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숨결이 따스한 날이었을거다.
봄은 잠시 숨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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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봄의 숨결이 감싼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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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나의 꽃, 페어마인니히트, 그가 그 곳에 있었다. 디디고 선 그 발끝은 어떻게 그리도 온전했던지, 너무나 놀라버린 여주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발끝만 바라보았다. 숨이 막혀왔다. 심장이 빠르게 쿵, 쿵 하고 진동했다.
“아, 양치기 소녀인가? 여긴 무슨 일이지.”
저벅저벅, 나의 꽃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꽃은 연못에 띄웠던 물망초처럼 나에게로 다가왔다. 떠는 것 같은데 너무 가까이 다가가진 마, 태형아. 심장의 울림처럼 꽃의 이름이 들려왔다.
“태형... 도련님..?”
나의 꽃, 태형은 잠시 눈을 크게 뜨며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가벼운 웃음과 함께 내 품에 있던 편지를 앗아갔다. 풍선을 놓친 아이처럼 그만, 너무나 허망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걸 전해주러 온게 아닌가? 옆 백작가로 잘못 간 편지가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맞.. 맞아요...”
바보 같이 목소리가 떨렸다. 태형은 상상해오던 것 만큼 예민하다거나 까칠한 도련님이 아니었다. 지민이 들려준 옆 백작가의 도련님 이야기에 따라 상상해오던 태형과는 딴판이었다. 그는 웃음이 예뻤고 몸짓도, 목소리도 봄결 같았다. 그는 이 계절이었다, 봄이라 불리는 그 부드러운 계절이었다.
태형은 편지를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어젯밤, 파티의 잔여물로 남은 풍선을 여주에게 들려주었다. 파티에 와 풍선을 들고 나가는 아이들을 보고 설렜던 여주에게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사실 그것보단, 나의 꽃과 잠시 닿았다는 사실이 더 여주의 마음을 부풀게 하였다.
“전해주러 먼길을 왔네. 그건 고맙다는 의미야.”
“감..사합니다...”
“아냐, 귀여운 아가씨네.”
귀여운 아가씨네. 잠시 그 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여주는 잠시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했다. 멀리서 보던 얼굴 그대로였다. 얼굴을 보고서야 넋을 놓고있었단걸 알게 된 여주가 인사를 하고 급히 백작가를 뛰어나왔다. 방금까지 제가 어디 있었던건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시스! 내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야.”
그날 밤, 여주는 하루종일 백작가를 내려다보며 황홀한 기분에 젖어 살았다. 그 때문에 양들을 잘 돌보지 못해 진에게 혼이 났지만, 그딴건 아무렴 상관 없어도 충분한 날이었다. 아름답다, 라고 표현하면 되려나. 밤에 떨어지는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빈 여주가 아기 양, 시스를 쓰다듬었다.
제 어린 꿈이 아직 살아있다면,
나의 꽃, 태형을 오늘 밤 꿈에서 만나게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