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5화. 추억놀이

sophie97
2026.09.13Vistas 112
"그럼 내가 헤어지고 오면
나 받아줄래요?"
"지금 여자친구를
또 바보 만들겠다는 거에요?"
"우리 이제 막 시작한 사이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크게 상처받지는 않을 거에요."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절대. 절대 그거 아니에요."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우리... 그냥 자연스럽게 해요.
헤어졌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혹여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런 상황이 만들어 지겠죠..."
나는 그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어요.
미안하지만 그동안 훈지 씨를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는데..."
나는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훈지 씨를 돌아봤다.
"다음에 심야 영화 보고 싶으면
훈지 씨가 다른 극장으로 가요.
나 어제 진짜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어요."
그는 한 마디도 없이
내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기만 했다.
"가끔 안부 연락은 해도 돼요?"
"항상 답장할 거라고 장담은 못 해요."
"친구로서 한 번 안아줘도 돼요?"
"사양할게요. 일어나요.
나 이제 퇴근하려구요."
"바래다줄게요."
"걸어갈 거에요."
"그럼 같이 걸어요.
바래다 줄게요."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걷게 되었다.
훈지 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스페인에서 그 언덕,
우리 같이 일출 봤던 곳 기억나죠?"
"네..."
"난 가끔씩 그곳이 생각나고 그리워요."
"그 때 너무 좋았죠."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스페인에서의 좋았던 추억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훈지 씨랑 무슨 일로 싸웠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자다 보니 옆에 누워 있던 게 기억나요."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동거 규칙 때문에
싸워도 같이 자는 건 지켜야 된다고
했었잖아요."
"참....그 동거 규칙들!!
너무 동화같이 써 놔서
내가 훈지 공주님이라고 불렀잖아요?"
"에이... 공주는 좀 심했다!"
"아니... 무슨 하루에 한 번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이런 거 써 놨다니까요."
"내가요? 잘 못 기억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와~~ 이렇게 발뺌한다.
나 집에 다 갖고 있어요!
집에 가서 보여 줄게요.
보고 나서 딴말하면 안 돼요!"
이렇게 말해 놓고
나는 아차 싶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예전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훈지 씨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순간 걸음을 멈췄다.
"다음에 기회되면 보여 줄게요.
카페 앞으로 다시 가야 하는데
이제 됐어요.
그만 돌아가요."
"알겠어요. 들어가요."
그가 먼저 등을 돌릴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선 그는
망설이듯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나를 끌어 안았다.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추억이 있잖아요.
그래서 누구하고도 당신을 바꿀 수 없어요."
그가 돌아가고 난 뒤에도
나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추억... 지울 수 없는 추억...'
나는 집으로 돌아와
스페인에서 가져왔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보며 그날 밤을 꼬박 새웠다.
날이 밝아오자
12시 종이 울리고
누더기 옷으로 갈아입은 신데렐라처럼
나는 추억 속 스페인에서 빠져나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카페에 갈 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오픈 준비를 하고 있던 때였다.
오늘의 가장 첫 손님으로
우진 씨가 들어왔다.
"우진 씨!!"
"오래간만에 뵙죠?"
"무슨 일이 있나 걱정했어요.
어떻게 된 거에요?
한 일주일 못 오셨죠?"
"네...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아..."
나는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
"절 걱정해 주셨다니 감사해요."
"우진 씨...
많이 힘드실텐데...괜찮으세요?"
"정아 씨가 내려 주는 커피로
또 하루를 버텨야죠."
커피를 받아 들고 돌아서려는 그를
나는 조심스럽게 불러 세웠다.
"우진 씨."
그가 돌아보았다.
"오늘 저녁에 약속 없으시면
제가 저녁 사도 될까요?"
"위로해 주시는 건가요?"
"음...위로라기보다는
친구로서 응원해 드리고 싶은 거에요."
"야구장이요?" <46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