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던 인영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잔뜩 상기된 듯한 볼에 자신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눈동자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행동은 나 지금 할 말 있어요! 라고 알려주는 우리 둘 만의 시그널? 같은 행동이었다. 로나의 행동에 한 겨울임에도 햇빛에 내려 찌고 있는 것처럼 심하게 달아오른 태형의 모습에 저절로 토마토가 생각났다. 그런 태형을 바라보던 로나가 입을 열었다.
"나 남자친구 생겼다!"
히히라는 소리를 덧붙이며 배시시- 웃는 로나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거렸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응원해달라는 말을 덧붙이는 로나의 모습에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축하해주는 태형. 그런 태형의 모습을 바라보던 로나가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웃었다.
"나 이번에 진짜로 잘 해볼거야."

라 라이 라라라 : 사랑에 빠지는 주문 © 칼리오페
언제나처럼 금방 깨질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둘은 정말 오랜 연애를 했다. 항상 싸우고 나면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나에게 찾아와 떡볶이를 입안 가득 채운 채 이번에는 꼭 헤어질 거라며 울고불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다음날이 되며 헤헤 웃으며 나를 찾아왔다. 그럴때마다 이번에는 싸우지 말고 잘 지내보라며 애써 웃으며 말한 것이 무색하게 매일 밤 쓰린 속에 술을 때려 붙기 일수였다. 얼마나 심했는지 술이 없으면 잠에 못 들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 술을 퍼마시던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남친과 같이 술의 마시자는 로나의 말에 절대로 가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또 거절하지 못했다. 난 아직도 로나를 좋아한다는 증거였다. 술집에서 만나서 하하 호호 웃던 그때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리를 뜨는 로나의 남친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흘렀고, 가방을 뒤적이던 로나가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보고 싶지도 않았고, 믿고 싶지도 않았던.. 그저 다른 친구가 로나를 통해 건네주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너한테 첫 번째로 주는 거다?"
부끄러운지 잔뜩 상기된 볼을 하고는 청첩장을 건네는 로나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모든 것을 다 가졌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 로나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릿한 쇠 맛이 났지만 나는 끝내 내색하지 않은 채 입술을 올렸다. 억지웃음에 떨리는 눈을 뒤로 한 채 축하해주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뭐야.. 같이 서프라이즈로 주자더니 먼저 그렇게 주면 어떡해"
괘씸하다는 듯이 로나의 옆에 앉아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둘의 모습에 하하 웃은 태형이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어디가"
로나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잠깐 공기 좀 쐬려고.."
차가운 공기에 정신없던 머리가 텅하니 비워졌다. 살랑 흔들리는 머릿결에 잔뜩 빨개진 코를 한 채 구석에 쪼구려 앉아 손끝이 새빨개진 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손끝에 무언가 닿았고, 꺼내보니 담배 한 개비가 있었다. 어젯밤 지나가던 선배가 나의 표정을 바라보더니 힘든 일 있을 때 피우라고 준 담배였다.
"버렸었는데.. 또 언제 넣었대"
담배를 손가락에 끼운 채 담배를 쥐었다 펼치기를 반복하던 태형이 반대쪽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자 라이터 옆에는 담배가 하나 더 붙어있었다. 라이터도 담배도 다 그 선배의 작품이었다. 테이프로 고정된 담배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도 몰랐는데 그 선배가 보기에는 내 표정이 그렇게까지 우울해 보였나 보다. 담배를 입에 물고 거의 다 쓴 라이터를 켠 태형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쓰읍-하고 들이마시더니 울상이 된 채 콜록콜록 거리던 태형이 담배를 입에서 떼어냈다. 뭐가 좋다고 이런 걸 왜 피우는 건지 모르겠다며 중얼거리던 태형의 입에는 어느새 담배가 물려있었다. 몇 번 반복하던 태형이 손에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더니 발로 짓눌렀다. 라이터에 붙어있던 담배를 떼어내기 위해 손을 움직이는 순간
부스럭_
소리와 함께 편의점을 다녀온 것인지 봉지를 들고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로나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오던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야.. 너 담배 피워?"
로나의 물음에 황급히 주머니에서 손을 떼는 태형. 최대한 당황한 것을 티 내지 않으려는 듯 태형이 입을 열었다. '아니.. 담배는 무슨 방금까지 어떤 남자가 담배 피워서 그러나 보다.' 그 말을 끝으로 어서 들어가자며 재촉하는 태형의 모습을 보던 로나의 태형의 손끝을 쳐다봤다. 손톱으로 손가락을 누르지 않고 있는 태형의 모습을 바라보던 로나가 싱긋 웃으며 앞을 걸어갔다.
P ꕤ ⑅ ꕤ O
"뭐야 둘이 비밀이야기라도 하고 왔어?"
로나와 내가 같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로나의 남친에 맞다며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태형을 바라보던 로나가 아이스크림을 꺼내 태형과 남친의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렸다.
