전화번호만 남겨주면 되고.”
“그냥 적히기만 하는 거죠? 별 거 없죠?”
“응. 너한테 무슨 일이 있다거나 했을 때만 연락하는 거야. 뭐, 범죄에 휘말렸다거나, 크게 다쳤다거나 하는”
“그 사람이랑은 무슨 관계가 되는 거죠?”
“같이 사는 사람이 여러명이라면 갈라지게 됐을 때
네가 말한 한 사람이 널 책임져야하는 거지.”
“최승철, 윤정한, 홍지수요.
근데 홍지수는 미국 사람인데…?”
“그냥 적어만 두는 거라니까. 전번 불러줘.”
“그럼 취소는 내가 알아서 할 거고.
그리고 올해 12월 30일까지는 고아원 갈 수 있어.
만 18세까지니까.”
“네엡! 나중에 다시 만나러 가도 돼요?
나 용돈 받는데 나중에 밥 한 번 사드리고 싶어요…”
“고작 18살인 애한테 받아먹고 싶진 않아요~
다시 만나러 오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고.”
“곧 뵈러 갈게요.”
“그래, 나중에 보자~”
‘미안, 승우야. 좋은 마음으로 날 위해줬는데 이렇게 말도 없이 나가게 돼서. 나, 그냥 고아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이 세상에서 내가 설 자리는 없는 것 같아. 누구도 날 위해주지 않을 것만 같고, 이 세상이 너무나 무서워. 하지만 너 같이 좋은 사람도 있다고 굳세게 믿으며 살아갈게. 그래서 고아원에 다시 들어가기로 한 거야. 너 같이 좋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그리고 날 위해준 첫 번째 사람인 너랑 너희 가족에게 더 이상 폐 끼칠 수가 없더라. 대신 연락은 하면서 지내자. 고마웠고, 미안했고. 나 솔직히 너 좋아했닼ㅋㅋ’
“여주? 무슨 일 생겼어?”

“아니, 딱히 무슨 일은 아니고. 바빠? 통화할 수 있어?”
“응, 어차피 등굣길이라 괜찮아. 무슨 일인데?
고아원 애들이 괴롭혀?”
“그런 부정적인 일은 아니야.
아주아주 좋은 소식이지”
“뭔 일이여.”
“너 세븐틴이라는 그룹 알아?”
“아… 알아야 설명하기가 쉬운데…”
“그 사람들이랑 일이랑 상관 있어?”
“응, 나 그 사람들이랑 같이 살기로 했거든.”
“아이돌치고 착한 사람 없는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다 연기인 거 같긴 하더라고…
물론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냥 네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그 사람들이 너한테 잘해줘?”

“응, 엄청 잘해줘. 정한이라는 오빠가 있는데,
잘 생겼는데 착하기까지 해.
조슈아라는 오빠는 나 같이 사는 거 설득할 때 도와줬고. 아, 거기 나랑 친구도 있어. 찬이라고.”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아서 내가 기분이 다 좋네.”
“근데 한승우…”
“왜 성 붙여서 불러? 왜 그러는데?”
“내가 그렇게 나간 이후로 전화 한 통이 없더라?”
“네가 나간 이유를 난 너무 잘 아니까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린 거야.”
“…끝까지 배려해준 거구나.”
“배려가 나쁜 것도 아니니까.”

“응… 고마워, 승우야.”
“아, 그럼 너 집 생긴 거잖아?”
“응, 그렇지 뭐. 왜?”
“수빈이 말이야.
너 도와주겠다고 예상보다 일찍 귀국하려고 했었어.”
“왜? 굳이 안 그래도 되잖아?”
“그런 기억이 있는 곳으로 널 돌려보내고 싶진 않대.”
“정수빈 뭔데 착한데…”
“걔 원래 나쁜 놈은 아니야.
나한텐 못된 장난도 많이 치지만.”

“나한텐 나쁘게 대한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어휴, 그건 나도 알아.
난 걔의 이중인격에 진심 개깜놀함.”
“하여간 온다는 거 진짜야?
그 천하의 정수빈이 고작 날 위해 돌아온다고?”
“어. 그런 걸로 장난은 안 쳐.”
“헐… 걔 언제 온대?
무조건 막아야 하는데
벌써 왔다던가 막 그런 건 아니지?”
“몰라? 지금은 부모님 설득하고 있을걸.
난 그 정도밖에 몰라.”
“와… 다행이다. 진심 큰일날 뻔 했음.”
“그러게. 수빈이 중국 유학 진짜 가고 싶어했는데
기간도 못 채우고 돌아오면 히스테리 겁나 부릴 거 아냐.”

“인정…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너랑 통화 끝나면 내가 전화 해볼게”
“빨리 끊으라는 말로 들어도 되겠지?”
“빨리 끊지마… 오랜만에 통화하니까 좋아.”
“근데 어쩌나? 학교 다왔는데.”
“아아아… 한승우 너네 학교 폰 안 내도 되잖아.
나랑 좀 더 통화해줘!”
“공부해야지! 폰 있으면 집중 안 돼.
넌 그 잘난 아이돌느님이랑 놀아.”
“스케줄 갔단 말이야…”
“어차피 수빈이한테 전화할 거라면서. 둘이 놀아.”
“너 삐졌지.”
“내가 왜 삐져? 그럴 이유가 없…”

“많지. 삐질 이유 정말 많지.
우리 이때까지 수빈이 얘기만 했고, 정한이 오빠랑, 슈아 오빠랑, 찬이를 너무 많이 칭찬해서?”
“근데 왜 내가 삐져?”
“음… 날 너무 좋아해서?”
“나도 너 좋아하는데.
너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냥 말하지.”
“으음… 그럴 걸 그랬나. 근데 지금은 아니야.
넌 사랑보다 우정이 더 맞는 것 같아.”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해. 나 초라하게 만들지 말고”
“그래, 친구로 지내자. 나보다 더 좋은 여자 많아.
나 말고 다른 사람 만나. 알겠지.”
“뭔데 그렇게 길게 말해. 위로해주냐?”

“…응. 나도 너 짝사랑 해봤으니까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 특히 난 연애 같은 거 할 정도로 여유롭지 못했으니까.”
“해줄 필요 없어. 어차피 네가 우리 집에 온 날부터 포기하고 있었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 포기하기가 힘들어.”
“…알았어.”
아, 승우는 이제 고3이구나. 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또래보다 시간이 좀 있으니까 걱정이 심하지 않지만 승우는 힘들게 준비하고 있을텐데.
“공부는 어떻게 돼가고 있어?”
“바로 말 돌리는 거 무엇. 걱정하지 마. 나야 늘 잘하지”
“올크, 자신 있는 모양이네? 올 1등급 각?”
“어떻게 알음?”
“하, 됐다. 걍 말을 말자.
네 잘난 척은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된다, 자식아.”
“근데 너도 공부 잘하는 편이잖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가 제일 사기캐야.
너 수능 준비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딱히 공부할 시간이 없었잖냐, 나는.”
“그럼 너는 지금부터 준비하는 거야?”
“이번 수능은 시간이 너무 촉박해. 고작 한 달이잖아.
대신 공부는 시작해야지.
그것 말고는 잘하는 게 없으니까.”
“…잘하는 건 많은데 일단 그건 넘어가자.
하고 싶은 건 있어?”
“몰라. 딱히 하고 싶은 건 없지만…
공부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낫지.”
“엉, 그럼 끊을게.
내가 네 진로 신경 써줄 만큼 여유롭지 못해서.”
“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