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연애 종료 n일차, 우리 여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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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의 술주정을 듣게 된 날이 있었다.
잔뜩 취해서는 헤어진 남자친구의 번호를 눌러 전화 하려는걸 말리느라 애 좀 먹었던 날이였다.
누군가에겐 전남자친구 하나 못잊어 친구에게나마 하소연 하는거 같아 보였겠지. 물론, 그래 하소연 맞았다.
다만 그 말들이 지금 여주에게는 몇십번이고 곱씹어 보는 말들이 되었다.
'씨이..내가 자존심 다 버리구 함 전화해 봐?! 내가 너 못잊어다고 막 그래보까아??!! '
'뭔 미친소리야, 야..야!! 폰 내려놔라 내일 또 머리 쥐뜯으면서 후회할거면 '
'...싫어어!!! '
'세상에 남자가 반이야!! 걔 말고 잘난 남자들이 널렸다고 왜 이렇게 힘들어해 '
'넌 몰라..너느은 몰라서 그런 말 하는거야....'
'내가 뭘 모르는데 '
'세상에 걔 말고도 남자들 널린거 나두 알거든! 근데....얘랑 사랑한거만큼 내가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을거 같지 않아..내 추억으로만 간직하기에는 미치도록 좋았단 말이야 '
'.........'
'나한테는 그 애가 가장..가장 빛났단 말이야..나만 보면서 사랑해주는 그 눈빛이며 그 모든걸 다 추억으로 남기는게 어려워..이때 이랬다 저때 저랬다 추억을 회상하는 그 순간에도 그 애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그때는 아무 공감도 못해주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 내 인생에 나를 그토록 사랑해 줄 사람, 내게 있어 가장 빛나는 사람, 내 추억 속에 자리잡을 사람..그런 사랑, 다 부질없다며 생각해본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내게 있어 가장 빛나며 평생이라도 그 곁에 있고 싶은 사람, 저의 어둡기만 한 세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으려는..그런 사람이 전정국이라는걸
아아...나는 이제 전정국이 아니면 안되는구나
그 모든걸 깨닫고 보니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오는거 같았다. 저의 심장을 세게 치며 뜨겁게 만들버리는게 아닌가
서둘러 손으로 입을 막아보고 붉어지는 눈시울에 애써 참아봤지만, 결국 주저앉아 소리 하나 못내며 울음을 터트렸다.
정국아, 어떡해. 나는 이제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나봐. 너 없는 매 순간이, 모든게 아파올거 같아.
나, 너 진짜 사랑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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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깨지 않게 최대한 소리를 죽여 나갈 채비를 마친 여주가 집을 나와 주자창으로 내려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가 가보라고 했던 그 병원 말이야 -"
- 병원? 갑자기 무ㅅ..아, 여주야..마음 바뀐거야..?"
"그냥..내가 정말 이대로 괜찮지 않다는게 나 스스로 너무 잘 알겠어서..힘들,어..서..흡..후우.."
- ....괜찮아 여주야 다 좋아. 잘생각했어. 내가 예약 해놓을테니까 넌 그냥 마음 편하게 하고 와. 선생님도 아직 너 기다리고 계셔. 마음 바뀌면 언제든 오라고 그러셨잖아"
"응...고마워"
차 안에 올라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핸들에 두 팔을 얹어 머리를 기댔다.
단 한번도 병원에 가보자는 마음이 든 적은 없었다. 처음 소개받은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라 했지만, 난 괜찮다며..난 정말 괜찮다며 거절하기만 했었다.
정작 괜찮은 적도 없으면서..괜찮은게 아닌 금방이라도 무너질걸 억지로 버티고 있던거였음에도 고집부렸었고
그리고 그렇게 저를, 저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을 내버렸다.
사실 걱정도 두려움도 몰려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때는 누군가 저의 썩어 곪아버린 속을 보는게, 나약하고 여린 그 속을 꺼내보는게 싫어서....그리고 만약 병원까지 갔음에도 달라진거 하나 없이 상처만 남게 된다면 정말 낭떠러지 밖에 없을걸 알기에 그냥 체념을 택한거였다.
