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b; 비오는 파리 밤에
written by 멜리시아.
축축한 비가 땅에 거세게 내려 앉았다. 울적한 기분에 비까지 내리니 ,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와중에도 밤의 파리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 왜 이딴 인생에 빙의해선 , 개고생이네 ”
눈잎에 곧이 흐르는 세느강 사이로 얼핏봐도 화려한유람선이 빛을 내며 파리의 밤을 꾸며댔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는 이에 맞춰 춤을 추기라도 하는 듯이
이리저리 방향을 자주 바꿔가면서 내렸다.
“ 비는 또 더럽게 내리고 ”
조곤조곤 내리는 비에도 으슬하게 추운것이 차라리 시원하게 확 뿌려버렸으면 좋겠다한 잠시나마 곧은 생각을 손사리치게 만들었다.
" 괜찮아요? "
- 괜찮아요?
“왜 우산을 안 쓰는 거야…?”
- 왜 우산도 안쓰고..
눈물과 비가 섞여 자츰 적셔지던 중, 머리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산도 없이 왜 이곳에 있냐는 둥 오지랖 넓은 말을 건네는 남자.
“ 그쪽 알 바는 아닌것 같은데. ”
“ 예쁜 것 치곤 되게 까칠하시네. ”
“ .. 그것도 포함해서 ”
솔직히 놀랐지만 미숙하게나마 숨겼다. 영어가 꽤 능숙한데다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얼핏 이국적인 외모에 현지인인줄 알고 일부러 못알아먹으라고 한국어 쓴거였는데, 내 편견이었나.
“ 날씨가 많이 추워요.
그것도 젖은 채로 있기에는 ”
그는 세연의 말을 가뿐히 무시한 채로 자신의 자켓을 벗어 걸쳐주었고, 세연도 이후엔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자는 세연의 옆에 앉아 또 말을 걸었다.
파리가 아름다운줄 알았더라면 진작 나왔을텐데 물론 당신과 있어서 그런거겠죠 라던가 어떤 오후에 걷다가 주웠던 손수건이 참 예뻤는데 거기에 수놓아진 그림이 당신과 닮았다는둥 쓸데 없는 말만 늘어놓기 일쑤였다.

“ 조명이 참 예쁘네요. ”
“ .. 흐려서 안보여요 ”
“ 푸흐 , 눈이 많이 젖었네. 왜 울었어요 ? ”
“ 그냥요. 내가 너무 불쌍해서, ”
옅은 웃음을 불어오며 묻는 그에게 간접적으로 털어놨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지금 강세연은 나니깐. 내가 불쌍한게 정말 나인지 아니면 강세연인지 나는 나로, 그는 세연으로 기억하겠지.
“ 괜찮아요? ”
“ 전혀요. ”
“ 음.. 더이상 묻진 않을게요. ”
세연은 이에 퉁명스럽게 대답했고 그러자 들려오는 피식 웃는 소리. 세연이 홱 고개를 돌리자 눈을 굴리며 모른척하는 그였다. 그래도 묵묵히 있어주는 그에 저도 모르게 슬쩍 의지하게 된 걸까. 경계심을 풀고 혼자 깊게 생각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손에 쥔 건 핸드폰과 사진 한 장일 뿐 전부 잃었다. 사실 지금 잃었다고 말하는 건 빗댐과 같은 결과였다.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자존심의 문제였으니까. 지독히 싫었다 그 호텔에 다시 들어가는 건
“ 구겨졌잖아.. ”
젖지 않게 손에 쥐었던 사진을 어느샌가 꽉 쥐어버렸다. 구겨진걸 감지하고 손을 펴고 살폈을땐 복구시키기 조금 힘들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 되게 중요한 사진인가봐요? ”
“ 알 필요 없어요, 이건 정말.. ”
“ 우산은 잘 쓸게요. ”

정국은 당돌히 자신의 우산을 거지고 멀어져가는 세연의 잔상을 바라보는 채로 헛웃음을 자아냈다.
다음에 다시 만나길 고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