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 관하여

18.






am10:40 병실 안.



한참 잠들어있는 지훈을 바라보는 진혁은 지훈이 일어나게 된다면 뭐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에 잠시 자리에서 벗어났다. 깊게 잠들어있던 지훈은 진혁이 나간 사이에 눈을 떴다.
일어나니 자신의 손에 꽃혀있는 링거, 곳곳에 치료되어있는 자국들. 지훈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맞은편에 있는 거울을 발견하였다. 거울 속 지훈의 모습이 매우 엉망이였다. 지훈은 자신의 얼굴을 미친듯이 만지다 당한 일을 떠오르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먹은 지훈은 소리를 지른다.




“아아악!!!!!”









한편 지훈에게 줄 간단한 도시락을 사고 돌아오던 진혁은 지훈의 병실이 있는 복도에 들어서니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다급하게 그 쪽 병실로 달려가는 의사와 간호사를 보게되었다. 처음에 진혁은 뭔가 했지만 의사와 간호사가 향하는 병실이 바로 지훈이 있는 것이라는 것을 보고 같이 달려 들어갔다.

병실에 들어가보니 지훈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매우 불안해했으며 주변 간호사와 의사들은 지훈의 손을 막고 있었다.  충격을 먹은 진혁은 그런 지훈을 보고 사왔던 도시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한참을 소리지르던 지훈은 소리로 인해 진혁을 바라보았다. 





“….진혁아..”






지훈은 애처롭게 진혁을 바라보며 힘없고 떠는 목소리로 진혁의 이름을 불렀다. 진혁은 그런 지훈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진혁의 눈에는 창백하고 곧 부러질 것 같은 얇은 지훈의 손이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제제당하고 있었고, 지훈의 머리카락이 곳곳에 떨어져있었다. 그리고 숨을 거칠게 쉬는 지훈. 무언가 매우 불안하듯이 떨리는 눈동자.




“그만해…아파….그만하라ㄱ…”




의사와 간호사가 지훈의 몸을 막으며 진정제를 투여하였다. 미쳐 날뛰던 지훈의 몸엔 점점 힘이 빠졌고 눈을 감았다. 진혁은 그런 지훈의 모습을 보고 주저 앉았다. 지훈이 저런 일을 당한것이 너무나 자기 탓인 것 같아서.




“내가 지훈이와 행복한 나날을 꿈 꾼 탓인걸까. 왜 지훈이에게 이런일이 자꾸 일어나는걸까.  내가 그날 먼저 가라고만 했어도.. 내가 바로 지훈이와 같이 가기만 했어도….”












진혁은 진정되어 잠든 지훈의 손을 어루어 만지며 자책을 했다. 





드르륵-




“지훈아..!”





진혁이 지훈의 손을 잡고 있는동안 수진과 현수과 찾아왔다. 진혁은 퀭한 얼굴로 수진과 현수를 한 번 쳐다보곤 다시 고개를 지훈 쪽으로 돌렸다. 현수와 수진은 엉망인 지훈의 상태를 보고 충격을 먹었다. 수진은 진혁의 어깨를 잡은 후 물어보았다.


“지훈이 왜그래..? 대체 무슨일이냐고..”

“….”



진혁은 수진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지훈이 부모님은? 왜 너가 여깄고 지훈이 부모님은 안오셨어..?”









진혁은 계속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대답하였다.


“…지훈이 부모님 안 와.”

“뭐?”



진혁은 수진의 말에 주먹을 불끈 쥐다 속에서 무언가 터져나오듯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쳤다.



“지훈이 부모님 못오신다고!!!!!”





진혁은 거친숨을 몰아쉬며 수진에게 소리를 질렀고 수진과 현수는 그언 진혁의 행동에 놀랐다.


“ㅇ..야…왜그래”

“…시발새끼들…자기 자식이 이렇게 되었는데도…안오고…그게 부모야…?”










수진과 현수가 오기 전 상황_


진혁은 아직 미성년자라 지훈의 보호자가 안되었다. 지훈에 대한 치료의 동의서는 모두 지훈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아야했다. 그래서 지훈의 부모님이 오셔야했지만 어머님은 어린 시절 돌아가시고 아버님은 지훈에게 매우 엄격했다.

대한민구 대표기업 사장인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 지훈이 남자답고 강하길 원했다. 그러면 자신의 자리를 믿고 넘겨줄 수가 있으니깐.

하지만 지훈은 매우 여리여리했고 게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다른 또래 남자아이들보다도 체력도 약하고 이쁘장하게 생긴 지훈의 모습이 지훈의 아버지에겐 매우 못마땅할 뿐이였다. 그렇게 늘 지훈에게 혼만내며 잘 안봐주셨던 지훈의 아버지는 그저 지훈은 짐덩어리라 생각하게 되었고 나중에 성인이 되면 바로 내보낼 생각이였던 것 이였다.


진혁은 지훈을 위해 대신 전화를 걸었었다.


…..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아 저 하지훈 친구 김진혁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지훈이가 좀 큰일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한 번 와주셔야할 것 같아서요.”