난 평생 곪아버린 이 속을, 상처를 냅둔채 살겠다고...희망고문이 되는건 한순간이니 그럴 바엔 체념하겠다고....
하지만 말이다....내가 이제 바뀌는 수 밖에 없다는걸 알았다.
사랑해 마지 못하게 만드는 전정국을 더 사랑하며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이제 저도 사랑을 받아보고 싶어서
"안녕하세요. 여주씨"
"아..네 안녕하세요"
그때 저에게 상처받은 얼굴로 울며 토해내듯 말하는 석진이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걸 일부러 끊어내려 한 이유가 그거였다. 저 때문에 상처받는게 너무나도 싫었다.
정국에게는 그런 상처를 주고싶지 않으니, 저에게 그런 표정으로 아파하듯 말하지 않길 바라니, 당당하게 정국을 붙잡고 싶다.
나를 기다려주고 찾아오던 정국이었으니, 이제 저가 찾아가 사랑한다 고백할 차례다.
*
정국이 눈가에 들어차는 햇빛에 미간을 구기며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여주 꿈을 꾼거 같기도 한데..아닌가,,
"아으으..하.."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야 상황파악이 되었다. 어제 분명 저는 끝에서 몸을 어째저째 구겨넣어 잤는데 일어나보니 대자로 뻗어서는 이불까지 덮고 있다..
아, 여주구나.
거실에도 화장실에도 없는 여주에 이미 출근했다는걸 안 정국은 괜한 씁쓸함에 마른세수를 하며 털썩 의자에 몸을 기대 앉았다.
헤어진 사이에...전여친도 모르게 옆에서 잠까지 잔 저가 참 못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아 전정국 못났다 못났어...
저가 어젯밤에 한 행동이 이토록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줄이야,, 다음날 아침에 정신차린 후에야 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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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린 정국이 이미 저가 주차장에 들어왔을 때부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메니저형의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걸어왔다,
"장난하냐"
"...내가 어제 톡 남겼잖아아.."
"꼴랑 그거 하나 남기면 내가 걱정이 돼, 안돼 어?"
"아 몰라 그래서 잠도 잘자고 이렇게 잘 왔잖아"
"으휴.., 오늘 스케줄은 이거 하나야 정리는 미리 해놨고 대표님이랑 얘기해봐, 역시나 이번에도 들어온 대본은 많다~"
"참 나, 오늘 스케줄 없는게 맞는거 아닌가"
"좀 봐줘라 나도 힘들다 정국아"
"형도 좀 봐줘라, 나 잘못한거 없는거다 알았지? 이걸로 퉁치자"
".....너 때문에 내가 늙는다 늙어"
정국이 하소연 하듯 말하는 메니저형을 두고 후딱 엘레베터 앞까지 뛰는 걸음으로 갔다. 잔소리는 언제 또 터질지 모르니..큼큼
엘레베이터에 타자마자 문득 떠올라 폰을 확인했다.
역시나 여주에게 온 전화나 문자는 없었다. 정국은 지금 마음 졸이며 애 끓는 중인듯 했다.
그냥..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만 혼자 애타고 애 끓고 막 헤어졌다 해도 어쨌든간에 결국 계속 보고싶은..지금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은건 오로지 저만인거 같아 조금은 울적하기도 했다.
정말 저가 이렇게 미련하게 굴며 짝사랑을 오래할 줄은 몰랐다.
구제불능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내 뜻대로 되는게 없는거 같지만 그보다 더한건 여주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게, 곁에 남을 수 있는것도 다 내 뜻대로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정말 제게 남은게 없는 것 같애서...여주가 제 모든 것을 다 가져가버린것만 같아서...
아, 아니다..정말 제 모든걸 가져가버린거였으면 좋겠다. 그냥 그것마저도 좋을거 같아서 저가 미친건지 싶기도 하다.
