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그대의 연愛인이 되어(緣,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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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도 여주와는 그저 친구 사이 정도로 지냈다. 안부 인사 정도만 하고 말았는데 그럴 때면 민규나 그 외 친구들에게 끈질기게 물어보곤 했다.
그냥 이렇게만 해도 괜찮은지..물론 민규에게 욕 한바가지 먹어야됬지만,,
"정국아, 수고 많았다."
"응, 형"
"유명한 배우들끼리 한자리에 모여서 아주 기가막히게 연기하니 보는 내가 기 빨린다."
본격 촬영 전 대본 리딩을 위해 출연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김남준 작가가 직접 캐스팅한 배우들은 역시나 연기로 이름 좀 날리고 있는 말 그대로 대배우들이었다.
정국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지만 역시나 많은 앞에서 연기하자니 긴장을 안할 수가 없었다.
1차 대본 리딩이라 아직까지는 감정 고조씬이 없지만 다음 2차 때는 또 얼마나 긴장할 지...뒤쳐지지 않고 확실히 몰입하고 연습해안되겠다 싶었다.
"근데 김작가님이 더 대박이더라,, 하나하나 짚어주시면서 설명해주는데 무슨 내가 배우인거마냥 귀기울이게 되더라ㅋㅋㅋ"
"형은 어느 부분이 좋았어?"
"뭐, 대사?..흐음, 나는 그 부분. 여주인공이 사랑이 뭔지에 대해 말하는 씬."
"........"
그래, 그 장면인듯 싶다.
사랑이 뭐냐는 말에 여자주인공이 저가 알고 느끼는 사랑을 말하는 장면.
'어렵고, 위험하고..하지만 한번 맛 본다면 불같이 뜨거워짐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알면서도 호구 같이 빠져드는게..그게 사랑 아닌가 '
맞는 말이었다. 어렵고 위험하고 하지만 불같이 뜨거운, 감히 벗어날 수 없는 사랑. 그리고 내게 여주가 그러했다.
멍하니 또 다시 여주를 생각하고 있단걸 알았는지 백미러를 통해 저를 본 메니저 형이 피식 웃으며 정신차리라는 듯 손뼉을 쳤다.
괜찮다고 웃어보이긴 했으니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 밤도 술을 절여 여주를 찾으며 청승 떨게 뻔했다.
정신차리자고 속으로 되내이고 있을 때 전화 벨이 울렸다. 주머니 속에서 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지민이었다.
"어, 형. 무슨 일이야?"
-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고 넌 대답만 해.
"뭐?"
아무 생각 없이 받은 전화인데 다짜고짜 뭔진 몰라도 대답을 요구하는 지민.
- 여주씨 장점 좀 얘기해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대답만 하라니까
"....장점.."
여주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정신차리자까지 되내었것만 타이밍도 참, 저를 따라주지 않는다. 왜 또 여주를 생각하라고 그러는건지...
이보다 더 그지같은 타이밍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잠정이라...아아 그 아이의 장점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사랑을..하게 만드는 사람이지 여주는.."
- ...또
"언제나 존중하고 배려하고 그런 착한 사람."
- ........
"근데 또 자기주장도 강하고 책임감도 강한 남을 잘 챙주기도 하지. 듬직한 사람이야"
- .........
"하나하나 다 좋은 사람인데, 무엇보다.."
- 무엇보다 뭐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사람..이야"
- .....이 정도면 충분하네, 고맙다.
"근데 이거 왜 말해야되는건데"
- 나중에 알게될거야
다급히 지민을 불러봤지만 이미 그는 전화를 끊어버린 후였다.
뭔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쳐다봤다.
"어..저기 여주씨 아니야?"
"뭐라고? 어디"
다시 전화를 따져야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여주 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가 창문을 보니 저 멀리 횡단보도를 건너 한 병원으로 향하는 여주가 보였다.
잠시만...병원?
"..여주 지금 병원쪽으로 가는거..맞아?"
"그런거 같은데? 저기가 호석씨가 있는 병원이잖아"
"아...."
