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특정 종교 및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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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냄새야."
다년간의 세월의 흔적들이 코를 찌른다.
노트는 어디가가 뒀더라. 온 신경을 쏟아 부어 주변을 둘러보고, 더러운 먼지들을 손으로 직접 치워가며 찾아도 보이지를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찾았을까, 눈 앞에 들어온 노트는 나 여기있어요. 홍보라도 하는듯 바람을 맞으며 팔랑이고 있었다.
손을 급히 뻗어 노트의 페이지를 휙 휙, 미친듯이 넘긴다.
중간 장 쯤에 이르렀을까, 엉망진창인 어린 아이의 글씨가 아무렇게나 휘갈겨 있다.
[어스름하게 깔린 먹구름 속에서 구원의 빛이 내려오는 날, '천상의 나팔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퍼지며 '최후의 날'이 다가오리]
[지구는 인류의 심판대이니라. 그 곳에서 심판을 받으리.]
[감히 그 날은 '세계의 멸망'이라 칭할 지어니.]
글을 읽던 동공은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듯이 떨렸다.
'세계의 멸망', '최후의 날'
그리고, '천상의 나팔 소리'.
이 글을 읽음으로써 오늘의 일들이 모두 들어 맞는다.
오늘이 바로 '최후의 날'
멸망이 비로소 다가온 것이다.

"안돼.... 씨발!"
노트를 내리치며 소리를 지르자 정국과 태형이 급히 다락방으로 들어온다.
갑자기 훅, 하고 들어오는 자욱한 먼지들에 깜짝 놀랬는지 기침을 연신 해대는 둘이다.
이내 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모습을 바라 보더니 내 옆에 딱 붙어 무슨 일이냐며, 무언가 찾기라도 했냐 묻는다.
그들의 말에 난 말 없이 노트를 보여주며 대답을 대신 하였다.
"뭐야..... 진심인거야?"
[이게 뭔데? '인류의 심판대'라니.]
정국과 태형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서로를 바라보더니 태형이 급히 노트를 넘기기 시작한다.
[다른 단서는! 이거밖에 안 적혀있어?]
혹여나 하는 마음에 찾아보는 태형이였지만, 이미 소용 없는 짓이다.
난 홀린듯 저 문장만 적어두었기 때문에.
"야 김태형! 이 밑에 잘 봐봐."
정국의 말에 태형은 눈쌀을 찌푸리며 노트에 들어 갈 기세로 얼굴을 가까이 밀착하였다.
이내 아!하며 탄식을 뱉더니 내게 다가와 어깨를 붙잡으며 말한다.
[먼지가 쌓이지 않는 신비한 책! 서랍 2번째 칸의 비밀 공간!]
태형의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느껴진다.
서랍 2번째 칸의 비밀 공간. 저것은 분명히 내가 쓴 것이다.
주저앉은 몸을 급히 일으켜 서랍을 뒤적이다 덜커덩 열리는 서랍의 바닥, 그 안에는 만만치 않은 두께의 책 한 권이 소중히 놓여져 있었다.
먼지가 꽤나 쌓인 서랍임에도 이 책만큼은 그때처럼 여전히 순결한 상태로 유지되어 있었다.
"이거야."
초조한 우리를 맞이하는 첫 문장은 예상과 매우 틀어졌다.
'이 책은 '천계'의 역사를 담고 있는 1권 입니다.'
'추신, 당신이 이 '심판대'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2권을 참고 하시는 것이 더욱 빠를 것 입니다.'
2권...? 듣도 보도 못한 소리이다.
내 어릴 적 기억에는 2권은 전혀 존재하지를 않는데.
옆에서 일단 이거 부터라도 읽어 보자는 태형과 정국의 말에 페이지를 조심히 넘겼다.
{제 1장, '천계'의 추방자들}
'우리 '천계'에는 '추방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천계'의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그 중 가장 수가 많은 '추방자'들은 '디펜서'들 이다.'
'디펜서의 역사'
'그들은 '천사'들의 앞을 막는 방패와도 같은 역할을 지니고 있다.'
'매번 굳건히 그들을 지키며 자신들의 임무를 착실히 수행하던 자들에게도, 비극 이라는 것은 필히 일어나게 되는 법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등 뒤에 있는 천사들의 빛으로 인해 앞 부분의 모습이 빛을 받지 못하여 거멓게 변해가기 시작하였고, 이내 온 몸이 거멓게 변하게 되어 '지하 감옥'으로 추방을 당하였다.'
'감옥에서 빛을 받지 못하며 모습이 더욱 괴기망측 해지던 그들은 결국 비이상적인 몸을 지니게 되었고, 현재로써 그들은 그저 '목표'를 잡기 위한 '사냥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그럼 우리가 봤던게?"
나와 정국은 동시에 눈을 마주쳤고, 태형은 무언가를 알아차린듯 이야기했다.
[결국 우리의 모습을 보지못하고 소리에만 의존하게 된 것은, 오래 된 방치로 인한 퇴화와 진화인건가.]
태형의 말에는 굉장히 일리가 있어 정국과 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형은 '천계 역사서'를 더 읽어보기를 권하였지만, 정국은 2권을 찾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뭐야. 정국이랑 나랑은 찾고, 태형이는 마저 읽으면 되는거 아냐?"
나의 간단 명료한 대답에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자기들끼리 악수를 했다.
아니 저 악수는 뭐냐니깐 진짜.
***
우리들은 나누어져 다락방 이곳 저곳을 뒤지며 2권을 찾던 그 때, 쿵 쿵 쿵. 엄청나게 큰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뭔 소리지? 책에 집중을 한 태형을 뒤로 하고서는 집 아래로 내려가 바깥을 살피자 눈에 들어온 것은 '거먼 존재' 아니, '디펜서'였다.
"미친, 소리도 안 냈는데 어떻게 온거야!"
내게 속삭이며 말 하는 정국에게 나도 의문을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눈도 안 보이는 놈이 인적도 드문 이 곳으로 어찌 찾아온 거지? 주변들 둘러 보지만 디펜서의 시선을 끌만한 무언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럼 대체 무엇 때문에...?"
정국과 나는 벙찐 상태로 디펜서를 빤히 바라보자, 태형은 커다란 메신저백 안에 책과 여럿 물품을 급히 넣으며 뛰쳐나왔다.
[멍청이들아! 일단 뛰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