"이번에 뭐 해보고 싶은데"

"...절절한 짝사랑물 한번 해볼까 해"
"절절한 짝사랑물? 쓰읍..그런거 하나 있었던거 같기도 한데 그 김남준 작가거"
"오, 김남준 작가님이면 당연히 재밌겠네"
"그래도 요즘에는 그런 짝사랑물 잘 안보지...작가님이 갑자기 그런 주제로 왜 쓰셨는지는 모르겠네,,"
"그분이면 당연히 재미는 있을거고 그걸 연기로 살리는건 내가 알아서 잘하면 되는거 아닌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좋은데 그 정도면 병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돈다 정국아"
뜻대로 되는게 아예 없는건 아닌듯 하다. 이제 멜로연기도 할 수 있게됬고..무엇보다 찌통 멜로 연기는 더욱 자신있어졌다.
여주의 선택 하나로 찍은 영화로가 그렇게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상도 많이 받았으니 정말 이거 하나는 말해주고 싶다.
저가 연기했던 그 모든 대사와 동작 하나하나 진심이었고 여주에게 하는 말이었다고..사실 그렇게 쭈욱 몰라줬으면했지만 한편으로는 제발 좀 알아주길 바라는거다.
[내일이 어떻게 되든 지금 우린 함께 있잖아.]
[........]
[지원아..그냥 사랑한다고 해줘. 두려워만 하기에는 지금 당장 널 사랑해 내가..]
[.......]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벅차서 감히 널 가질 생각 조차 못했어. 널 사랑할 수 밖에 없더라]
아..역시 모르는게 나을 수도 있나 싶다. 저의 마음이 여주에게는 부담이 될까봐..
그래서 조용히 그저 바랄 뿐이다.
내 마음들이 저도 모르게 삐져 나와도 계속 여주에게 쏟아내고 싶어해도 닿지 않기를..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여주의 곁에 머물러 조용히 바라만 봐도 좋으니...
아니 실은 그렇게라도 아이의 세계의 발이라도 담가 보며 있고 싶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널 이렇게, 사랑해서 난 이렇게, 절절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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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 들어가자 보이는건 테이블 위에 놓여진 대본 더미들이었다.
그 중에 내가 원래부터 좋아하고 존경하던 김남준 작가님의 대본도 있었다. 주인공들 중 하나였지만 분량이나 캐릭터 자체는 일반 주연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확실히 작가님이 이 캐릭터에 공을 들인게 보였다. 한장한장 넘길 때 마다 이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들었다.
"근데 정국아..김남준 작가라는거 그거 하나만 보고 고르기에는 네가 맡을 역할은 거의 조연이나 다름없어"
"나 진짜 잘할 수 있을거 같아요. 하고 싶기도 하고, 내용도 그냥 뻔해보이지도 안잖아요."
"널 주인공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유명한 작가, 감독들이 한가득인데 왜 이 작품이야, 정말 오로지 김남준 작가라서 그래?"
"아니요. 제가 언제 그런거 보고 골랐나요."
"그럼 이유가 뭔데"
"....그냥..이 캐릭터에 파묻히면 조금은 잊혀질까, 괜찮아질까 싶어서요..아니면 더 그리워질까..궁굼하기도 하고,나 정말 잘할 자신 있거든요..ㅎ"
작가님께서 공을 들인거 같은 이 캐릭터가 저와 많이 비슷해보였고 정확하게 왜 하고 싶은지 말해보자면 궁굼해서다.
이 연기를 해본다면 그가 여주인공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않으려고 한 이유도 그 마음도 방법도 다 느낄 수 있을거 같아서...
나는 지금 여주와 친구라는 이 관계도 억울해 죽겠는데 그는 어떻게 참는걸까, 어떻게 여주인공을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걸까 배우고 싶다.
