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be nice to me_
Episode 21. Don't Cry




김태형
내가 데이트 신청은 했고, 여주 씨가 대답을 해줘야 확정이잖아.

[백여주 지난 화에서 뼈를 묻다.]



"나 예뻐해 주세요_" _21화


♬[추천 bgm] - Jeff Bernat의 「Wrong About Forever」

[이번 화는 노래 듣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 진짜 꼭 들어주세요]


백여주
대답이야…


백여주
당연히 좋-아요.


김태형
그럼 내가 내일 데리러 갈게요.


백여주
좋아요-!

취기 때문인 건지, 유난히 하이텐션인 여주.


백여주
아, 그 대신 걸어와요.


김태형
응? 차 안 타고요?


백여주
네. 걸어서.


김태형
왜요? 다리 안 아프겠어요?


백여주
원래- 데이트는 오-래 해야 하거든요.


백여주
걷는 시간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데.

태형이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때는, 이미 바닥을 보인 캔맥주. 남은 몇 방울까지도 입안에 털어 넣은 여주가 새것을 가져오려 하면,


김태형
에헤이-. 내일 출근인데 그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여주의 팔을 붙잡는 태형.


백여주
…아차, 나 직장인이었지.


백여주
그래도 딱 하나ㅁ,


김태형
어허-. 내일 데이트 안 할 거예요?


백여주
…한 캔 더 마시면 데이트 안 해줄 거예요?


김태형
네.


백여주
와….


백여주
뭐가 그렇게 단호해.


백여주
그쪽이 회사 생활을 알아요~?


백여주
생각만 해도 술이 당기는데, 모르면 말을~ 마요.


김태형
많이 어려운 거예요?


백여주
네에.


백여주
그러니까 앉아있어요.

오늘따라 유독 일찍 취기가 올라온 듯한 여주의 모습에, 속으로 홀로 웃음을 삼키는 태형.


김태형
기분이 되게 좋은가 보네.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기분 좋으면 평소보다 빨리 취하게 된다고.

···



백여주
읏차-.

무슨 보물 모시듯 마냥 품 안에 캔을 꼭 끌어안고서 거실로 온 여주가, 몇 번 버벅거리면서 겨우 캔을 연다.


김태형
…내일 걱정은, 안 돼요?ㅎ


백여주
내일은 뭐, 알아서 잘 흘러갈 테니까.


백여주
그리고 내일은 뭐든 다 참아줄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김태형
왜요?


백여주
내일 저녁에 할 데이트만 기다리면 되니까.


김태형
아ㅎ

볼까지 발그레해진 데다가, 헤실헤실 웃고 있는 여주. 그런 그녀를 보며 덩달아 미소 짓는 그.


백여주
어으…. 나 취한 거 같아.


김태형
취한 지는 좀 오래된 것 같던데.


백여주
몸이 조금 더워지는 것 같아….


백여주
안 더워요?


김태형
네. 나는 괜찮아요.


백여주
나는 안 괜찮은데….

급기야 입고 있던 블라우스 단추로 향하는 여주의 손. 제법 놀란 태형이가 다급하게 여주의 옆으로 다가가 여주 손을 잡는다.


김태형
쓰읍…, 여주 씨 안 되겠네.


김태형
술 마시니까 정신을 못 차리네. 어제는 안 그랬으면서.


백여주
어제….


백여주
어제는…! 당신 때문에 취할 시간도 없었던 거지-!


김태형
맞아요, 맞아-.


백여주
근데 오늘 기분이 너무 좋다-!


김태형
…좋아하지 마요, 무슨 일 저지를까 겁나.


백여주
흫.

태형의 걱정과는 달리, 그냥 이 자리에서 실실 웃고만 있는 여주.

그런 여주를 한동안 조금 떨어져서 보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가까이 다가간다.


백여주
으으으응-? 뭐해요.


김태형
방으로 데려다주게.

여주 들어안기 전에, 자기 어깨 가리키며 여주 팔로 자기 목 감게 한 태형.


백여주
…이거 좀 부끄러운데?


김태형
가까워서?


백여주
으응……. 아, 아니?

전보다 더 볼이 빨개진 여주가 말을 횡설수설하며, 시선을 돌리자 태형은 피식_ 웃고서 가볍게 들어안는다.


