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밤을 꼴딱 샜다.
최연준이 한 말 밖에 안 떠올랐다.
왜....왜 그런 말을 한거지?
같은 남자가 보기엔 좀 별로였나?
그게 아니면 외모가 별로였나?
그것도 아니면.....
날 좋아하는........?
....
어유, 걔가 미치지 않는 이상 날 좋아하겠냐.
나는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천장 무늬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근데 그렇다기엔....
지금까지 걔가 한 말들이랑 행동들이....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내 여친한테 좀 심하신 것 같아서."
"나, 좀만 있다 가면 안돼요?"
"업어줘?"
"네가 잘못한 거 없어."
"더 만져줘."
이런 말들이, 정작 마음 없는 사람한테 할 수 있는 말일까?
....아 복잡해-
모르겠어!!!!!
.....
아니 그렇다고....나는 왜 얘가 하는 말이 다.......
이렇게 설....레지....
하, 시발.
잠도 못자서 피곤한데.....
그 때, 누군가에게 카톡이 왔다.
나는 최연준일까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보았다.

....
아, 미친.
오늘 만나기로 했어?!?!?!??!?!
황급하게 씻고 화장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머리는 못 감아서 묶은 건 안 비밀-
옷도 너무 후즐근하게 입었나....급하게 나오느라. (그냥 좀 노출 덜한 시스루 니트에 부츠컷 청바지.....)
첫만남때랑 너무 다른데.
자주 만난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처음 만나고 두 번째 약속인데.
ㅅㅂ아니 근데 나는 왜이렇게 기억력이 안 좋지.
역시 또 술이 문제지, 술을 끊어야겠어.
어떻게 이런 약속도 기억을 못 하냐- 다른 것도 아니고 승우씨랑 보는건데.....
근데 진짜 나는 약속을 잡은 기억이 없다니까?!
"은 씨-"
승우씨는 레스토랑 창가자리 쪽에 앉아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죄송해요. 좀 늦었죠."
"아니에요, 갑자기 보자고 한 건데요 뭐."
"....네?"
시발 내 기억력이 안 좋은 게 아니고 진짜 잡은 적이 없던 거였어?
"진짜 속고 오실 줄 몰랐어요, 장난이었는데."
"그렇다고 이제와서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준비 한 시간이 아깝잖아요-"
"......아."
.....
약....간....
미친놈인가?
진짜 27년 살면서 이런 새끼는 처음 본다.
"어제 친구분이랑은 잘 노셨어요?"
"아, 네네...ㅎㅎ."
"그 분 하고는 어떤 사이에요?"
"....네?"
"갑자기요...?"
"아, 불편하시면 말씀 안 해주셔도 돼요."
"남녀사이에는 친구 없다고 하잖아요."
"근데 은씨랑 그 분은 진짜 친한 친구 같아보여서요."
...솔직하게 말 해야하나?
"그, 그냥 어렸을때부터 봐왔던 소꿉친구에요."
"ㅎㅎ 고등학교 동창이요-"
와 내가 말하면서도 존나 양심에 찔린다.
"아~ 그럼 거의 10년지기네요."
"네네... 어쩌다보니 그 정도 됐네요."
"완전 찐친이시겠네요 그럼."
"서로 못 볼 꼴 다 보이고."
못 볼 꼴...... 다 보이긴 했지.
서로 술 취하고 개진상을 부렸으니.
"네ㅎㅎ 맞아요."
"...."
"사적인 감정은 없으신거죠?"
"..네?"
"그게 무슨-"
"남자로 보인다거나, 이성적으로 좋아한다거나 그런 거요."
...이런 걸 왜 묻는거지.
"글쎄요.. 그런 건 생각을 해 본적이 없어서요."
"근데 서로 감정이 있는 상태에서 만나진 않아요."
"그냥....그냥 친한 제ㅈ.....아니."
"친...구관계죠."
딱딱했던 그의 표정에 미소가 띠였다.
"다행이네요 그럼."
"네...? 뭐가 다행...?"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배는 안 고프세요?"
"아직 점심 안 드셨으면 뭐 시켜서 드세요."
"아, 진짜요??? 그럼 저는....."
아 ㅁㅊ
먹을거에 눈 돌아가서 흥분했다.
승우씨는 날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내 생애 이런 고급스런 레스토랑을 와봤어야지-
"어...ㅎㅎ"
"은씨 이렇게 목소리 큰 거 처음 보네요."
"아, 아.....ㅎㅎ"
와 진짜....숨고싶어.....
미친년으로 봤겠지?
아니, 그것도 모자라서 개 돼지련?
뚱땡련?!?!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전...."
"아니에요, 드세요."
"밥 안드시고 오셨죠?"
"그...건.... 맞긴한데."
"그럼 드세요."
