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vestigation Team BTS 2
EP 14. Their Relationship (1)


그렇게 김현웅 국회의원을 죽인 범인도 못 잡고, 그 건물에서 시민을 떨어트렸던 범인도 못 잡고, 박춘배를 죽인 범인도 못 잡았다.

특별수사반이 만들어진 이래로 처음 있는 실패에, 다음 날 아침부터 서장은 특별수사반을 찾아왔다. 오자마자 뭐라도 부술 것 같았던 여주의 예상과는 달리 서장은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석진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잡겠습니다."

"내가 지금 당장 잡아오라고 말했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잖아. 이봐, 김남준 대원. 김 대원이 직접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남준
"…면목, 없습니다."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잖아!!!!"

쾅–!!

서장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그에 석진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고, 남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에 다른 팀원들도 함께 있었지만, 서장은 유독 석진과 남준에게만 물었다. 사건을 지휘하고 작전을 준비하는 건 석진과 남준의 담당이었기 때문이다.

"너희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내가 위에 어떻게 보고를 할지 말지 결정을 짓잖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해 보라니까?"


김석진
"…그게,"


민윤기
"총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현웅 의원님께서 의뢰하신 일의 범인은 흔적도 찾기 어려웠고, 김현웅 의원님을 죽인 범인은 박춘배 씨였습니다."


민윤기
"잦은 폭력으로 김현웅 의원님께 원한이 있었던 김순옥 씨가 김현웅 의원님이 복용하시던 비타민 통에 마취제 성분이 있는 약을 넣었고, 그로 인해 박춘배 씨가 김현웅 의원님을 살해하기 더 수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민윤기
"그리고, 박춘배 씨를 죽인 사람은… 근처 옥상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민윤기
"그가 박춘배 씨를 살해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만, 총기를 소지하였다는 점과 옥상에 있던 자리는 박춘배 씨를 저격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는 점을 보아 그가 범인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 범인을 죽인 사람은 어디 있는데?"


민윤기
"…찾지 못했습니다. 저격할 수 있을 만한 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지문 하나,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았어요."

윤기가 석진을 대신해 답했다. 평소에 괜한 것에도 짜증을 내던 모습은 갖다버린지 오래였다. 자기 감정을 표출하는 것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한다는 걸 가장 잘 아는 윤기였다.

한편, 서장과 윤기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여주는 아직까지도 주머니에 머물고 있는 USB를 만지작거렸다. 어렵게 구해왔는데 이미 상황이 다 끝나서 쓸모도 없어졌다.

작업실에 가서 김현웅 국회의원에 관한 파일은 죄다 없애야겠다. 괜히 고인과 관련된 물품을 갖고 고인의 앞길을 막을 순 없었다.

"후…. 대충 상황은 알겠어. 근데, 김 팀장. 요새 좀 무리하는 것 같은데. 괜찮아?"

윤기의 설명을 듣고 어떤 상황에 이들이 놓여있었는지 이해한 서장은 흥분한 마음을 다잡고 석진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서장이 석진을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단단해서 감히 다가갈 생각도 하지 못했던 갑옷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게 석진을 자주 만나지 않는 서장의 눈에도 보였으니, 지금 석진의 상태는 굉장히 불안정하다는 말이었다.


김석진
"……."

"이번 일도 꽤 고단했을 텐데, 좀 쉬어. 위에는 내가 잘 말해볼 테니까 그동안은 쓸데없는 걱정 같은 거 절대 하지 말고. 알겠지?"

서장은 석진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곤 이만 수고하라며 경찰서를 떠났다. 그들 사이에 적막한 침묵을 깬 건 그 누구도 아닌 여주였다.

연여주
"야. 너 이리 와."

여주는 옆에 있던 정국의 손을 잡아 탕비실로 끌었다. 피할 틈도 없이 여주에게 붙잡힌 정국은 뿌리치지도 못하고 얌전히 여주를 따랐다.



전정국
"왜. 할 말 있으면 그냥 밖에서 하, 웁."

연여주
"입 다물어. 아오, 하루종일 쫑알쫑알 말도 많아. 안 그래, 동생?"

동생? 이라는 말에 정국이 항의하듯 한 쪽 눈썹을 삐죽 올렸지만, 입에 커다란 막대사탕을 물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냥 어린아이가 반항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팀의 막내라서 그런가, 하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 같아서 나이 수준에 맞게 군것질거리를 사왔는데 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연여주
"이리 와 봐."


전정국
"물 즈꾸 으르우르!!"

뭘 자꾸 이리오래!! 정국은 입 안 가득찬 사탕을 뱉어내지도 못하고, 사탕을 문 상태에서 최대한 열심히 발음했다. 뭐, 두 뺨을 짝! 하며 잡는 여주 때문에 그마저도 안 됐지만 말이다.

