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마치고 나온 로하와 은우.
은우 "나랑 같이 안 할 것처럼 그러더니 갑자기 맘을 바꾼 이유가 뭐야?"
로하 "오해하지마. 그냥 일하려는거니까. 니가 생각하는거 이상으로 나한테 이 일이 중요하거든. 고작 너때문에 이 일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거야."
은우 "고작? 너한테 내가 고작일리 없을건데."
로하 "나한테 다시는 없을 기회 앞에 너는 고작이 맞아. 그리고 니가 나에 대해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
은우 "내가 너에 대해 왜 몰라? 우리가 친구한지가 몇년인데."

로하 "친구? (손을 내밀며) 그래 친구하자."
은우 (로하의 손을 바라보며) "니가 손을 내미는건 가라거나 꺼지라거나 주로 밀어내는거던데 친구하자며 밀어내는건 무슨 모순이야"
로하 "일만 하자는거야. 그러려면 선이 필요하니까. 어쩌면 하는 헷갈림도 혹시나 하는 기대도 친구라는 선이 걸러주니까. 그러니까 이제 정말 친구하자."
은우 "그딴 조건 붙는 친구라면 안 해!"
화가난 듯 뒤돌아서 가던 은우. 로하가 우산이 없다는게 생각난듯 다시 발길을 돌린다. 로하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서준의 차가 로하 앞에 선다. 차에서 내린 서준이 우산을 씌워주며 조수석의 문을 열어준다.
서준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로하씨 타요. 우선없이 가기에 비가 너무 많이 내리네요."
로하 (살며시 미소지으며) "그럼 오늘만 대표님한테 신세 좀 질께요."
멍하니 바라보는 은우의 옆으로 서준의 차가 스치고 지나간다.
은우 (독백) "아로하 나한테만 까칠하지."

로하의 공방 앞. 로하의 뒤를 따라 서준이 내린다.
로하 (살며시 미소지으며) "감사합니다. 대표님 덕분에 무사히 도착했네요."
서준 "감사하면 밥 한 번 사시죠. 다음주 토요일 어때요? 그날 누누 작가님이랑 미팅 끝나고 데이트하죠 우리."
로하 "뭐 별다른 약속은 없어요."
서준 "나 지금 로하씨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겁니다."
로하 (살짝 당황하며) "깜빡이도 없이 직진을 하시네요."
서준 (살며시 미소 지으며) "그럼 다음주 토요일 오케이한겁니다. 들어가요. 전화할께요."
로하 "네. 대표님도 운전 조심하세요."
토요일 오후 서준의 방.
서준 "사진 작가님 생각은 어때?"
은우 "그러자. 장소는 전에 말했던 8개 동네와 서울 근교 폐 철길, 폐 놀이공원을 촬영할 계획이야."
로하 "그럼 전 사진을 보고 느낌 잡아서 글을 쓰면 되겠네요."
은우 "사진이 아니라 직접 다녀야죠 같이."
로하 (어이없다는듯) "내가 너랑 왜?"
은우 "사적인 자리 아닌데 반말은 좀 그렇죠 작가님?"
로하 "같이 다닐 이유 없어요. 글을..."
은우 "감성을 전면에 내세울 사진집인데 책상에서 나온 글이랑 직접 가고보고 느끼고 쓴 글이 같겠습니까?"
로하 "저도 책상에만 앉아서 글을 쓸 생각없습니다. 따로 갈생각입니다."
은우 "그건 곤란하죠. 같은 장소라도 시간마다 계절마다 보는 사람 마음마다 다 다르게 느껴질텐데... 사진따로 글 따로? 그럼 이 사진집의 진정성이 있겠습니까? 사적인 마음 섞지말고 일은 제대로."
로하 "사적인 자리 아닌데 저에 대한 사적 판단 자제하시죠. 글을 저에게 맡긴 이상 글은 제 영역입니다. 사진작가님의 감성 생각 강요 당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따로 다닌 다는 거예요."
서준 "오늘 미팅은 여기서 끝내죠. 그건 두 분이 합의하에 진행하는걸로 마무리하시고."
로하 (은우를 바라보며) "저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서준 (로하를 바라보며)"오늘 데이트 잊지 않으셨죠?"
로하 (은우의 눈치를 보는 듯) "아... 네."
서준 (은우에게) "다음에 보자. 로하씨랑 데이트하기로 약속했었거든."
다정스럽게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다. 편의점 앞. 로하는 은우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한다.
은우 "데이트는 잘했냐?"
로하 (의자에 앉으며) "어. 아주 잘했지."
은우 (못마땅한듯) "왜 보자고 했어?"
로하 "할 말이 있어서."
은우 "그 전에 내 말 먼저. 너 그 자식이랑 무슨 사이야?"
로하 "그 자식?"
은우 "한서준. SJ 출판 대표. 그 자식이랑 연애하냐?"
로하 (어이없는듯) "뭔 소리야. 그딴건 왜 물어?"
은우 "대답해. 나한테 지금 제일 중요한 일이니까."
로하 "무슨 뜻이야?"
은우 "나는 누군가의 사랑 놀음에 내 사진을 끼어 넣을 생각이 없거든."
로하 "아무사이 아니니까 안심하고 일해도 돼."
은우 "오케이. 할 말이 뭐야?"
로하 "촬영. 꼭 같이 다녀야 할 이유가 있나?"
은우 "내가 찍은 사진에는 내 감정만 있을거야. 니가 쓴 글에는 니 감정만 있을거고. 그걸 맞추자는 거야. 우리 캘리그라피 사진집이니까."
로하 "그래 그럼 인접한 동네 두 개씩 묶어서 일주일에 하루 같이 다니자. 월수금은 수강생들 수업이고 화요일 오후는 방과 후. 나머지는 시간은 다 괜찮아."
은우 "바쁘게도 사네. 토요일 1시. 홍대역 3번 출구에서 봐."
로하 "그래 그날 봐."
은우 "너 오늘따라 왜 그렇게 순순해? 불과 며칠 전까지만해도 다신 보지말자며? 도망 다니기 바빴잖아."
로하 "말했잖아. 친구하자고."
은우 "그때도 친구였거든."
로하 "그땐 일방이였고 지금은 쌍방이니까."
은우 "야 너는 매번 뭐가 그렇게 어려운건데."
로하 "너는 매번 뭐가 그렇게 쉬운데... 일 얘기 끝났으면..."
은우 "갈거야. 갈거라고~ 니가 그렇게 떠밀지 않아도 갈 때 되면 갈거라고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