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세븐틴 'BAD CLIE'의 스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를 원치 않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민원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약간의 스토리 변형이 있습니다.-
"집사 아저씨- 나 아버지한테 갈래"
"큰 도련님 지금 일하고 계실 텐데... 그래도 한번 가 볼까요?"
"응! 아버지랑 놀꺼야!"
자신을 이끄는 준휘의 손을 잡고 향한 곳은 민규의 아버지인, 준기의 집무실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무엇을 하며 놀 것인지, 최근에 아버지를 잘 못 봤다는 말까지 조잘조잘 떠들던 민규가 다리가 아프다며 칭얼대자 준휘가 그를 안아들었다.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뒤, 자신이 직접 준기에게 달려가고 싶던 민규가 준기의 집무실 앞에서 준휘의 품에서 내려왔다. 준휘가 노크를 몇 번을 해도 반응이 없자, 결국 참을성이 없는 민규가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렇게 들어간 그들 눈앞에 보인 건-
".. 아버지..?"
"도련님..."
옷 사이로 언뜻 보이는 화상 자국, 초점 없는 시선, 그리고... 천장에서부터 매달려 있는 밧줄.
"도련님, 나가요. 우리..."
"아버지 왜 저래..? 집사 아저씨..."
"착하죠? 얼른 가요.. 작은 도련님, 이 부르..셨던 걸 깜빡하고 있었네..."
"아버지는..? 응..?"
"조금.. 조금 이따가 놀아 주신대요.. 그러니까.."
준휘가 급히 민규의 눈을 가려보았지만, 이미 준기의 모습을 본 민규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죽음'
또래에 비해 책도 많이 읽고, 똑똑했던 민규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민규의 비명 섞인 울음소리에 근처를 지나가던 한솔과 원우가 급히 뛰어왔다. 준휘가 발버둥 치는 민규를 안아들었다. 억지로 석민에게 가서도 민규는 준기에게 가려 내내 울부짖었다.
민규에게 한없이 자상하던, 웃는 얼굴만 보여주던 그의 아버지 준기는, 민규가 5살이던 준기의 이름도 잘 모를 때에 2005년 민규의 생일날 세상을 떠났다.
* * *
준기가 죽은 지 1주일이 지난 뒤, 회사 관련 기사를 담당해 주던 권순영 기자가 찾아왔다.
"박 회장님, 큰 자제분이 자살.. 을 하셨더라고요, 회장님의 학대 때문에."
"그게 무슨 말인가? 준기는 사고로.."
"아, 정말 그런가요? 그럼 이 사진은 뭔가요?"
순영이 내민 사진은 준기가 목을 매달아서 생긴 그의 목에 있던 푸른 멍 자국과 촛불로 인한 화상 자국에 관한 것이었다.
"이 사진과 함께 자제분이 학대로 인해 자살을 하셨다고 기사를 내면, 회사 이미지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좀 많아서... 한 번에 다 터트려 볼까요?"
준기에게 종종 기삿거리를 받으며 생계를 이어나갔던 순영이었기에 bsk의 비리에 관련된 자료들도 여럿 가지고 있었다. 태산에게 찾아오면서 관련된 자료 일부분을 들고 왔기에 태산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 뭘 원하는가?"
"제가 원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에이- 아실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순영의 말에 서랍에서 봉투를 꺼낸 태산이 그의 쪽으로 봉투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봉투를 열어 금액을 확인한 순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일을 하지 않고도 족히 5, 6년은 쓸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순영이 자리를 떠나자 태산의 표정이 굳어졌다.
".. 저놈이 어떻게 알았지? 분명 깨끗하게 처리하라 일렀는데.."
* * *
민규가 15살이 되던 2015년 여름,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치의인 원우에게 진찰을 받았다. 원우가 내린 결론은 불면증,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약간의 정신이상. 이상한 점이 있었지만 증상과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소견서에도 그저 관찰이 필요하다고만 적어 넣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이미 준기의 자아가 들어와, 민규의 자아를 밀어내고 있었을 줄은.
"들키는 줄 알았네... 수면제라, 난 민규가 잠들었을 때만 깨어날 수 있으니... 뭐, 잘 된 건가?'
한밤중에 들리는 혼잣말. 분명 민규의 목소리였지만 그 답지 않은 차가운 말투, 준기였다.
"곧 나를 죽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실제로 준기는 민규가 자는 시간 중에서도 10분 정도만 활동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은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기도 벅찬 시간이었다. 얼마의 시간을 들이며 천천히 준비하기로 한 준기는, 이미 마음속으로는 첫 번째 타깃을 정했다. 아버지,
"박태산, 날 괴롭히고 죽게까지 만든 당신을, 절대 용서 못 합니다."
