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第三 : 세번째 계단]
_
정국이 착각한 그 여인의 이름은 고울 여, 아리따울 원. 여원이었다.
허내관이 여원 그 두 글자를 한자 한자 힘주어 정국에게 말했다. 허내관도 놀란듯한 기색이었다. 외모는 말할 것도 없이 세자빈과 똑같았으며, 이름조차 같은 뜻. 같은 이름이었으니 그러지 아니 할 수 없었다.
정녕, 원이가 아닌 것이냐. 정국이 입술을 떨며 허내관에게 몇 번을 되물어보았다. 허내관은 정국의 모든 물음표에 같은 마침표를 찍었다.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는 마침표를 말이다.
"그 아이는, 원이는. 지금 어디 있느냐."
정국이 앞으로 몸을 기울여 허내관의 말을 기다렸다. 그 아이는 의녀입니다. 아마 의녀들의 침소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정국은 허내관의 대답을 다 듣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국이 자신의 방을 나가 뛰기 시작하더니, 궁의 구석에 위치해 있는 작은 건물로 들어가 소리쳤다. 원아, 원아! 어디 있느냐. 그때 시각은 해시. 즉, 오후 11시였다. 정국의 큰 소리에 자고 있던 감겨있던 의녀들의 눈이 퍼쩍 떠졌다.
"폐하께서 어찌 여기를…"
"원이, 여원을 찾고 있다. 여기 없는 게냐?"
한 의녀의 물음에 정국은 두리번두리번하며 원이의 이름을 대보였다. 그러자 정국의 앞으로 여원이 천천히 걸어가 말을 건넸다. 소인을, 찾으시는 곕니까? 순간 정국의 눈시울이 붉게 변해갔고 곧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정국은 떨리는 손을 조금씩 올려보았다. 그러곤 자신의 가늘고, 큰 손을 희고 고운 여원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네가 원이구나."

정국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의녀들은 서로 서로의 귓가에 대고 속닥거렸다. 미쳤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인 것 같아 여원은 어째 그 속담임이 여원은 불편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소인의 이름은 어찌….. 여원이 그 속담임을 애써 무시하고 말했다.
"나랑 같이 가자, 원아."
***
정국은 그 뒤로 자신의 침소에 여원을 들였다. 정국은 자신 나름대로 가장의 방법이라 생각했지만 여원은 달랐다. 그녀는 다른 의녀들의 따가운 시선들을 매일매일을 견디며 지내야 했으니까.
값비싼 옷들, 금, 생전 세자빈이 좋아하던 꽃. 정국은 모든 걸 여원에게 주었다. 허내관은 그런 정국이 못마땅했다.
"원아,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
"폐하. 폐하께서 누굴 찾으시는지. 소인은 모릅니다."
"허나, 그거 하나만은 명확합니다. 전 그 원이가 아닐 겁니다."
"네가 그 원이가 아니여도 난 상관없다."
"난 지금의 원이를 사랑할 터이니."

정국은 처음에 여원이 세자빈과 같아서. 너무나 같아서 그 이유로 여원을 연모했다. 그러나, 여원의 밝은 미소와 목소리. 그것들에 정국은 여원에게 빠져들었다. 세자빈 여원이 아닌. 의녀 여원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