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띄운 꽃 한송이
제 18장. 제자리, 제 자리

백운하
2021.09.29조회수 36
항상 그곳에서 기다리는 밤하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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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장. 제자리, 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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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아!”
“우리 왔어. 밥 아직 안 먹었지?”
여주와 지민은 어느새 정국을 만나러 가는 것으로 하루의 끝을 마무리지었다. 동산에서 보는 풍경이 추억으로 가슴 벅차게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저 하루를 살던 정국도 제 하루를 꾸며주는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노을이 더이상 쓸쓸한 색이 아니게 되었다.
“자, 샌드위치 싸왔어.”
“맛있겠다!”
“많이 먹어. 많이 싸왔으니까.”
노을 지는 하늘에 샌드위치를 곁들였다. 빨갛고 푸르게 지는, 오늘 하루를 설레게 회상하는 태양은 그 어느 때보다 장렬히 타올랐다. 풍광을 즐기기 바빴을 때, 한 양이 여주에게 다가왔다.
“귀엽다. 털도 부드럽고.”
“아,남쪽 저택에서 더이상 기르지 않는다고 준 양이에요. 사람을 좋아해요.”
보드라운 털의 감촉을 느끼며 추억으로부터의 회고에 빠졌던 여주는 양의 털 속에 묻힌 딱딱한 물체를 잡았다. 양의 목에 걸린 그것을 털 밖으로 당겨서 본 여주는 잠시 그대로 멈추었다. 목걸이었다. 제가 그 어린 양의 목에 걸어주었던.
“시스..?”
아득히 불릴 줄 알았던 이름이 그 양의 검은 눈에 반사되어 돌아왔다. 시스는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그 아기 양이라고, 보고 싶었다며 말이다. 그 깊이를 모를, 아득히 까만 시스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항상 제 품에 우주를 안겨주었던 그 양이었단걸
“전에 양치기 소녀였다면서, 아는 양이에요?”
“응, 알다마다.”
해가 지며 추워지는 날씨지만 오히려 어디선가 온기가 피어오르는 듯 했다. 시스는 이 동산에서도 충분히 즐거워보였다. 재회라는건, 언제 봐도 어떻게 보아도 노을처럼 가슴 벅차게 아름답지 않은가. 푸른 물빛이 어둠에 서서히 내려앉을 때 쯤, 하늘엔 지도가 펼쳐졌다.
“저건 쌍둥이자리고, 저건 큰개자리에요.”
“우와.. 너 별자리 잘 찾는구나!”
“네, 어릴때 아버지가 가르쳐 주셨어요. ...그리고 저건 소년자리와 소녀자리에요. 저 둘은 항상 붙어있어요.”
“신기하다... 지민아, 네 팔 줘봐.”
여주는 지민이 내밀어준 팔에 펜을 대었다. 그리곤 새겨진 회초리 자국 위에 점을 그리고 선을 그었다. 정국이 가르쳐주었던 소년자리와 소녀자리였다. 그런 별자리는 없다고 말하려던 지민이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정국아, 우리 곧 이 마을을 떠나.”
“진짜요? 왜요??”
“꼭 가야할 곳이 있거든. 그곳에서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
“응! 그렇지만 자리를 잡으면 자주 널 보러올게.”
“...아니에요. 안 오셔도 돼요.”
정국은 왜냐는 질문에 잠시 답하지 못했다. 아직은, 어린 소년에겐 평생을 함께한 동산을 벗어날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정국은 이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살포시 입을 열었다.
제가 어딜 가든 밤하늘은 저와 함께니까
마음 놓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