* * *
"... 무슨 일이지,"
대뜸 찾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저 앞의 남자가 못마땅한 듯 태산이 얼굴을 굳혔다.
"찾아왔으면 이유가.."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파요.."
"자네 어머니가 아픈 것과 내가 무슨 상관,"
"윤정빈."
"뭐..?"
"저희 어머니 이름이오. 윤정빈... 아시잖아요... 회장님.. 아니, 아버지."
정한의 입에서 나온 말에 태산이 몸을 일으켰다. 정한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아이와는 연을 끊은지 오래인데..."
"그래도 마음이 통했던 사이잖아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리고 나서, 십수 년을 가난하게 살았어요. 그런데도 찾아오지 않은 이유는 어머니가 말렸기 때문이에요."
"그래, 그런데 이제 와서 찾은 이유가 뭐지?"
"암에 걸리셨다는데... 수술비랑 입원비가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내 정한이 울며 차디찬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는 정한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태산이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도록 해. 그러면 윤정빈이 치료해 주도록 하지."
"정말... 정말입니까..?"
"그래, 자네 능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 회사에서 일한다면 치료는 물론이고 다달이 넉넉한 돈을 주지."
".. 꼭.. 꼭 저희 어머니, 치료해 주셔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태산이 불길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 * *
경영권을 혈연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말에 석민이 화를 냈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얼마나.."
"이미 마음을 굳혔다. 변호사와 상의도 끝낸 일이야."
"아버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라. 난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하는 걸 너도 잘 알 텐데,"
"민규야, 너라도 무슨 말 좀.."
".. 삼촌, 저는... 할아버지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
"그렇지, 그건 석민이 너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 내가 다시 한번 '그 방법'을 써야겠니, 그건 나도 썩 내키지 않는다."
"... 네,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박태산이 말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챈 석민이 두려움에 떨었다. 말 한번 잘 못했다가는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이미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태산의 훈육 방법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고개를 푹 숙인 와중에, 민규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
* * *
태산이 한솔을 불렀다. 승철이 찾아와 난동을 부린지 일주일 만이었다.
"부회장 놈을 죽여야겠는데..."
"네?"
"어쩔 수 없지 않나? 감히 기어오르려 하는데..."
"... 알아보겠습니다."
* * *
"회장님이면 검사장 자리 꿰차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닙니까?"
태산의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은 이찬, 회사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해오던 검사다. 그런 그가 그동안 회장을 도와온 것을 빌미로 검사장 자리를 요구한 것이었다. 제가 그동안 해드린 게 얼만데-
"회장님, 제가 갑자기 모든 걸 폭로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태산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뭔가?"
"앞에서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검사장 자리를 달라고."
쯧, 어린놈이 야망만 커 가지곤... 찬이 들리지 않게 중얼거린 태산이 알겠다며 찬을 대강 돌려보냈다.
"자기 힘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지도 못하는 놈을 내가 뭣하러 도와주나,"
그때 편지가 하나 도착했다. 한솔이 들어와 전해준 편지봉투에는 주소도, 보낸 사람의 이름도 없었다.
"정말 이게 나한테 온 편지가 맞는 건가?"
"네.. 회장님의 이름이 써져 있습니다."
편지를 뜯어본 회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 어떤 몰상식한 놈이 이런 짓을"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당신이 나에게 그랬듯이,
나도 당신의 영혼을 갈가리 찢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날까지 불행 속에 잠들기를 기원합니다.
-박준기-
신경질적으로 던진 편지를 본 한솔의 얼굴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회장님.."
"놔 둬. 흔들어보려는 장난이겠지."
* * *
"윤정빈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원우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 태산이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그걸 바라고 방치한 거잖아?"
"정한 군에게는..."
"알리지 마. 지 어미가 죽은 거 알면 회사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울 놈이야."
".. 네"
고개를 숙인 원우가 방을 나온 뒤 찾아간 사람은 민규였다. 삭막한 집안에서, 준기가 죽고 난 뒤 민규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했던 원우였다. 10년 동안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민규가 원우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고작 5년, 그가 15살 때부터였다. 민규의 방에 들어서자 민규가 해맑게 안겨왔다.
"원우형,"
"어제 좀 잤어? 수면제 몇 알 먹었어?"
"2알? 잘 잔 것 같아"
"처음보다 많이 줄었네."
응, 너무 좋아. 가슴팍에 비비는 머리를 쓰다듬은 원우가 저를 올려다보는 올만한 눈망울을 쳐다보았다.
"형, 오늘 나랑 있어주면 안 돼? 한참만에 왔잖아..."
"그럼 오늘은 잠들 때까지 옆에 있을게."
정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제게 입을 맞춰오고는 씩 웃는 민규를 본 원우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 누가 보면 어쩌려고..."