어디 아픈건가..많이 심각한가..아니 왜? 어디를 어떻게? 수만가지 물음표들과 걱정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뒤늦게 저의 상태를 확인한 메니저 형이 진정하라며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걸 수도 있는거 아니냐며 말해왔지만 그 말들이 귀에 들어올리 없었다.
"형 나.."
"알았어 알았어. 진정하고 안전벨트나 똑바로 매자 정국아"
"나 다음 스케줄 없는거 맞지."
"..그래, 없어 왜."
"그럼 저기 좀 들렸다 가자"
"야 정국아. 너 여주씨 때문에 그러는거ㄹ - "
"형 제발..어? 그냥 호석이형 보러 간거라고 하면 되잖아"
"하아...."
저의 재촉에 못이긴 메니저형이 한숨을 쉬며 핸들을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아까 병원으로 가는 여주의 모습이 다시금 보였다.
"야, 야 진정하라니까"
"형 빨리 좀 어?"
"안돼. 내리는건 안된다고"
"...알았어."
"핸드폰도 내려놓고."
"안부만 물을게. 별말 안하고 그냥.."
"......."
"너무 걱정되서 그래"
메니저형이 또 다시 한숨을 쉬며 알아서 하라는듯 손을 휘저었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여주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끝내 받지 않았고 걱정을 더해져만 갔다.
진짜 심각한건가....
몇번 더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계속해서 받지 않으니 문자라도 보내려는데 그때 석진에게 연락이 왔다.
-> 여주씨 나랑 있다. 상담 중이니까 연락 그만해
<- 왜 여주가 형이랑 있어?
<- 심각한거야?
<- 많이 아파? 힘들데?
<- 우울증..그런건가? 혹시 여주 울어?
<- 아니지? 응?
-> 🙃
<- 형 제발
<- 정호석!! 야
-> 좀 닥쳐.
솟구쳐 오르는 짜증에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그냥 좀 말해주며 무슨 일 생긴데? 막 나라가 망해? 짜증나 진짜..
내가 지금 얼마나 애타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나랑 여주 사이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모른척 하기는..나빴어
"이제 출발한다."
"아, 안돼!"
"전화도 안받고 답도 없는데 그럼 뭐 어떡하게"
"안돼..아직 출발하지 마"
"됐고, 출발할게"
"싫어, 차 세워!!"
"응. 니네 집 앞에 세울게"
"혀엉!!!"
...아 진짜 마음대로 되는거 하나 없다.
타이밍도 뭐도 되는게 없네.
*
"우와, 결국 다 채워오셨네요."
"네..뭐 도움을 많이 받았죠."
"여주씨는 참 좋은 좋은 사람이네요. 이 용지에 꽉 채워진 장점들이 말해주잖아요. 여주씨가 어떤 사람인지"
"그야..그건 그냥 숙제라고 하셨으니까.."
"숙제라고는 했지만 이 많은 장점들을 다 가지고 오긴 쉽지 않죠. 그리고 여기에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사람' 이라고 적혀있는데 정말 큰 장점인걸요."
차분히 들려오는 선생님의 말들이 마음속에 부드러운 꽃잎처럼 쌓이는듯 하다.
"세상에는 못난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저도 여주씨도 사람이니 당연히 못난 점은 있죠."
"........"
"하지만 이것 봐요. 여주씨는 이 많고 많은 장점들을 다 가진 훌륭한 사람이기도 한걸요."
"........."
"그리고 주변에서 다들 말해주고 있네요. 여주씨는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아주 큰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 잎씩 쌓인 꽃잎들이 비로서 하나의 꽃으로 피듯 내 마음에 꽃내음이 가득히 퍼졌다.
못나고..또 못난 저의 모습이 죽도록 싫고 아팠었는데 그런 제 안에 핀 꽃은 생각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향긋한 꽃 향기를 가지고 있는거 같다.
"저는...몰랐어요..그냥 한없이 부족하고 못나있는데 자꾸 사랑한다고 말해주는게 이상해서..언제 그 사랑이 원망으로 돌아올지 모르고, 또 떠나갈지도 모르는데 그게 너무 무서워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생기는 감정들과 상처들..그거 너무 힘들잖아요."