연여주
"너 어제 뺨 맞았잖아. 나도 한두 번 맞아본 게 아니라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 다 알거든? 그러니까 잔말 말고 연고나 좀 바르자."


전정국
"……. 즈는 은즈 므즈븟드그…."

지는 언제 맞아봤다고…. 정국은 자신을 어린애 다루듯 대하는 여주에 괜히 투덜투덜거렸다.

여주의 손끝이 정국의 볼에 살짝 닿았다. 연고의 끈적한 느낌이 싫어 미간을 찌푸린 채 시선을 확 들어올리니, 눈앞에 여주의 얼굴이 딱 보였다.

연여주
"응? 왜. 아파?"


전정국
"……."

…이건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 과장 조금 보태서, 누가 뒤에서 톡 하고 밀면 금방이라도 입술이 맞닿을 거리였다. 아, 물론 정국이 사탕을 물고 있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상처가 쓰려서 저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한 여주는 아까보다 조금 더 빨리 손을 놀렸다. 얘도 치료해야 하고, 나도 치료해야 하고. 여주는 지금 바빴다.

연여주
"자, 됐다. 미안한데 손 물어뜯긴 건 의사한테 가 봐라. 내 살을 갖다 붙여줄 순 없잖아."


전정국
"과장 좀 적당히 해. 물어뜯긴 게 아니라 그냥 물린 거야, 바보야."

연여주
"바보? 참나. 내 인생에서 바보라는 소리는 또 처음 듣네. 그보다 너, 자꾸 반말 할래? 나 그거 되게 예민하다?"


전정국
"아, 네네. 어련히 하겠습니다–."

정국은 입 안에 물려있던 사탕을 빼내고선 여주에게서 도망치듯 탕비실을 빠져나왔다. 정국의 귓바퀴가 불그스름하게 변했다는 건,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다 알아차린 정국만의 비밀이었다.


여주는 총알이 스친 곳에 밴드까지 붙이고는 한숨 잘까 하여 숙직실로 향했다. 아니, 사실은 호석과 태형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든 장소를 바꾸며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누군가 '여주야!'라고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팔을 내친게 내심 마음에 걸려서 아침에 봤을 때부터 하루종일 그 두 사람을 피하고 있었다.

팀원들이 숙직실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여주는 마음 편히 숙직실 안으로 들어갔다가 침대에 앉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는 석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연여주
"그렇게 해서 땅이 꺼지겠어요? 더 크게 내쉬어요. 아예 핵까지 부시게."


김석진
"…어, 여주 씨 왔어요?"

일부러 여주는 석진이게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까 서장이 석진에게 한 말이 생각나서였다.


김석진
"혹시 쉬려고 들어오신 건데 제가 방해한 건가요? 좌송해요. 제가 얼른 나갈,"

연여주
"아뇨. 괜찮아요. 사실 팀장님 보려고 찾아다녔거든요."

여주는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려는 석진의 어깨를 눌러 다시 침대에 앉혔다. 갑자기 떠오른 거짓말이었지만, 마냥 거짓말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사브라에 대해 물어봐야 했으니까.


김석진
"저를… 보러요?"

연여주
"네. 팀장님도 그렇고, 다른 몇몇 분들도 그렇고. 이제 저를 '연여주 씨'가 아닌 '여주 씨'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김석진
"…아."

연여주
"왜 그렇게 이 '여주'라는 이름에 대해서 예민한 건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이때까지 기다린 거면 진짜 오래 기다린 것 같은데."

일부러 사브라가 아닌 '여주'라는 이름에 대해 말을 먼저 꺼냈다. 사브라랑 이 이름이랑 뭔가 연관이 있겠지. 단순히 여주의 추측이었다.

석진은 여주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듯 음… 턱을 긁적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문을 열었다.


김석진
"조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아요?"

연여주
"그럼요. 남는게 시간인데요, 뭘."

작업실에 가서 김현웅 국회의원에 관한 자료는 다 지워야 하고, 카타르티시에 대한 조사도 해야 하고, 연준이한테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하고 등등 할 일은 많았지만 잠시 기억에서 지웠다.

석진은 자신의 옆을 통통 쳤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편하게 앉아서 들으라는 의미였다. 여주가 그 자리에 가 앉으니 침대에 무게가 실렸다.


김석진
"저희가 말하는 여주는… 연여주 씨가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팀원이에요."

거기까지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 누가 그렇게 애틋하고 그리운 눈으로 바라보겠나.


김석진
"소심한 면이 있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밝고 저희가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었어요, 여주는."

연여주
"……."