다음날, 어젯밤의 만취에 거의 가까웠던 음주에 의해 만신창이로 일어나- 가까스로 출근 시간 맞춰 출근한 여주.


최 부장
…요새 젊은 것들은 출근 날 전에도 술을 잔뜩 퍼마시나 봐~?

게다가 오늘은 운 안 좋게도, 자리에 앉기도 전에 부장한테 여주 발각되고.


백여주
…….


백여주
…하하, 술 퍼마시는 것도 젊을 때 하지. 언제 하겠어요-.

저 양반. 저번에 그 태형 씨 전화 이후로 간섭이 많이 심해졌어. 아오, 진짜 내가 내 친구였어 봐라. 바로 그냥.


백여주
ㅎㅎ...

그럼 뭐해. 그냥 한- 없이 고개만 조아리는 게 현실인데!!

최 부장
백 대리. 저번 프로젝트 기획안, 백 대리가 작성했죠?

간단한 대화를 끝으로 자리에 앉자, 어느새 내 자리 코앞으로 다가온 부장 놈. 자기는 방금까지 담배 피우다 온 건지 담배 냄새가 역해 죽겠다.

보는 앞에서 코를 막고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고 이건 뭐….


백여주
네-. 그런데요?

최 부장
잘 됐네. 이번에 새로 하는 프로젝트 기획안도 부탁해.

모니터 앞으로 서류철 몇 개 집어던지는 부장.

최 부장
오늘까지.


백여주
…네?

오늘까지? 뭔 프로젝트가 그렇게 급해? 의문이다 싶어

서류철 파일 하나 열어보니…


백여주
8개월이나 남은 프로젝트 기획안…을, 오늘까지요?

예정이 거의 1년이 남은 프로젝트.

그런 프로젝트 기획안을 나 혼자, 오늘까지 끝내라니.

야근을 하라는 거지, 지금?


백여주
저기, 부장님.


백여주
저도 나름대로 제 업무가 있고…


백여주
저번 프로젝트도 부장님이 억지로 떠맡겨서 제가 한 건데...


백여주
또 이러시면 곤란하죠...ㅎ

최 부장
그래서 못 하겠다?


백여주
…….

최 부장
아아~ 백 대리의 뜻은,

최 부장
이 프로젝트를 나더러 알아서 해라-, 이 말이지?

부장 놈 목소리 커지니까 슬슬... 다른 직원들 시선도 나를 향하는 중.


백여주
……ㅎ


백여주
그 말이 아니라…

최 부장
그럼 이번에도 잘 부탁해~

최 부장
나 몰래 퇴근하려하다가- 들키면-

엄지손가락으로 제 목을 긋는 듯한 시늉을 한 부장 놈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제 자리에 앉아, 두 다리를 책상에 올리고서 손톱을 매만진다.


백여주
아….

태형 씨… 어떡해. 연락할 방법도 없는데.


백여주
저주할 거야... 진짜 싫어.

아무거나 잡히는 빨간 볼펜 하나로 비어있는 A4 용지에다가 주구장창 부장의 이름 적는 여주.

약간의 험한 비속어도 섞어준다.


백여주
아니 저거 진짜 별로네…!!!!?

그러다가 의도치 않게 입 밖으로 속마음이 나오게 되면,

최 부장
나 불렀어, 백 대리-?

여주를 향해 돌아보는 부장.

여주는 여기서 생각했댄다. 저 면상 진짜 한 번은 후려쳐보고 싶다고.



05:32 PM

어느덧 다가온 퇴근 시간.

하루 내내 부장 눈치 보랴, 퇴근 시간 전까지 기획안 전부 작성하랴, 추가적으로 윗사람들로부터 부탁해온 업무들까지 다 처리하느라 지금 꼴이 말이 아닌 여주.

급하게 나오느라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안 먹었는데도 모니터에서 눈 한 번 안 떼고 집중했지.


백여주
아아…. 허리...

6시에 가까워진 시계를 보고서, 기다리고 있을 태형을 생각해서 그런지 어째 타자 속도가 전보다 빨라진 듯하다.


백여주
…….

그러다가도 얼마 머지않아 현실을 직시하게 되지. 완성할 기미가 안 보이는 기획안을 빤히 들여다보며.


