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오디션 보러 가는 날이 되었다는 뜻이고, 오디션 보러 갈 시간이 됐다는 의미였다.
“어디가 또.”

“오디션 보러 가…”
승철이 오빠는 어떤 오디션이냐고 물었고, 한숨을 푸욱 쉬며 순순히 사실을 불었다.
“드라마 오디션이야”
“아… 너 연기도 하게?”

“그냥 가보는 거야.
참여하는 거에 의의를 두는 거니까.”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지 말까?”
“사실 오빠한테도 서프라이즈였어.
아직 붙지도 않았는데 오버할까봐.”
“아아… 알았어. 그럼 나도 모른 척 해야겠네.”
집에서는 막내인데, 세븐틴에서는 첫째에 리더라 그런지 늘 어른스러웠다. 그 역시 스물셋이어도 되는데.
“응, 아마”
“그럼 데려다주고 싶어도 못 그러겠다.
잘 다녀와, 마음아. 못했다고 또 울지 말고.
알았지?”

“참가에 의의를 두는 거라니까.”
“아, 데리러는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응?”
“어디 들르는 길에 널 우연히 만났다고 하면 되잖아.
몇 시에 마쳐?”
“오디션 특성상 언제 마칠 줄은 모르겠고,
마치면 전화는 할게.”
오랜만에 그의 걱정이 부담스럽지 않은 날이었다.

“마음아!”

나태하게 침대에 누워 아주 늦게 아침을 맞이하려 했는데, 알림시계 소리도 아니고, 석민이 오빠의 성량에 깨고 말았다.
시간이 아주 잠깐 흐른 것 같은데 벌써 2016년 마지막 날이 하루가 남아있었다.
그 말인즉슨, 오늘이 12월 30일이라는 말이었다. 깨고 보니 슈아 오빠의 생일인 날.
캐럿들이 장난식으로 정한이 오빠랑 친구하려고 급하게 태어난 거라고 말하는 날짜, 12월 30일.
아주 추운 겨울 태어난 그는 곧 다가올 봄을 희망하듯 그의 성격은 봄처럼 따스했다.
“아침부터…”
물론 축하 해주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조금 더 자고 싶었을 뿐이었다.
일어나지 않은 채 이불 속에 다마고치처럼 계속 뒹굴거렸다.
“마음아, 일어나.”

“몇 시야아…?”
12월 30일은 연말이고, 그렇기에 연말 무대도 정말 많아서 연습 삼매경에 빠져 정신이 없었는데, 슈아 오빠 생일이라고 챙기는 건가 싶었다.
“일어나기 싫어…”
“숙녀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거 아니랬어…”
“노크만 하면 들어와도 된다던 장마음
어디 가셨을까?”
“일어나. 오늘 네가 주인공이잖아”

“주인공…?”
정한이 오빠의 말을 듣고 나서야 12월 30일은 슈아 오빠와 더불어 내 생일임을 깨달았다.
1년 내내 생일만 기다리게 해주겠다는 한솔이 오빠의 말이 울렸다. 생일 파티란 내게 막연하게만 느껴져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심지어 친구들과도 안 주고 안 받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내 경제적인 사정으로 그들의 생일을 챙겨주기는 버겁고, 그렇다고 내 생일에 선물만 받기에는 너무 미안해서.
그렇기에 내 생일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생일을 챙겨주고 축하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일단 정신부터 차려.
세수하고 옷만 갈아입고 나와.”

“사실 그냥 나와도 되는데,
네가 갈아입고 싶어할 것 같아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오빠들이 선물한 옷이 너무 많아져서 방 하나만큼의 옷방이 생겼고, 고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 이거 입어야지”

내 생애 첫 단독 생일파티인데, 예쁘게 입고 싶었다. 아, 첫 단독 생일파티라는 얘기는 고아원에 있을 땐 달별로 생일파티를 했다는 뜻이라 그랬다.
하여튼 기쁜 마음으로 방문을 열자, 쑥스러운 얼굴인 승철이 오빠가 케잌을 들고 있었다.
긴 초 하나에 짧은 초 8개. 그 초를 보자 그제서야 내가 열여덟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속으로 다른 사람들, 특히 세븐틴 오빠들에게 제 나이답기를 바란 적이 있는데 막상 되돌아보면 내가 제일 그러지 못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이건 원래 저녁에 밥 먹고 하는 건데”
“봐! 내 말이 맞잖아!”

“뭐, 상관없잖아. 어차피 마음이 생일 축하하고,
태어난 걸 고마워하는 마음은 똑같으니까.”
“그건 나도.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워, 오빠…”
이 13명 중 한 명이라도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가수 장마음은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살아가지 못했을테니까.
그런데 그 것도 몇 번 뿐이었다.
정한이 오빠 생일인 10월 4일에 이 집에 와서 챙겨준 생일이라고는 늦었지만 정한이 오빠, 명호 오빠, 지훈이 오빠 뿐이었다.
그 말은,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은 사람은 3명 밖에 안 된다는 뜻이고, 그리고 오늘처럼 이렇게 애틋한 적은 없었다.
“분위기 개 달달…”

“난 이 커플 반대!”
“누가 사귄댔어. 그냥 축하해주는 거지.
윤정한도 지훈이도 명호도 들은 말이잖아!”
“됐고, 밥 먹고 케잌이나 할까요?"

“근데 요리한 거야? 내 생일이라고?”
“뭐, 시킨 것도 있고. 내가 실력 발휘한 것도 있고.”
어떤 말을 하든 의심하지 않을 테니 스스로 다 했다고 말해도 되는데.
“잘 먹을게요. 아침부터 진수성찬이겠네.”
“생일 축하해, 내가 많이 사랑하는 마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