김석진
"힘든 일 앞에서도 굴하지 않던 여주를… 우리는 구해내지 못했어요."

연여주
"사브라에게서 말인가요? 저번에 사브라라는 이름 하나에도 많은 분들이 짜증내시던데."


김석진
"네, 맞아요. 아, 그렇다고 사브라가 직접 죽였다고 확신할 순 없어요. 사브라는 그때 검찰 쪽에 넘겨진 상태였거든요. 그냥 사브라와 관련된 사람이 죽였다는 것밖에는… 추측할 수밖에 없죠."

연여주
"왜요? 추측이 아니라 확신하셔야죠. 사브라가 자신의 사람에게 시켜서 죽인 거잖아요. 방금 막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저도 확신하는데, 팀장님이 확신을 못 하신다고요?"


김석진
"사브라가 자신의 사람에게 시킨다니요…? 사브라의 조직에는 사브라와 프시케밖에 없어요, 여주 씨."

아, 이 어리석은 중생아…. 잊고 있었다. 이들은 사브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더러 그것을 충분히 조사할 시간조차 없었다. 어디까지 말해줘야 할까, 어디까지 말해줄 수 있을까, 어디까지 말해줘야… 날 의심하지 않을까.

여주는 선택의 기로에 빠졌다. 머릿속에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이윤을 따져가고 있는데, 이런 여주를 아는지 모르는지 석진은 푸스스 눈꼬리를 접어 웃었다.


김석진
"그래도, 고마워요. 여주 씨."

연여주
"…네?"


김석진
"고맙다는 말, 꼭 해 주고 싶었어요. 애들이 아직 여주… 아 그러니까 김여주요. 아직 여주를 잊지 못해서 날카로울 시기인데도 여주 씨가 되려 무덤덤하게 반응하니까 애들도 별로 신경쓰지 않은 것 같아요."

…전에 윤기와 태형에게 난리를 피웠다고 말을 해야 하나. 여주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석진의 시선을 피했다. 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건 여주가 부끄러워할 때마다 나오는 습관이었다.


김석진
"사실… 저는 여주 씨를 통해서 여주를 보고 있었거든요. 생각보다 둘이 안 닮은 듯 닮아서 밀어내기도, 잘해주기도 좀 힘들었어요."

연여주
"……."


김석진
"하지만 이젠 알아요. 여주는 여주고, 여주 씨는 여주 씨라는 거. 그동안 상처 받았다면 미안해요. 한 번만 봐 줘요, 여주 씨. 응?"

석진은 괜히 여주의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말끝을 올렸다. 전에는 바르게 생활하기만 한 청년 같았는데, 지금은 가뜩이나 힘이 빠진 상태로 이러고 있으니 아주 덮치라고 대놓고 홍보하는 것 같았다.

아, 마침 침대도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음흉한가. 여주는 의미 없는 생각을 하다 풉 하고 웃고는 석진의 머리에 손을 툭 얹었다.

연여주
"알겠어요. 용서해 줄게요. 대신에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좀 털어놔요. 팀장이 그렇게 축 쳐져 있으면 팀원들은 어떡합니까."


김석진
"…….그게… 신경쓰였다면 미안해요."

연여주
"사과를 바라고 한 말은 아니고요. 차라리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해 주세요. 그게 더 듣기 좋을 것 같네요."


김석진
"……."

연여주
"저한테 말해주기 불편하면 윤기 선배나 남준 씨한테 말해요. 팀장님 사람, 여기 많잖아요. 안 그래요?"

여주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석진이 멍하니 여주를 바라봤다. 내 사람이라…. 그동안 자신은 팀원들을 하나같이 자신이 다 챙겨줘야 하는 존재로 봐왔던 것 같다.


김석진
"…여주 씨는요?"

연여주
"네?"


김석진
"여주 씨도… 내 사람이에요?"

석진의 물음에 여주가 멈칫했다. 석진의 사람이라… 아니, 애초에 내가 경찰과 두터운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존재였던가? 사실 특별수사반에 들어온 목적 또한 불순하다 말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순수하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이토록 순수하게 자신의 사람이냐고 묻는 이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여주는 두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생각을 마쳤다.

그래, 아직은 석진이 내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내가 석진의 사람이 돼 주자. 특별수사반 팀원들 모두의 사람이 되어주진 못하지만 석진의 사람은 되어주자.

여주는 긴 고민 끝에 난 결론이 마음에 들어 씨익 웃어보였다.

연여주
"그래요. 저는 팀장님 사람이에요. 팀장님 편만 들어주고, 팀장님 옆에만 있을게요."

그때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여주의 대답을 들은 석진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는 걸.

그때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잔잔히 들리던 석진의 숨소리가 순간 훅 멈췄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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