"아파요...."
"네, 아프잖아요. 근데요, 여주씨."
"......."
"여주씨는 그렇게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예요.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고 웃어도 되는 사람이예요. 말했잖아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 못난 점들 그거 마저도 사랑할 사람들이 여주씨 곁에 많다는거"
"........"
"그런 감정 안느껴도 되요. 여주씨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랑스러운, 훌륭한 그런 사람이니까"
숨통을 조여오고 깊숙히 저를 짓눌러 오는 듯한 이 감정들과 기억과 상처가 사라지지 않은거란걸 안다.
하지만 내가 웃어도 되는 사람이고 행복해도..사랑해도 되는 사람이라는거 또한 알았다.
나를..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이런 나를 안아주고 있다는 것도 아주 잘 알았다.
조금은 더 홀가분해진 기분에 꽉 쥐고 있던 긴장된 손을 펴본다.
"자, 이제 마지막 숙제를 내볼게요."
"......."
"아주 간단해요. 다음 주에 만나서 시시콜콜하게 말해주면 되는 그런 쉬운 숙제죠. 여주씨"
"네.."
"이제 마음껏 사랑하세요. 사랑받고 사랑하고 그렇게 지내세요. 여주씨의 친구 또는 연인 그 누구든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봐요."*
어둠이 깔린 적만한 집안.
여느 스타들이 사는 집처럼 넓은 거실은 야경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맥주 두캔을 마시더니 멍하니 창밖을 보고만 있던 정국.
핸드폰 벨소리가 여러번 울렸음에도 정국은 미동없이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몇분 후 또 다시 벨소리가 울리고 그제서야 정국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은채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여보ㅅ"
- 정국아, 하..지금 어,디야?
"여주야.."
정국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급하게 정국을 찾는 목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여주라는걸 알 수 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정국을 잡고 놔주지 않던 사람. 하루종일 생각하고 그리워한 사람.
- 하..후, 집이야?
"아..어, 어"
숨 찬 목소리로 말해오는 여주에 당황하기도 잠시 집이라 대답해주니 또 급하게 큰 목소리가 들려온다.
- 하,하아..기다려!! 내가..내가 지금 갈게
"......."
아무 대답도 못한 채 끊겨버린 전화에 멍하니 있던 정국은 점점 심하게 쿵쿵거리며 뛰어오는 심장에 방으로 급하게 들어가 준비를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여주가 저를 찾는다. 집으로 온다고..저를 보러 찾아온다.
대충 옷을 갈아입며 준비를 했을 때 쯤 인터폰이 울렸다. 화면에 비추는 여주의 모습을 보고 바로 문열림 버튼을 누르니, 금새 화면 안에 여주의 모습이 사라졌다.
여주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걸 확인하자마자 기다릴새 없이 정국은 현관문을 열고 엘레베이터로 달려갔다.
점점 숫자가 올라가고 저의 집 층수에 다가올 수록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그리고 곧 저의 집 층에 다다른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여주의 모습이 보였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서로에 일순 멈칫한것도 잠시 여주가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정국의 앞에 섰다.
긴장되어 뒷목이 빳빳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두 손을 꽉 쥔 여주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정국을 바라봤다.
"정국아...나는, 나는 있잖아..너가 싫었던 적 한번도 없어. 너랑 함께한 그 모든 순간들도 다 좋았어."
"........."
"내가 무서워서..그러니,까..흐 내가아, ..흐끕"
"...알았어 여주야, 일단 들어가자. 왜 울어..마음 아프게"
"아니이.."
감정이 북받쳐올라 두 눈가가 붉어지며 울음을 터트리는 여주를 본 정국이 놀라 품에 안아 달래본다.
갑가지 저를 찾아와서는 무슨 고백을 하려는듯 굴다가 아이처럼 눈물을 터트리고..아아, 저가 한번도 본 적 없는 여주의 모습에 정국은 오히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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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소파에 앉혀주니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려는건지 혼자 심호흡을 하면서 오르는 감정을 진정시키는듯 했다.
