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쓰는 조각글

겨울


겨울에 불어오는 바람이 이리도 차갑게 느껴진 적이 없습니다. 마치 세상이 날 버린듯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던 때에는 매일매일이 호접지몽(胡蝶之夢)같아 내일이 기다려졌습니다. 입에 담기엔 당신은 너무 소중하기에 아직도 입이 떨어지지 조차 않습니다. 행복했던 지난 날과는 달리 지금은 꿈조차 내게 오지 않습니다. 역시나 당신이 내게 오지못했기 때문이겠죠. 내가 만약 눈이라면 당신에게는 닿을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눈이 되어 당신께 가고, 녹아 물이 되어선 당신이 가는 곳마다 같이 갈 수는 있을까하며 실없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보고싶어 생을 끝내고도 싶었지만 당신이 올까라는 생각 때문에 죽은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당신과 함께 지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이리도 생생한데, 내 추억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는데, 이제는 그 보석들이 조금씩 흩어지고 있습니다. 잘 보관하려 매일매일 되새기고 있지만 마치 모래알처럼 내 손을 빠져나가 흩어집니다. 당신 없이 지낸 30년은 마치 모래알 같습니다. 돌아서서는 아주 큰 숫자이지만 지나고 보니 그리 큰 숫자가 아니더군요. 아직 당신이 내게 속삭여준 말, 혼인할 때에 그 아름답던 미소가 눈 앞에 아른거리는데, 세월이 참으로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혼인할때에 우리의 머리가 파뿌리가 될때까지 함께 있어주며 사랑하겠다고 말했으면서 먼저 가버린 당신이 참으로 야속합니다. 당신이 전쟁터로 나간다던 그날, 난 아직도 그날을 후회합니다. 어떻게든 말렸어야하는데, 험한 말이라도 하며 붙잡았어야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쉽게 말할정도로 세월이 지났군요.후회는 하지만 눈물은 나지않습니다. 갑작스레 나간 당신이 화가나지만 보고싶습니다. 당신의 시신이라도 보았어야했는데. 꽤나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감정이 정리되지는 않았나봅니다. 옛날부터 당신이 칭찬해주던 저의 직감이 말해주는 군요. 저는 아마도 당신에게 갈 날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갈때에는 당신이 준 비녀를 하고 가겠습니다.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이만 줄여야겠군요. 여기는 그날처럼 눈이 내려 아주 춥습니다. 그곳만큼은 춥지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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