"괜찮아, 내 허락 없이 아무도 안 들어와!"
해맑게 웃는 민규를 차마 거절하지 못한 원우가 결국 그의 품에 안겼다.
"형 사랑해"
"... 나도"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깊은 입맞춤을 나눴다.
* * *
(원우 시점)
그동안 몽유병인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람은, 민규가 아닌... 박준기
민규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속은 전혀 아니었다.
"아, 우리 주치의..였나..? 오랜만이야"
"당신이, 어떻게"
"글쎄, 앞으로도 우리 민규, 잘 부탁해"
"민규는 당신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 하는데..."
순식간에 박민규의 모습을 한 박준기가 내 앞으로 순식간에 다가왔다. 그리고 내 입을 자기 손으로 막고 하는 말이,
"그러니까 더 비밀로 해야겠지? 이래봐도 민규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다 알고 있어."
"아- 당신이 내 아들 애인인 것도"
그 말을 하고 쓰러지는 박준기, 아니, 민규의 몸을 붙잡았다. 몇 년 전에 발생한 정신 이상이, 해리성 인격 장애였나. 게다가 또 다른 인격이 박준기라니...큰일났다. 민규를 침대로 옮기고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회장님께 말씀 드려야 하나, 입술을 물어뜯으며 고민하다 그냥 내 방으로 돌아왔다.
* * *
(작가 시점)
15년전 준기가 죽었을 때 돈을 받고 그 사실을 덮었던 순영이 또다시 태산을 찾아왔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오랜만입니다-"
"....무슨 일이지?"
순영이 웃으며 회장의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돈이 좀 필요해서요"
"...15년전에 준거 말고도 꾸준히 돈 주지 않았나?"
"급전이 필요한데 대출이 안된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 뭣하면 첫째 아드님 자살하신거, 밝히죠"
"...알겠네,"
역시 죽였어야 했어. 순영이 듣지 못하게 중얼거린 태산이 품에서 봉투를 꺼내 건냈다.
"일단 이걸로 만족하도록 하지. "
"다음에 뵙겠습니다"
금액을 확인한 순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계속해서 준기에게서 오는 같은 내용의 편지가 신경쓰였다. 태산은 탐정을 고용해 추적하기로 했다. 태산이 고용한 사람은 유명한 사립탐정인, 이지훈.
"이런 편지가 계속 온다고요?"
"그래, 뭐 좀..알아낼 수 있는게 있나?"
"글쎄요, 지문같은 것도 검출이 안되고... 한번 노력 해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해주시게."
지훈이 나가고 나자 회장의 얼굴이 근심에 쌓였다. 어떤 놈일까, 어떤 새끼가...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태산의 앞에, 손자, 민규가 나타났다.
"할아버지"
민규가 가져온 차를 태산의 앞에 내려놓았다. 태산이 차를 마시며 물어보았다.
"그래, 무슨 일이니?"
"조만간 파티, 를 여신다고요"
"그래, 그런데 네가 무슨 일로..."
그 때 민규의 눈이 차갑게 변했다.
"아버지."
"무슨 소리냐, 박민규. 네 아비를 말하는 거니? 그런거라면.."
"자기 아들도 못 알아보시고...많이 늙으셨네요"
"그게 무슨, 설마.."
"네, 아버지 첫째 아들..준기입니다. 15년전에 자살한,"
태산이 빈 찻잔을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 네가 정신병 증상이 있다더니, 결국 미쳤나보구나."
"그 찻잔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는 아시는지,"
"뭐? 네가 감히.."
말을 잇지 못한 태산이 그대로 쓰러졌다. 사실 차 안에 든 것은 마취제였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태산은, 독이라 생각해 민규, 아니 준기를 노려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태산이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한 준기는 그의 집무실 책상에 있던 양초와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태산이 자신에게 했던 것 처럼, 한가지 다른 점은 그의 얼굴에 준기는 촛농을 한 방울씩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그러게, 아버지. 저랑 석민이한테 왜 그러셨나요.."
입과 코가 완전히 덮혀 회장이 숨을 쉬지 못하고, 얼굴이 촛농으로 완전히 뒤덮힐 때 까지, 그는 멈추지 않았다. 본인이 할 일을 끝냈다는 듯 유유히 일어나 나가려던 준기가 태산의 책상 위에 있는 파티 초대장을 보고 미소지었다.
"이 초대장을, 이용해볼까?"
회장의 컴퓨터를 뒤져 자신이 복수할 대상의 주소를 찾아낸 뒤 초대장을 모두 보낸 준기가, 소름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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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이죠..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상하로 나눴어요..!!
)아, 조만간 겸슈 수위 가져오려고 하는데...괜찮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