"그런 거 아니야, 아이스크림 사고 들어오는 길에 혼자 쭈그려서 앉아있길래 끌고 온 거야"
으이구 그랬어?라며 로나의 볼을 꼬집는 모습을 끝으로 우리의 술자리는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사실은 그런 둘의 모습에 술을 미친 듯이 마신 나는 그대로 기억을 잃었다.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어떻게 파투 났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한가지 기억만 빼고..
'나 네가 좋아'
아침에 일어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세수를 하던 그때 입을 타고 흐르는 목소리가 떨려서.. 아니 사실은 잘게 흔들리는 너의 눈빛에 목소리가 자꾸만 떨렸다. 그 목소리를 끝으로 끝나는 기억에 망연자실하면 떠오르려고 했지만, 끝끝내 떠오르지 않았고, 나는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었다. 결혼한다는 사람한테 좋아한다니.. 아니 내가 고백한 게 로나가 맞나? 아니면 좋겠지만 고백한 거겠지..? 터덜터덜 걸어와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고 난 후 침대에 풀썩 누웠다. 아.. 1교시 수업인데.. 점점 무거워져만 가는 눈꺼풀에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쾅_
쾅_
쾅_
문이 부서지라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스르륵 떴다. 어느새 해가 져 뉘엿뉘엿해진 바깥 풍경에 스트레칭을 하며 일어났다. 분명 찾아올 사람도 없을 텐데.. 누구지? 하며 현관으로 다가가던 그때 로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흠칫하며 뒤로 물러나는데 도어락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띠리릭_ 열린 문을 뒤로 로나가 보였다.
"빠닥빠닥 문 안 열어?"
눈썹을 올리며 말하는 로나의 모습에 흠칫한 태형이 입을 열었다.
"니.. 비밀번호 어떻게 알았냐?"
"너희 어머니가 알려주시던데?"
통화하고 있던 화면이 로나의 말과 함께 꺼졌다. 그런 로나의 화면을 바라보던 태형이 핸드폰을 찾기 시작하자 로나가 와 말렸다. "그러지 마 내가 알려달라고 계속 보채서 알려주신 거야." 그런 로나를 바라보던 태형이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뻔하지 뭐.. 로나가 알려달라니까 신나서 알려줬을 엄마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혹여나 전화해 엄마에게 피해가 갈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의 핸드폰을 언제 가져간 것인지 한 손에 꽉 쥔 채 자신의 팔도 붙잡는 로나의 이번에도 지는 것은 태형이었다. '알겠어. 전화 안 할 테니까 돌려줘' 돌려달라는 듯 손을 내미는 태형의 모습에 주저하던 로나가 태형을 다시 한 번 바라봤다. '맹세할게 진짜로 전화 안 할테니까 이제 돌려줘. 응?' 어린아이를 어르고 달래듯이 말하는 태형의 모습을 보던 로나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건네는 것과 동시에 태형을 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 근데 여긴 무슨 일이야?"
끝없는 정적 속에 말을 먼저 꺼낸 것은 태형이었다. 그런 태형의 말에 왜 찾아왔는지 기억해낸 듯 로나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느덧 우리의 사이는 가까워졌다.
"너 오늘 왜 학교 안 왔어?"
"졸려서.."
그런 태형의 말에 수긍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는 로나. 그런 로나가 진짜 본론은 이거였다는 듯이 씨익 웃어 보였다.
"어제 고백한 거 기억나?"
그런 로나의 말에 온몸이 섬뜩해졌다. 왜 내가 어제 고백했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은지 분명 남자친구도 있었을 텐데, 내가 고백했는데도 나는 왜 이리 멀쩡한지 왜 너의 남친한테 얻어터지지 않았는지 너는 왜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는지 너는 왜 그리 재미있다는 것처럼 웃는 것인지.. 정녕 어제 고백한 사람이 네가 맞는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때 로나가 태형의 어깨에 손을 놓았다.
"친구야.. 나는 네가 남자를 좋아할 줄은 몰랐다."
.....?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하나둘 생각이 떠올랐다.
"오빠 나 숙취해소제 사올게. 김태형 좀 부탁해"
고개를 끄덕이는 남친의 모습을 본 로나가 급하게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로나가 사라지고 어느새 정적만이 흐르던 그때 잔뜩 눈이 풀린 채 태형이 고개를 쳐들었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어딜 가려는 건지 비틀거리며 걷던 태형이 멀리서 다가오는 로나를 봤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로나에 천천히 걷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넘어가는 태형을 붙잡은 로나의 남친.
"괜찮은 거죠?"
"나 네가 좋아.. 진짜로 미친 듯이 좋아서 포기가 안 돼"
짤막하게 폭탄 발언을 한 태형이 로나의 남친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게 로나의 남친인 것도 모른 채.