"이제 좀 진정된거 같아?"
"으응...미안.."
"아니야, 괜찮아. 근데 여주야..하려던 얘기가 뭐야..?"
"....정국아 내가 아까 했던 말들은 다 진심이야"
"응...."
"나는 내가 너무 싫었어..내 자신이 한없이 못나 보이고 겁도 많고..근데 자꾸 남한테 상처를 주고 있으니까 내가 너무 미웠어.."
"........"
"그리고 너한테도 상처를 줄거고 사랑한다고 말했던 모든 시간들이 다 무서워질거라고..난 또 바보같이 겁먹어서 널 밀어낸거야"
"........"
"정국아..난 아주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겪으며 커왔어. 그래서 내 자신을 사랑할 줄도 똑바로 마주할 줄도 몰라. 근데 널 만나고..최근에 상담도 받아보면서..조금은 바뀐거 같아.."
"호석이형..말하는거지?"
"응.."
"난 여전히 겁도 많고 모든게 무서워서 잘숨는 사람이야. 밀어내는 버릇도 사라지지 않겠지..근데 그래도 내 자신이 싫지는 않은거 같아."
"........"
"너도..친구들도 그 외에 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고 사랑해준다는데 그게 너무 좋아서..나도..나도 사랑하고 싶게 해"
불을 키지 않아 여전히 어두운 거실에 단 둘이 소파에 앉아있다. 창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야경으로 들어오는 작은 빛을 의지한채 서로를 바라본다.
떨리는 여주의 목소리가 한글자씩 정국에게 닿았다.
그리고 그렇게 닿을 수록 정국의 눈시울 붉어지며 심장이 아까 전보다도 더 크고 빠르게 뛰었다.
"정국아..혹시 너 여자친구 있어..?"
"...아니.."
"그럼 나,..있잖아 내가 너 사랑해도 될까"

"......"
"나..정말 사랑해줄 자신 있어..너의 애인이 되고 싶어"
대답이 없는 정국에 여주가 마른 입안을 적시며 긴장하고 있는데 정국이 갑자기 여주를 저의 품으로 꽉 안았다.
"푸흐 - 당연히 좋지..너무 좋아"
"......."
"내가 더 사랑할게. 너가 변하든 않든 그런건 상관없어. 난 그냥 너를 사랑하는거야. 네 모든걸"
"아..아, 정국아 사랑해"
"나도 사랑해 여주야"
철컥 -
구당탕 -
침실 문이 열리며 뒤이어 구당탕 - 소리가 울렸다.
서로에게 정신이 팔려 입을 맞추며 급하게 방문을 열었는데 그만 앞에 놓여져있던 장신구가 정국의 팔과 부딪히며 떨어졌다.
"..이거 어떡하지..망가진거 같은데"
"됐어, 신경쓰지마 여주야"
걱정하는 여주의 두뺨을 아프지 않고 쥐고선 저를 보게 한 정국이 괜찮다며 다시 여주의 입술을 머금는다.
사랑은 어렵고 또 위험하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그토록 사랑을 바라는걸까
그럼에도 그토록 사랑을 바라는건 뜨겁게 오르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 없이 빛나고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를 보며 울고 웃고 모든 것들 나누며 사랑하는것이 아름다워서. 벅차오른듯한 감정이 숨을 쉬게 해서
사람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감정과 이야기로 사랑을 하고 저들로 그 아름다움을 비추나 보다.
"사랑해. 내 세상을 다 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어. 그만큼 사랑스러워서 더 사랑해."
"뭐야 그게..오글거려"
"왜, 난 좋은데 그만큼 널 사랑한단 말이야"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다 서로의 전부가 되어가나보다.
아픔과 어려움, 후회가 따라도 내 전부인 사랑이 되어가는구나
더없이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사랑스러운 나의 사람아. 내 전부인 나의 사랑아.
그대의 연愛인이 되어(緣,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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