바보같이 자꾸 감정 하나 못참아 여주에게 부담을 주는거 같아 걱정이었고 보자마자 안아버리고 싶은 그거 하나 못참으니 이 배역은 제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이거야?"
"네, 후회 안해요. 저 이 대본으로 결정하겠습니다."
"그래..바로 연락 넣을게"
누군가 찬물이라도 뿌린듯 저의 감정의 불은 꺼진지 오래라고 생각했다.
자꾸만 외로워지며 저 나락으로 떨어지는거 같았는데 그럼에도..식지 않았던 거다.
그걸 일깨워준게 왜 하필 여주일까, 왜 하필 그 사랑스러운 아이인걸까..어떻게 다시 식히지도 못하게.
그렇다면 아주 조금씩 찬물을 부어 식혀야겠다. 강한 바람이 불어 더 커지지 않게 조금은 미지근해도 괜찮으니..
저의 감정이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지금보다 덜 뜨겁기를, 만약 여주 또한 식혀가고 있다면 그녀보다는 덜하더라도 이런 식으로라도 같아지기를 바란다.
*
일주일에 두번씩 만나기로 한 상담 선생님과는 이제 벌써 한달째 만남이었다.
너무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대화를 나눴고 어쩔 땐 고민 상담 같다가도 어쩔 땐 주제를 두고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기도 했다.
부담도 불편도 없이 나름 편하게 시간을 보낸거 같았고 또 많이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숙제(?) 하나를 받았다.
"갑자기 숙제라니 좀 당황스럽죠? 이번엔 우리 여주씨의 장점을 찾아오기로 해요."
"......."
"여주씨가 생각했을 때 잘 안나오면 주변 지인들, 친구나 가족한테서 또는 애인도 있고 전애인도 좋아요ㅎ 그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아도 돼요."
"이렇게나 많이요?"
"막상 찾아보면 그것도 적게 느껴질걸요?"
"네...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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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만에 언제 다 찾을지...벌써부터 까막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선생님의 말대로 정말 전애인들을 다 불러모아야될 판이었다. 저의 지인이라고 해도 그리 많지도 않아서..큼
"뭘 고민해. 내가 또 다 말해줄게"
"그건 안돼. 도움 받으랬지 네가 다 말하라는건 아니었거든"
"흠 그렇다면..아, 너 상담 잘해주잖아. 남 얘기 잘 들어주고"
"그런가...나 그냥 별 생각 없이 듣는데"
"그래도 누군가에건 위로가 되고 그럴 때가 있어. 나도 그렇고.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좋지 뭐"
얼마 없는 친구들을 먼저 찾았다. 원래 인간관계를 중요시 여기지도 않았고, 오로지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잘해줬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 들어보니..내가 이렇게나 누군가에 좋은 사람 이었나 싶어졌다.
"뭐야, 너 우리 말 안믿냐?"
"아니..나는 전혀 생각한적 없어서.."
"믿어 좀. 우리한테는 그런 사람이야 너"
"........"
"왜, 오글거리냐?ㅋㅋㅋ"
"아니거든!"
"아뉘거드은~, 귀여웤ㅋㅋㅋ김여주 아주 귀여워. 야 거기에다 친구들 한정 귀여움 발사 라고 적어 그것도 장점이지 안그러냐 얘들아ㅋㅋㅋㅋ"
실없는 얘기도 주고 받으면서 찾아보니 벌써 반절이 채워졌다.
저의 대해 저보다 더 잘아는듯 하나하나 말해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친구들을 보니 기분이 좀 묘해지는거 같더랒
"흐음..우리 말고도 지원군이 더 필요해 보이는군. 얘 지금 지 장점 적는건데 우리가 다 말하고 자기는 두개밖에 안적었어..으휴 이 아가씨야"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그 선생님 말대로 전남친이라도 찾아야지 뭐"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꿈 깨라.".
"꿈같은 소리하고 있네. 나는 현실로 만들건데. 야 김석진한테 빨리 전화해"
"야아!! 니들 뭐하는거야!"