“하아..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네?”






진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남처럼 행동하는 지훈의 아버지를 보고 당황했다. 대부분 자기 자식이 입원했다고 하면 달려오는게 맞는 거 아닐까. 대체 이게 친부모의 행동이 맞는걸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지금 그쪽 자식이 나쁜일을 당해 입원했다는데 당연히 오셔야하는거 아닌가요?”

“하아…”



지훈의 아버지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곤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그냥 두세요. 어차피 알아서 할테니깐.”

“뭐라고요..?”

“저랑은 가족 아닙니다. 서류상만 가족이지 그쪽이 어떻게 하든 상관없으니깐 알아서 하세요.”

“지금 미쳤어요? 대체 누가 자식한테 그런 말을 합니까?”

“이렇게 쓸데없는 일로 전화 거시면 차단 하겠습니다.”





뚝-



진혁은 지훈의 아버지 반응에 화가 나 폰을 집어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시발!!!!”





거친숨을 내쉬며 화를 내는 진혁. 

대체 지훈이가 뭘 잘못했다고 사람들이 지훈이만 괴롭히는걸까. 왜 그런 천사같은 아이가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는거냐고!!!



진혁은 그렇게 화를 겨우 진정하고 병실에 들어가 지훈을 지켰다.





현 시점_

현수는 너무 흥분한 진혁을 일단 앉히며 진정시켰다.


”진혁아, 너 지금 너무 흥분했다. 일단 너 바람이라도 쐬고 와.“


“….죽여버릴거야.”

“뭐?”

“하지훈 건든 새끼들..내가 다 죽일거라고.”

“야..너 진정부터 하ㄱ..”






진혁은 현수의 손을 뿌리치며 무언가 다짐한 듯 눈물을 흐르며 말했다.


“내가..하지훈 지킬거라고.”


“하아…”



현수는 진혁의 반응에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진혁을 잘못 건들었다가는 진혁이 정말 무슨 사고를 칠 것 같은 기분에 현수와 수진은 그런 진혁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말했고,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은 진혁을 위해 수진이 잠시 지훈을 지키고 현수와 진혁은 같이 나갔다.





밖으로 나온 둘은 병원 벤치에 앉았고 현수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는 뽑아와 진혁이게 건네며 말했다.




“괜찮냐?”




현수의 물음에 진혁은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쓴 채 바닥만 바라보았다. 딱 봐도 괜찮지 않아 보이는 진혁의 모습에 현수는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안괜찮겠지. 괜찮을리가 없지.”

“…”




현수는 힘들어하는 진혁을 옆에서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떤 새끼들인지 알고?“

”뭐..?“





현수는 갑자기 담배를 물며 말했다. 현수도 평소의 장난꾸러기 모습이 아닌 진지한 모습으로 진혁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훈이 저렇게 만든 새끼들. 어떤 새끼들인지 기억 하냐고.“


”….응“






원래 담배를 폈다 끊었던 현수가 갑자기 자신의 앞에서 다시 담배를 피는 것을 보고 잠시 당황했다. 평소의 모습이 아닌 뭔가 빡쳐 보이는 현수의 모습에 순간 떠올랐다


‘아, 이새끼 진짜 빡쳤구나.’






담배를 끊었던 현수는 화가 미친듯이 나면 혼자 조용히 담배를 피곤 했다. 진혁은 현수를 보고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하산고 새끼들이야.“

”하산고?“

”..응 지훈이가 전학 오기 전 학교인데 거기서 지훈이를 계속해서 괴롭히더라고.“

”ㅋㅋㅋ 하씨…“







현수는 벤치에서 일어나 침을 뱉고 담배를 발로 밟아 불을 껐다. 그리고 진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해? 밥은 먹고 죽이러 가야지.“

”뭐? 지금?“

”그럼 언제?“

”..그래도 지훈이가 깨어나는 건 보고 가야..“




”야, 지훈이가 깨어나면 퍽이나 허락하겠다. 그렇게 착해 빠진 아이가 과연 우리 둘이 그새끼들 패는 걸 허락할까?“

”….“



현수의 말이 맞다. 지훈에게 말을 한다면 분명히 우리 둘을 막을 것이다. 지훈은 늘 자신이 겪는 모든 일에도 참으며 견뎌왔던 아이이니깐.



”…알겠어.“


”그럼 일단 너 먼저 밥 먹고 가자. 내가 뭘 알고 있으니깐.





현수는 진혁에게 말을 한 후 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수는 아까와 달리 수진에게 다정한 말투로 말하였다.



….


”여보세요?“

”어 누나~“

”왜“

”아, 나랑 진혁이 공원 좀 뛰다 올게.“

”뭐? 지금?“

”응응, 누나 위험하니깐 병원에서 지훈이 잘 지키고 있어~“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얼른 들어와라.“

”ㅎㅎ 알겠어 맛난 것도 사갈게.“

”참..알겠어“









그렇게 진혁과 현수는 어디론가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