백여주
이 꼴로 무슨 데이트를 하냐, 데이트를….


백여주
오늘은 틀렸어.

태형에게 잠깐이나마 자신의 상황을 말해주려고 밑에 내려갔다 오려던 여주였는데,

최 부장
어디 가게-? 기획안은 다 작성했고-?

또 발목 잡는 부장.


백여주
…아... 저 그게, 화장실 좀.

최 부장
여자 화장실은 그쪽 아니고, 저쪽.


백여주
······아ㅎ 그랬죠...

그렇게 결국에는 회사에서 한 발짝도 못 뗀 여주였지.



09:39 PM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태형이 걱정되어서라도, 최대한 할 수 있는 속도 다 내서 끝끝내 기획안 완성시킨 여주.


백여주
이제… 퇴근해보겠습니다.

여주가 갈 때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발 한 번 꼼짝 않던 부장도 이제서야 기지개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로 인해 여주는 태형을 만나러 갈 틈도, 딴짓할 틈도 없었고.

인사하기 무섭게 가방이랑 겉옷 챙겨든 여주는 모니터 끄고 사무실을 급히 나간다.


최 부장
…….

최 부장 홀로 남은 사무실. 여주가 나간 문을 한동안 쳐다보더니 입을 여는데…

최 부장
미안해요. 앞으로는 고생 좀 할 거예요, 여주 씨.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 보이지.

최 부장
김태형은 여주 씨 곁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라, 데려와야 하거든.

그것도 꽤 많이.



남들이 보면 이상하다 생각할진 몰라도, 난 이렇게 약속 하나 못 지키게 된 게 너무 서러웠다.

늘 다를 거라곤 없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남들에겐 불금이라 행복하다던 금요일도, 나에겐 특별한 날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하루를 특별하게 보낼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직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가 나타나고 난 이후로는 이상하게 매 순간이 새로웠다. 그냥 기분 좋았었지.

그런 그의 제안으로 인해, 오늘은 또 다른 의미로 뜻깊은 날을 보내게 될 생각에 많이 설렜었다.

꼭 '데이트'라는 목적이 아니라,

'불금'이라는 남들에게 특별한 날에, 늘 혼자였던 전과 달리 내 곁에 있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자체가.

다른 날들과 달라질 수 있다는 자체가, 나에겐 큰 의미였고_ 큰 기회였다.

그런데 그 기회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울고 싶은 거 있지.

···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는 내내 초조했고, 1층에 다다라서 회사 밖 건물을 나올 때까지 미안한 감정만이 앞섰다.

춥진 않았을까, 뭐라고 사과해야하지, 밖에 없으면 어떡할까, 그냥 가버렸으면 어떡하지, 날 원망하지는 않을까.

가뜩이나 지금 내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아 우울한데, 그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니 가슴 한 쪽이 먹먹해졌다.

그렇게 밖에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앞에 보이는 남자.


백여주
…….

멀리서 봐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은 파란 머리. 그의 뒷모습이 분명했다.

평소와 달리 세련되게 차려입은 걸 보니... 더 미안해졌다.

그렇게 다가가려다가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가만히 있는데_ 먼저 돌아본 건 그였다.

그는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잔뜩 헝클어졌을 내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다.



김태형
무슨 일 있었어요? 왜 그래, 왜 울어요.

…먼저 다가와서 해주는 말이 고작 내 걱정이라니.

머릿결을 정리해 주면서 목에 살짝 스친 그의 손은, 원래 차갑기도 했지만 그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차가웠다.

여태 밖에서 있었다는 거겠지.


백여주
……진짜 미안해요.


백여주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요….


백여주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ㅇ….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울음이 섞인 채 숨을 헐떡이자 내 어깨에 고개를 얹으며 나를 안는 그.


백여주
…….


김태형
울지 마요, 나는 괜찮으니까.


지금 사람들 다 나 보고 있다면서 옅은 미소 짓더니 이내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토닥여주는 그.

손은 되게 차갑던데, 안겨 있으면 이상하게 따뜻하고… 그냥 아무 말 없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안 온 만큼 분량 꽉꽉꾹꾹꽥꽥(?) 눌러 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