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세상의 다락방 [연재중단]

11.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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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특정 종교 및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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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이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돌아가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헌터'라는 것들이 빼곡히 쌓여 있을 저 마을에는 이 사태에 대한 소중한 정보들이 가득 있다.

 우선적으로 찾았던 이 책 또한 페이지의 수는 적지만 책을 펼쳤을 때 보이는 것은 그림 하나 없는 빼곡한 검은 글씨들 뿐이다. 

 걸리는 점은 상당히 많다.

 헌터의 능력, 미지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오던 변수자에 관한 내용, 그리고 그 곳에서 마지막으로 언급 되던 나의 이야기.

 본인의 이야기를 콕 찝어 언급하는데, 대체 누가 신경을 안 쓸 수가 있겠나.

 평소에 이런 깊은 생각을 해보지 않은 터라, 과부화가 걸리기에는 충분했다.

 앞도 제대로 보지않고 걷던 그때, 정국이 내 옷깃을 조심스레 잡는다.


 "응, 어? 왜?"


 그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하자 정국은 커다란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 이끈다.

 뭐, 뭔데? 얼굴을 붉히며 정국을 바라보자 대답했다.


 [아니..... 앞에 전봇대 있다고.]


 본의아니게 나를 품에 안은 정국은 내가 답답한 것인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아, 작은 단말마를 내뱉자 정국은 어깨를 조심히 풀어줬다.

 .....대박 미친듯이 어색하다.

 이 상황을 벗어 날 방법이 없으려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 멀리서 먼저 발길을 옮기는 태형이 눈에 들어왔다.

 

 "어, 어! 김태형! 같이 가자!"


 로봇이라 놀림을 당해도 별 말 못할 정도로 어색하게 태형에게 다가갔다.

 태형은 얘 갑자기 왜이래. 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묵묵히 같이 걸어간다.


 [.....너무 가까웠어.]


 그런 나를 바라보며 뒤에서 중얼 거리는 정국이었다.



***




 반쯤 고물이 되어 버린 차를 타고서 느릿 느릿, 거북이 기어가듯 도로를 달리자 익숙한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여러 건물들, 그리고 그 건물에 깔려 죽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덜커덩, 소리와 함께 잠시 들리는 자동차의 뒷자석에 무슨 일인가 싶어 차에서 내려 확인을 해보니, 예상했던대로 사람의 시체였다.

 디펜서에게 찢긴 듯한 처참한 시체였다.

 몰려오는 구토감을 참고 다시 차에 올라 타 달리기를 반복하였다.

 디펜서들의 발자국이 여럿 나있는 도로를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집의 형체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디펜서가 집은 안 부쉈네. 양심은 있군]


 포악한 괴물에게 양심을 왈가왈부하는 태형에 눈쌀을 찌푸렸다.


 [일단 내리자]


 운전을 하던 민지는 제일 먼저 차에서 내렸다.

 손수건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며 잠시 어디를 다녀오겠다, 말 한 마디를 남기고서는 숲 속으로 옅게 들어간다.

 

 [운전을 하던 민지도 힘들었을 거야. 운전석의 시야는 넓으니.....]


 정국이 내게 말했다.

 

 [야 전정국. 나도 조수석에 탔거든? 내 걱정도 좀 해주지?]


 태형이 옆에서 투덜대며 말했다.

 또다시 시작되는 둘의 다툼에 한숨을 푹 내뱉고는 먼저 집으로 들어섰다.

 나의 발은 자연스레 다락방으로 향하였고, 다락방의 여전한 먼지들은 나를 반겼다.

 아니, 어찌 보면 나를 쫒아내려는 듯이 보이기도 하였다.

 코를 간지럽히는 먼지들을 휘휘 저어내며 책장을 열심히 뒤졌지만..... 그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질 않는다.


 [이봐, '헌터'들의 강림 지점은 정했나?]


 상심을 하고 있을 때 쯤,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마침 그 자들의 기운이 한 곳에 몰려있어. 그 곳에다 하면 되겠군.]


 [그럼 바로 실행하지.]


 [근데 그 전에..... 좀 괴상한 기운도 느껴지는 것 같은데]


 [변수자 중 한 명의 기운이겠지. 신경 쓰지 말고 내려보내자고]


 내 뇌에 연결이 되어 들려오는 듯한 소리는 뚝 끊켰고, 이내 작은 창문으로 엄청나게 밝은 빛이 들어왔다.


 "윽.....!"


 작은 창 만으로도 머리가 웅웅 울릴 정도로 아픈데, 정국과 태형은 괜찮은 걸까.

 검은 모자를 푹 눌러 쓰고는 급히 다락방 아래로 뛰쳐 내려가자 거실에서 괴로워 하는 둘이 보였다.

 이 집은 구조 자체가 넓은 창이 많아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바깥에 있는 민지는..... 이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결심했다.


 "얘들아 기다려! 커튼 쳐줄게!"


 집 안을 가득 매우던 빛은 암막 커튼을 쳐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금 약화된 것 처럼 보이기는 한다.


 "괜찮아? 눈 뜨지 말아봐"


 강렬한 빛을 받은 상태로 눈을 감았다가, 갑자기 다시 뜬다면 안구에도 큰 피해가 올 것이다.

 두터운 천을 꺼내 둘의 시야를 가리자 찌푸려졌던 둘의 미간이 미세하게 풀렸다.


 쿵 쿵


 끄르르륵-


 디펜서 정도는 아니지만 덩치가 어지간히 큰지, 찬장에 올려져 있던 그나마 멀쩡한 접시들이 대거로 떨어진다.

 젠장, 벌써 내려온 건가? 그럼 아까의 빛은.....

 커다란 굉음과 기괴한 울음 소리는 이들을 당황 시키기에 충분하였고, 태형과 정국은 주변을 급히 살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다시 한 번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집 안에 있는다 한들, 저자들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 같고... 돌파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는 살릴 수 있다.

 아마 바깥에 있던 민지는 형태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고, 이 둘의 상태 또한 좋은 상태는 아니다.

 천을 벗겨 함께 도망친다 한들 금새 붙잡힐 것이고.....


 ".....씨발 어떻게든 되겠지"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잖아."


 내 혼잣말을 들은 것인지 정국이 급히 내게 말했다.


 [야 잠시만! 뭔 짓을 하려고?]


 옆에 태형은 내 의도를 깨달은 것인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다.


 "멋진 일"


 짧은 말을 남긴 채 아직도 빛줄기가 일렁이는 바깥으로 나갔다.

 내 시야에 보이는 것은 푹 눌러쓴 모자로 인해 지극히 한정 되었다.

 바닥에 진하게 남아있는 나의 그림자. 그것이 내가 보이는 전부이다.


 "덤벼 호랑이 새끼들아."


 헌터들을 향해 외치자 끄르르륵, 울음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게 느껴진다.


 "니넨 다 뒤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