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éroe débil / Guardián Sieun] Entre la velocidad y la distancia

Entre la velocidad y la distancia, episodio 6

며칠 동안 잠잠했던 복도 공기가 이상하게 다시 가라앉은 건 금요일 마지막 교시가 끝나갈 무렵이었고, 수업 종이 울리기 직전에 교탁 위로 종이 하나가 미끄러지듯 올라오면서 반 애들 시선이 한 번에 쏠렸는데 담임이 아무렇지 않게 그 종이를 펼치고 “체육관 CCTV 일부 파손, 관련자 자진 신고”라는 말을 던지는 순간, 연시은의 펜 끝이 멈췄고 창가 쪽에서 그걸 지켜보던 안수호의 표정도 미묘하게 굳었다.

 

스토리 핀 이미지

“야.”

“…왜.”

“우리 얘기다.”

“알아.”

시은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지만, 이미 머릿속에서는 시간과 동선을 다시 계산하고 있었고, 그 사이로 담임이 덧붙인 말이 꽂혔다.

“오늘 방과 후에 체육관 출입 통제한다니까, 관련 있는 애들은 미리 정리해라.”

정적이 흘렀다.

수업이 끝나고 애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사이, 수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시은 쪽으로 걸어왔고 책상 모서리에 기대며 낮게 말했다.

“야, 오늘 끝내자.”

“…이미 끝난 거 아니야.”

“아니.”

수호가 짧게 고개를 저었다.

“걔네가 아니라, 상황.”

“…”

“지금 안 가면 더 꼬인다.”

시은은 잠깐 멈췄다가, 가방을 닫았다.

“…5분.”

“이번엔 길다.”

체육관 문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서 있었고, 지난번 애들에 더해 다른 애들까지 몇 명 더 섞여 있었는데 분위기는 예전처럼 대놓고 시비 거는 느낌이 아니라, 누가 먼저 말 꺼내나 보는 묘한 긴장감이었고, 수호는 그걸 한 번 훑어보고 아무렇지 않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

“왔네.”

누군가가 말했다.

“CCTV 깨진 거, 너네지.”

수호가 웃었다.

“증거 있어?”

“없으면 부르는 줄 아냐.”

“그럼 부르지 말지.”

짧은 대화였는데, 공기가 바로 날카로워졌다.

시은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시간 끌지 말고 결론만 말해.”

“뭐?”

“원하는 게 뭐냐고.”

그 말에 상대 쪽에서 몇 명이 눈치를 봤고, 결국 앞에 서 있던 애가 말했다.

“책임.”

“구체적으로.”

“벌점이든, 돈이든, 아니면”

말을 흐리다가, 웃었다.

“맞든.”

잠깐의 정적.

수호가 고개를 까딱했다.

“셋 중에 하나 고르라는 거냐.”

“그래.”

“야, 연시은.”

“…왜.”

“네 스타일로 가라.”

시은은 잠깐 숨을 고르고, 그대로 말했다.

“…셋 다 비효율.”

“뭐?”

“벌점 받으면 기록 남고, 돈 주면 다음에도 요구 들어오고, 맞으면 시간 낭비.”

“그래서.”

“하나 더 추가.”

“뭐.”

시은은 시선을 올렸다.

“…지금 여기서 끝내.”

“어떻게.”

“CCTV 내가 고쳤다.”

순간 공기가 멈췄다.

수호가 고개를 돌렸다.

“…야, 그건”

“맞아.”

시은이 끊었다.

“내가 한 거.”

“야, 연시은”

“내가 했다고.”

시은의 말이 이번엔 더 확실했다.

“너네가 원하는 책임, 내가 지면 되잖아.”

정적.

상대 쪽에서 웅성거림이 흘렀다.

“야, 그럼 얘만 잡으면 되는 거 아냐?”

“그러네.”

분위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수호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야.”

“…왜.”

“그건 아니지.”

“…”

“같이 했는데 혼자 뒤집어쓰는 건”

“효율적이야.”

시은이 말했다.

“너 빠지면 끝나.”

“나 안 빠진다.”

“빠져.”

“싫다.”

짧은 대화였는데, 둘 다 안 물러났다.

잠깐, 진짜로 서로를 봤다.

“…왜.”

시은이 물었다.

“…뭐가.”

“왜 계속 남으려고 해.”

수호가 한숨처럼 웃었다.

“야, 그걸 지금 물어보냐.”

“답해.”

“…”

“답하라고.”

수호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너 혼자 두기 싫어서.”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주변 소리가 확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시은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대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같이 한다.”

“뭐?”

“둘이 같이 한다고.”

상대 쪽에서 웃음이 터졌다.

“와, 뭐냐 이거.”

“드라마 찍냐.”

“야, 그럼 둘 다 책임 지는 거지?”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그럼 시작하자.”

그 순간

체육관 문이 확 열렸다.

“거기까지.”

체육 선생이었다.

뒤에 생활지도까지 붙어 있었다.

“다들 뭐 하냐.”

정적.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시은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끝났네.”

수호가 작게 웃었다.

“야.”

“…왜.”

“이번엔 진짜네.”

 

상황은 생각보다 빨리 정리됐고, CCTV는 이미 고장 나 있었던 걸로 처리됐고, 애들은 전부 흩어졌고,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둘 사이에 남은 건 많았다.

학교 밖으로 나왔을 때, 해가 거의 져 있었고 공기가 식어 있었고,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야.”

수호가 먼저 말했다.

“…왜.”

“아까 그거.”

“뭐.”

“왜 혼자 뒤집어쓰려 했냐.”

시은은 잠깐 멈췄다가 말했다.

“…빨리 끝나니까.”

“그게 이유냐.”

“…아니면 뭐.”

“나 빼려고 했잖아.”

“…”

“왜.”

시은이 고개를 들었다.

“…다치니까.”

짧은 대답이었다.

근데 이번엔 숨기지 않았다.

정적.

수호가 한 발짝 다가왔다.

“야.”

“…왜.”

“그거면 됐다.”

“뭐가.”

“이유.”

그 말이 끝나고 수호가 헬멧을 내밀었다.

“타.”

“…어디.”

“모르겠다.”

“또야.”

“응.”

“비효율인데.”

“그래도 간다.”

시은이 헬멧을 받았다.

이번엔 망설임이 없었다.

“…5분.”

수호가 웃었다.

“야.”

“…왜.”

“그거 이제 안 통해.”

“…알아.”

“그럼.”

시은이 아주 작게 말했다.

“…계속 가.”

그날 이후,

둘은 더 이상 이유를 찾지 않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건, 끝난 게 아니라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