"저도 안 먹고 와서 마침 딱 시키려던 참이었어요."
"아...그럼."
"네ㅎㅎ..." (거절은 안 함.)
"뭐 드시고 싶으세요?"
"아, 전 다 잘 먹어서..."
"그러시면 커플세트 하나 시켜서 나눠먹을까요?"
"좋아요..!!"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전...."
"아니에요, 드세요."
"밥 안드시고 오셨죠?"
"그...건.... 맞긴한데."
"그럼 드세요."
"저도 안 먹고 와서 마침 딱 시키려던 참이었어요."
"아...그럼."
"네ㅎㅎ..." (거절은 안 함.)
"뭐 드시고 싶으세요?"
"아, 전 다 잘 먹어서..."
"그러시면 커플세트 하나 시켜서 나눠먹을까요?"
"좋아요..!!"
난 진짜 밥만 먹으러 나온 사람처럼, 밥만 먹었다.
승우씨가 묻는 말에 건성건성 대답하고, 계속 입에 음식을 집어넣었다.
사실, 아까……
웨이터분께서 음식을 나눠주실 때,
“주문하신 2인 커플세트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두 분 진짜 잘 어울리시네요-”
“완전 선남선녀 커플 같아요.”
“아, 저희 커플 아ㄴ…..”
“그렇죠? 감사합니다ㅎㅎ.”
….
끊었다.
내 말을. 승우씨가.
아니 그리고 커플은 무슨 커플…..미친.
이 사람 왜 이래 진짜.
이 시간 이후로 기분 좀 상해서 밥만 먹는다.
“은 씨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네?“
”아, 아니요.“
”기분이 좀 안 좋아지신 것 같은데, 아까보다.“
”아…그런가요?“
”기분 나쁜 거 있으시면 편하게 얘기해줘요.“
”제가 뭐 잘못했어요?“
갑작스런 물음에 나는 당황스러 어쩔 줄 몰랐다.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우물쭈물댔다.
승우씨는 고개를 낮추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얘기 안 해줄거에요?”
…..이걸 말 해야돼…?
“…별 거 아니에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별 거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말 해줘요 얼른.”
“그래야 내가 고치던 말던 하죠-”
“…실은.“
”너무 갑작스럽게 부르신 게 아까부터 좀 불편했거든요.“
말 하래서 했더니, 실시간으로 그의 표정이 굳어져 가는 게 보였다.
”전 진짜 제가 착각 한 줄 알고… 준비도 제대로 못 하고 대충 나간건데.“
”그래서 가자마자 사과도 드린건데.“
”아…기분 나빴으면 미안해요, 정말.“
”제 입장에서는 은씨랑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그리고.“
”아까 말 하는데도 끊으시고.“
”음식 주시던 분한테는 왜 커플이라고 거짓말 했어요?“
”..네?“
”그거야, 그렇게 말 해서 안 좋을 건 없으니….“
”좋은 것도 없잖아요.“
”아… 은씨는 커플이 아닌데 커플이라고 말 한 게 기분이 나빴던거에요..?“
”꼭 그렇다기보단….“
”제 입장에서는 웨이터분이 그렇게 말 하시는데 뚝 잘라서 커플 아니라고 하면 무안하실까봐 그렇게 말 한거였어요.“
”은 씨가 불편하셨다면 미안해요.“
“어쩌다보니까 말도 끊었네.”
“그것도 진짜 미안해요.”
이렇게 말 하니까…..
내가 쓰레기가 된 것만 같잖아.
“아, 아니에요.”
“승우씨 이렇게 미안해 하실까봐 말 안하려던거였는데..”
“아니에요. 제가 잘못한건데요, 뭐.”
“그래도 용기있게 말 해줘서 고마워요.“
….좋은사람이다.
느꼈다 그 때.
완벽한 사윗감.
남편으로 두면 좋을 것 같은 사람.
예의도 바르고 착하고 성실하며, 잘 이해해주는 사람.
근데….왠지,
끌리진 않는다.
“덕분에 잘 먹었어요.”
“갑자기 말도 없이 부른 거 정말 미안해요.”
“다음에는 정식으로 만나요.”
“아, 네 좋아요..ㅎㅎ.”
“가볼게요, 그럼.”
“아 잠깐만…”
가려던 나를 승우씨가 붙잡았다.
내 팔목을 살짝.
진짜 아주 살짝만 잡았는데 내 손목이 다 가려졌다.
손이….진짜…..
ㅈㄴ크네. 거인인가?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승우씨를 쳐다보았다.
”하실 말씀이라도…?“
”…“
뭐지…?
왜, 왜 망설이지.
”그….“
”저는 은씨가 좋은데…“
”은씨는 저 어때요..?“
두 번 만나고….어떠나고?
아니 내 주변 남자들은 왜 다 미친놈들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