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씁쓸한

12_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어깨에 피가 흥건하지만 민규는 원우를 놓지 않았다. 지금이 딱이었다. 원우를 기절시킨 민규는 곧바로 차로 이동했다. 뒷좌석에 원우를 눕혀두고는 피를 대충 닦아내고 지혈을 끝냈다. 그리고는 늦지 않게 정한에게 합류했다. 하지만 둘의 싸움도 이미 끝이 보이는 상태였다.

승철, 정한 둘 다 이 싸움은 결국 체력 싸움이 될 걸 알았기 때문에 승철은 단숨에 정한을 잡는 방법을 택했고 정한 역시 승철을 단번에 처리할 생각을 했다. 끝내 정한은 총을 들었다. 당황한 승철이 뒤늦게 피해보려했지만 이미 제 다리에 총알이 박혀버렸다.





"너무 긴 싸움이었지 승철아."

"하. 총은 반칙 아닌가?"

"어차피 목숨을 건 거래잖아."





민규가 정한에게 다가왔다. 원우는 무사히 잡았으니 복귀하자고. 정한은 생각했다. 이대로 승철을 두고 가도 되는 걸까 정한은 내려둔 손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는 민규에게 귀 막아, 김민규. 라고 말했고 민규는 귀를 막은 채 정한에게서 멀어졌다. 정한은 승철을 바라보았다. 승철도 더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나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드리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쏴."

"재밌었다고 하기엔 거짓이 다분하겠지."

"적당히 하고 빨리 끝내. 네가 쐈던 첫 발 때문에 죽을 것 같거든."

"여기서 안 죽이면 다음은 나일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할게. 쉬어 승철아."








탕!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승철이 죽은 것을 본 승철 쪽 조직원들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들의 앞에 정한이 서서는 이제는 잡아야 될 줄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웃고는 차에 올랐다. 민규는 제가 타고 왔던 차에 올랐다. 여전히 기절한 채로 움직이지 않는 원우를 한 번 보고는 시동을 걸었다.

이제서야 종착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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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직으로 돌아온 정한과 민규. 원우는 그때 부상을 입고 안정을 취했던 방에 누워있었고 민규는 원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한이 이제 좀 쉬는 게 좋지 않겠냐며 물었지만 민규는 이 정도는 괜찮다며 원우 곁을 지켰다.

민규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민규의 부상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서툴게 잡은 칼 덕분에 항상 깔끔한 흉터를 남기던 원우가 민규의 어깨에는 깔끔하게 내지 못했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정한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 정한의 마음이 원우에게 통한 건지 아니면 민규의 간절함이 통한 건지 원우가 눈을 떴다. 제 시선에는 조금 낯선 곳이었다. 매번 부상을 입고 돌아오던 곳이 아니었다. 아 여기는 정한 쪽이구나 생각이 들자 다 끝난 건가 싶어 시선을 옆으로 돌리는데 정한과 민규와 마주친다.





"형 괜찮아?"

"덕분에 괜찮아."

"다행이다. 형 이제 다 괜찮아."

"진짜 다 끝난 건가..."





매번 긴장에 사로잡힌 원우의 눈이 점점 풀렸다. 그리고는 다시 잠에 빠지는 원우. 민규가 당황하며 원우를 깨우려는데 정한이 민규를 막아섰다. 걱정 말라고 긴장이 풀려서 잠에 든 거니까 오랜만에 푹 자게 두자고. 민규는 그래도 걱정 되니까 여기 있으면 안 되겠냐고 하자 정한은 민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파서 움찔거리는 민규를 보면서 이런데도 여기 있겠냐고 자신이 지키겠으니 좀 쉬라며 민규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민규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와서는 원우를 몇 번 쳐다보고는 방에서 나갔다. 이제 정말 푹 쉴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그렇게 불안함에 잠도 편하게 잘 수 없었던 사람이 편안함에 잠들었다.

정한은 원우를 지켜보았다. 과거에 같은 길을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달랐다. 어쩌다 이만큼이나 어긋났을까. 그 줄을 본인이 잡고 싶어서 잡은 것도 아닐텐데 정한은 원우가 안쓰러웠다. 아주 오래 전 같은 조직원으로 원우를 도왔다면 이 정도로 어긋나지는 않았을 텐데 미안함에 정한은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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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승철이 부상을 입고 쉬어야 할 때가 왔으면 원우의 파트너는 정한 아니면 민규였다. 처음 정한과 파트너가 되어 일을 하러 갔을 때도 원우는 승철과 함께 있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특유의 무미건조한 표정이었다. 정한도 원우를 따라다니는 소문 때문에 줄곧 원우를 오해했었다. 어차피 그쪽 일은 이 녀석이 다 하겠지 하면서 그를 따라나섰을 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매번 피에 흥건해져 오는 이유를 알았다. 잭 나이프로 저렇게 매번 난도질을 해대니까 옷이 다 피에 젖지. 그때 정한은 원우의 표정을 보고 흠칫 놀라는 듯 보였다. 아까 그 무미건조한 표정은 어디가고 표정 하나 관리 못하고 곧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것이었다. 정한은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찌르는 쪽은 저쪽인데 어째서 저런 표정으로 사람을 몇 번이고 찌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일까. 정한은 원우를 말렸다. 원우는 숨을 몰아쉬며 뒤늦게 표정을 관리했다.

