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세상의 다락방 [연재중단]

07. 낡은 노트 [01]

멸망한 세상의 다락방

[본 작품은 특정 종교 및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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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가움의 인사는 나중에. 일단 따라와]


 나를 끌고 가는 태형에 '얘네도 같이 가야 돼!' 하며 외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굳이? 왜?]


 멍이 들 정도로 팔목을 꽉 잡는 태형의 커다란 손에 팔이 점점 아려오기 시작하였다.

 이러다가는 괴사하는거 아냐? 뭐 이리 힘이 쎈지 아무리 잡아 끌고 당겨보아도 태형의 손이 놓아지질 않았다.

 '아 좀 놔봐.'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짜증나는 어투로 말 해보아도 태형은 손을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를 않았다.


 "뭐 하는 거야."


 꽉 잡은 태형의 손을 쳐낸 것은 정국이었다.

 싸늘한 정국의 목소리에 태형은 차가운 눈빛으로 답할 뿐이었다.


 [뭐냐. 반 친구?]


 정국과 태형 사이에서 오묘한 신경전이 이루어지던 그때, 다시 한 번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냥꾼'들의 '사냥' 범위가 곧 확대 됩니다.]


 뭐야 이 소리? 깜짝 놀라며 아이들을 바라보았지만 돌아 오는 것은 뭐 때문에 놀라냐는 걱정의 말이었다.

 '너네 이 소리 안 들려?' 나의 물음에 아이들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일단 저 거먼 존재들과 가까운 이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장을 서 나아가니 민지가 내게 물어왔다.


 [뭐야, 어디가게?]


 민지의 말에 지훈이 거들었다.


 [지금 마땅히 갈 곳이 있나?]


 생각해보니 그렇다.

 딱히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이왕 갈거면 조금이라도 비슷한 내용이 있을 법한 도서관, 아니면 안전을 조금이나마 보장 해주는 경찰서에 가야하나.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뒤덮었고 그 생각들은 나의 머리를 아프게 하기 충분하였다.


 [니네 집 다락방에 특이한 책 있지 않았어?]


 태형이 내게 말했다.

 아, 그래 수첩! 비록 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아마 내가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뒀던 기억이 남아 있다.

 지훈과 정국, 민지에게 설명을 하자 정국은 나를 따라 함께 가겠다 하였고, 지훈과 민지는 살아남은 다른 민간인들과 함께 팀을 꾸려 간이 대피소를 만들겠다고 하였다.

 

 "좋아. 살아서 보자."


 서로의 역할이 정해지고, 지훈과 민지는 빠른 걸음으로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정국은 태형을, 태형은 정국을.

 서로가 서로를 힐끔 힐끔 바라보며 견제하기 바빠보인다.


 "서로 그만 째려보고 일단 가자."


 나의 말에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오다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 으르렁 대는 둘이었다.

 참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웃긴 일은 생기는 구나.

 정국과 태형을 보며 킥킥 웃자 정국은 귀가 빨개지며 부끄러워 하였고, 태형은 왜 웃냐며 내 어깨를 짤짤짤, 흔들어 댔다.


 "하아, 덕분에 웃었네. 일단 한 시가 급하니까 얼른 가자."


 피식하며 조금씩 웃던 둘은 악수를 잠시 하더니 사이 좋게 뒤에서 따라온다.

 언제 친해진거람...? 


***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주변에 건물이 그리 많지 않은 내 집에 도착하였다.

 지금 시간이면 엄마는 집에 없을 시간이니,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면 안된다. 결심을 하고서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 예상대로 엄마는 집에 없었다.

 잠시 소파에 앉아 TV를 키자 역시 먹통이었다.

 정보를 얻을 수단이 없으려나. 주변을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라디오'이다.

 평소 라디오를 잘 만지던 태형은 정국이 가져다준 각 지역마다의 주파수가 정리 되어 있는 종이를 보며 맞추기 시작하였고, 이내 라디오에서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현재 서울 도심에서 알 수 없는 학생들, 회사원 등의 민간인들이 연달아 극단적인 선, 택을 하.]


 지직이던 라디오는 DJ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뚝, 나가버렸다.

 하나의 수단이 사라진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노트를 찾는 수 밖에 없다.

 '다들 집 구석 구석 찾아보자.' 나의 말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정국과 태형이였다.

 이곳 저곳을 뒤지는 태형과 정국을 두고서는 다락방이 있던 곳으로 걸어간다.


 덜커덩, 끼익-


 불쾌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다락방 문은 어릴 적 그때처럼 자욱한 먼지를 내뱉었다.

 내 앞으로 내려온 삐걱이는 계단을 타고 조심히 올라가자 낡은 다락방의 내부가 보인다.

 과거에서 시간이 멈춘 듯 어릴 적 풍경과 같은 다락방은, 조그마한 동그란 창문에서 햇볕이 들어오고 있으나 고전 영화의 필름처럼 회색빛이 감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