"이 언니들만 믿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친구를 말릴 틈도 없이 내 두팔은 다른 친구에게 붙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전화를 걸고 있는 친구를 불안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통화음이 멈추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무슨 일인데 네가 나한테 전화를 다 하냐
"오랜마안 김석지인~"
- 애들 다 모였구나ㅋㅋㅋ아우 여기까지 술냄새 나는거 같다"
"됐고, 너 여주 장점 좀 말해봐"
- 갑자기?
"엉"
"아니 야! 뭐해!"
- ...여주도 있어?
"야야 김여주 좀 잡아봐, 김석진 빨리 말해봐"
지금 당장 석진이 저의 앞에 있는것도 아닌데 목소리를 들었다고 잔뜩 긴장해버려 온 몸이 빳빳해지는거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김석진이라니..그 애는 저에게 상처만 받고 울면서 이별을 고했었다.
내게는 너무나 과분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장점이나 말해보라고 하다니..그 애가 내 장점이나 생각하고 싶겠냐고...
스피커 폰으로 변경해두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는 나를 놓아줬지만, 지금 그래서 다짜고짜 미안하다고 끊어버는 것도 웃기는 짓이었다.
이 일을 벌인 친구를 째려봤지만 그저 어깨를 으쓱며 들어보라는 식이었다.
- 여주는..참 착하지. 남한테 위로도 잘 해주고. 보고 있으면 그냥 너무 좋아ㅋㅋㅎ
"......"
- 까칠하고 그렇게 행동하는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리기도 엄청 여리면서 다정한 사람이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란 말이야"
- 나 참, 니들이 여주냐 왜 너네가 난리들이야
"아 빨리"
- 예전에 나 힘들고 그랬던 적이 있는데 술에 취해서 울고불고 아주 난리인 나 보고 여주가 자기는 위로 하는거 잘 못하고 그런다고 내가 뭐 어떻게 해주는지 잘 모른다고 횡설수설 그랬단 말이야ㅋㅋㅎ 그때는 이상하게 그 모습마저도 위로였어. 날 위로하고 싶다고 말해주는게 고마웠지.
"......."
- 그리고 나한테 그렇게 고민하더니 하는 말이 그거였어. '석진아 내가 안아줘도 되? ' 딱 그 한마디였어. 나 그 말에 그냥 더 울었던거 같은데ㅋㅋㅋ 여주는 나 안아주고는 토닥여주고..뭐 그랬었다고.
"오. 많이도 울으셨나봐요."
- 놀리냐 너, 근데 왜 말하라는건데
"그냥 우리 여주 장점 찾기 중이었거든"
- 어휴, 니들만 해도 엄청 많이 나왔을거 같네
"말도 마. 김여주 지는 두개 썼는데 우리는 장난 아니게 쏟아져 나왔지ㅋㅋㅋ암튼 고맙다"
- 야, 여주 좀 바꿔ㅈ -
뒤이어 다급하게 들리는 석진의 목소리에도 친구는 가차없이 전화를 끊고선 날 바라보며 말했다.
"김석진 생각은 이렇다네. 뭐해, 얼른 적어야지"
"..아...."
정말...그 모든 시간이 석진이는 후회만 할거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거 사랑받아도 될지 모르겠는 나 같은거 석진이도 지워버리고 싶어한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그게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었나보다. 석진에게 저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심장이 빨리 뛰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거 같았다. 자꾸만 울컥해서 귓가가 먹먹한 것이 참 이상했다.
"아이고, 여주 울어?"
"아니..그게.."
"....하여튼, 이렇게 여리면서 맨날 어? 으휴"
"후우 흡, 아, 나느은, 아..이상하,다 "
"됐어, 괜찮아 괜찮아. 울어도 되거든"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났다.
연애 종료 n일차, 나의 장점이란 무엇일까. 어렵게 고민해 나온건 두개 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빼곡히 채워져 있을까.
나의 장점은 정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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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어서 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