돌아가는 길에 정한이 원우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원우는 정한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당연하지 뭐 친하다고 저한테 대답을 하겠는가. 정한은 역시나 하며 차에 오르려는데 머뭇거리던 원우가 정한에게 답했다. 대답을 들은 정한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되는지 몰랐다.






"무서우니까요."

"무서워?"

"죽을 때 그 눈이 무서워서요."






그러면 왜 사람을 죽이는가. 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했다. 이유야 결국 조직에 머무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지. 정한은 차에 올랐다. 원우도 함께 올라탔다.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걸고 원우에게 정한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원우는 정한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답했다.





"안 힘들어?"

"모르겠어요. 매번 하는 일이라서."

"표정은 울상이던데."

"제가요?"

"응. 곧 죽을 것 같은 사람 얼굴이던데."




원우는 전혀 모르는 눈치었다. 보아하니 제 표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정한은 나중에 거울 보며 표정 연습이라도 하라고 모두가 너 감정없는 사람인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우는 틀린 말도 아닌데 라며 시선을 창가로 돌렸다. 정한은 그때 깨달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원우에게는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그 뒤로 정한은 입을 꾹 다물었다. 굳이 감정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감정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뒤로부터는 원우와 파트너가 되는 일이 있어도 질문은 하지 않았다. 원우가 계속 저만의 늪에서 발버둥치고 있었음에도 정한은 눈치채지 못했다. 한 번 더 말을 걸었더라면 원우를 구해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섭다고 말했던 원우의 말에 안도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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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흐르고 언제 잠들었는지 몰랐던 원우가 흠칫 놀라며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는 정한이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이토록 평화로운 공간이 존재하다니 분명 저밖은 정신 없이 흘러가고 있을 텐데 여기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다.

원우는 제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정한에게 덮어준 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할 일을 끝낸 민규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은근히 놀란 원우와는 다르게 대놓고 놀란 민규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웃음을 참지 못한 원우가 키득하고 웃자 민규는 무안해졌고 이 소란스러움에 정한도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한 정한이 민규에게 푹 쉬었냐고 물으니 할 일은 다 하고 쉬었으니 걱정 말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일 좀 할테니까 원우 좀 보라는 정한은 원우에게 더 쉬란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일어난 민규는 다시 원우를 침대에 눕히려고 했다. 당연히 민규의 힘에 밀려서는 침대로 향하던 원우였지만 내심 밖을 돌아다니고 싶었다.





"민규야 나 나가고 싶은데."

"이 몸으로 지금 어딜 나간다는 거야! 절대 안 돼."

"그치만 어떻게 얻은 자유인데."

"앞으로 나갈 일이 더 많아."





원우가 대놓고 아쉬워했다. 민규도 위험한 곳 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나올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대놓고 아쉬워하는 원우의 모습에 민규가 헛기침을 하면서 그럼 여기 앞까지만 나갔다오자. 라고 말했고 원우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나갈 준비를 마쳤다.





민규를 따라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는데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제가 잘못이라도 한 건지 하나둘씩 원우에게 시선을 옮기니 원우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런 민규가 제가 쓰던 모자를 벗어서는 원우에게 씌웠다. 그리고는 원우에게 신경 쓰지 말고 고개 숙이고 있어. 라고 속삭였다. 그리고는 원우를 보는 다른 조직원들에게 눈치를 줬다.

민규의 눈치를 받은 조직원들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더 나아질 것 같지 읺은 분위기에 민규는 잠깐 정한의 방으로 우회하기로 했다. 이대로 원우를 데려갔다간 더 이상한 소문이 돌 것 같기도 했고 정한에게도 난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몇 걸음 걸어 도착한 정한의 방 앞에서 민규가 원우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원우가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했음에도 신경 안 쓸 민규가 아니었지. 민규는 더 꾸물대지 않고 노크했다. 문이 끽 열리며 정한이 둘을 반겼다. 정한은 아직 일도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원우 형이 나가고 싶다는데. 내가 데려가기엔 위험 요소가 상당해서."





정한은 곰곰히 생각했다. 대충 제 애인이라고 칭해지던 원우가 민규랑 바람났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걸 역이용하는 것이 어떨까. 정한은 이참에 둘이 손 잡고 여길 떠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어차피 원우가 여길 나가야 된다면 정한과 이별했다는 소문이 퍼질 텐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도망치는 듯이 여길 떠나라고.

원우는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도 도와준 정한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었지만. 정한은 조직이 더 이상해지기 전에 빨리 떠나주는 게 좋다며 다른 건 필요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민규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가끔 연락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민규는 원우의 손을 잡았다.





"가자 원우 형. 그렇게 바라던 자유를 찾으러."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