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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하민

붉은 약조

혼례 전날, 나는 죽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죽었던 그날의, 그 자리에서. 정략으로 맺어진 혼인. 그 끝엔 피와 침묵만이 남았다. 차갑고 무심한 혼인상대 하민은 내 죽음 앞에서도 단 한 번의 조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엔, 내가 먼저 그를 버릴 차례다. 기억은 과거에 머물렀지만, 마음은 이제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혼례는 운명이 아니야. 붉은 약조는 내가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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