우,,우웨에에엑
고개를 끄덕이는 남친의 모습을 본 로나가 급하게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로나가 사라지고 어느새 정적만이 흐르던 그때 잔뜩 눈이 풀린 채 태형이 고개를 쳐들었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어딜 가려는 건지 비틀거리며 걷던 태형이 멀리서 다가오는 로나를 봤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로나에 천천히 걷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넘어가는 태형을 붙잡은 로나의 남친.
"괜찮은 거죠?"
"나 네가 좋아.. 진짜로 미친 듯이 좋아서 포기가 안 돼"
짤막하게 폭탄 발언을 한 태형이 로나의 남친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게 로나의 남친인 것도 모른 채.
우,,우웨에에엑
"기억 안 나? 네가 어제 우리 오빠한테 고백했잖아"
어제 일이 다 기억난 듯 머리를 쥐어뜯는 태형의 얼굴을 보며 로나가 히죽히죽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친구야, 네가 우리 오빠를 좋아하는 지 몰랐었어 미안하다. 오빠는 내가 데려가서 잘 살게! 부끄럽다고 결혼식장 안 오기만 해봐!"
잡힐세라 후다닥 도망가는 로나에 태형이 이마를 짚는다.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는 기분이다.
P ꕤ ⑅ ꕤ O
시간은 흘러 어느덧 결혼식 당일이 찾아왔다. 옷을 입으면서도 가지 말까를 고민하다 자신이 안 오면 슬퍼할 로나가 떠올라 입기 싫은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P ꕤ ⑅ ꕤ O
"... 결혼 축하한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정녕 로나가 맞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단연하건대 여태까지 봐왔던 모습 중에서도 탑이었다. 평생을 생각해 왔던 모습이지만 그 옆자리에 남편은 내가 아니었다. 그저 결혼을 축하하러 온 너의 친구 1이었다.
점점 몰려드는 인파에 밀려나듯 신부대기실에서 나온 태형은 식장 한구석에 자리 잡고 앉았다.
P ꕤ ⑅ ꕤ O
"자자 이제 사진 찍습니다. 하나 둘"
"잠시만요. 거기 신부 측 남자분 좋은 날에 왜 그리 무표정이에요. 원래 그러신 건가? 웃어보세요! 스마일"
"오케이 좋아요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_
P ꕤ ⑅ ꕤ O
쏴아아-
"피곤하실 텐데 이만 들어가 보세요. 장모님 장인어른 김태형 너도"
"아휴 식 끝나고 신혼여행 가느라 힘들 텐데 가는 길은 봐야지. 안 그러니 태형아?"
"에이 뭘 어차피 몇 주 뒤면 볼 텐데"
"그나저나 비가 이리 많이 와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괜찮을 거야. 엄마도 걱정 말고 이제 들어가요."
인사를 한 두 커플. .아니 이제 부부가 차에 올라탔다. 거세게 쏟아지는 비에 걱정되었지만,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아무일도...
[ 다음 소식입니다. 오후 5시 반쯤 공항고속도로에서 승용차 두 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빗길에 미끄러진 승용차가 다른 차를 들이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두 승용차의 운전자와 탑승자 전원이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들어 뉴스를 보던 태형의 눈앞에는 신혼여행을 떠난다며 행복하게 웃던 로나와 그녀의 남친이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뉴스였다. 믿을 수가 없어 몇 번을 눈을 비비고 현실을 부정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었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다시자고 일어나면 바뀔 거라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드려고 했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 잠이 올 리 없었다. 옛날에 복용하던 수면제를 서랍에서 꺼내 탈탈 털어 입에 한 움큼 집어넣었다.
P ꕤ ⑅ ꕤ O
"로나... 이름이 예쁜 아이네. 이 아이가 그리 보고 싶어?"
무의식의 나인 것인지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그런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태형을 바라본 남자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라 라이 라라라.. 잘 외워도 이게 널 그 아이와 이어지게 할 주문이니까."
P ꕤ ⑅ ꕤ O
삐비비빅_
삐비비빅_
어디서 나는지 모를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익숙한 문을 열고 교실을 들어섰고 그 교실에는 나를 기다리는 듯 의자에 앉은 인영이 보였다. 잔뜩 상기된 듯한 볼을 한 소녀. 어린시절의 로나였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뻐금거리는 로나의 모습에 급하게 먼저 입을 떼는 태형.
".... 라 라이 라라라"
이 주문이 너와 날 정말로 이어줄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난 견뎌낼 수 없을 것이다.
"김태형.. 나 네가 좋아. 정말로 나랑 사귈래?"
꿈이어도 좋다. 이 주문이 정말로 너와 날 이어준 것인지 아니면 나의 꿈들로 이루어진 상상이든 망상이든 다 좋다. 이렇게라도 너랑 이루어질 수 있다면
라 라이 라라라 : 사랑에 빠지는 주문
과제 때문에 이제야 7분을 남기고 급하게 끝내느라 한 번 읽어보지도 못했네요.. 이런 부족한 글 끝까지 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