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은 끝까지 모를 소리만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한편 그 시각 김석진은
아미와 태형이 밀착연애(?)를
하는 것을 보고 심란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아니 김태형, 저 새끼는 평소에 여자한테는
관심이 쥐뿔만큼도 없다가 왜 저런데?
김석진은 평소에 김태형이 바보처럼 웃고 다녀서
그렇지, 눈치가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김태형이 아무리 눈치가 빠른 것하고,
여자한테 관심이 있는 것하고는 별개의 일이다.
김석진은 둘이 사귀는 것
같지는 않다고 결론을 내렸을때,
뒤에 있던 여자애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꽂혔다.
"우아 태형이 개달달해♡ 쏘 스윗!!"
"인죵 인죵!! 근데 태형이 옆에 저 여자애는 누구?
여친인가?"
정말로?
문득 김석진은 의문이 생겼다.
그러는 나는?
아니 내가 언제부터 여자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그것도 처음보는 여자애에게?
나 김석진이 먼저?
김석진은 약간의 평가를 수정했다.
내가 저 애에게 관심이 있었던 건
순전히 별종이라서 그런 것 뿐이야.
솔직히 내 얼굴을 보고도
저 애처럼 반응한 건 드문 케이스잖아?
다들 얼굴이 빨개지던지,
황급히 도망치던지,
편지와 초콜릿을 주던지.
여태껏 겪은 여자애들은
이 세 가지 패턴이 전부였다.
김석진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별거 없어.
평소처럼 행동하는거야. 평소처럼.
김석진이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들었을때,
이미 그 아이는 사라진 후였다.
나는 오리걸음을 다 끝내고
김태형과 교실로 향했다.
아구 다리야.. 오랜만에 했더니 다리가 쑤신다.
그나저나 저 새낀 7바퀴나 걸었는데
힘들어하는 기색이 전혀 없네..
역시 괴물이야. 조심해야 해..
"야! 김태형!"
복도를 지나며 김태형에게 말을 걸었다.
"응?"
"살 떨리지 않냐?
우으.. 나 반배정 친한 애들하고 다 떨어졌다구"
김태형이 피식 웃었다.
"내 친구들하고 놀래?
겉이 쎄보여서 그렇지 속은 여리고 착해.
아마..?"
제안은 고마운데 뒤에 붙은 단어의 어감이 이상했다.
분명 '아마'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았는데 착각이겠지?
"음.. 난 괜찮아!! 착한 애들이 한둘쯤은 있겠지, 뭐."
흙흙. 정작 내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었다.
전에 소개한 것처럼, 나는 전교부회장이다.
나는 카메라 앞에서 연설을 했는데,
전교부회장이 되기 위해
정말 쪽팔리는 짓을 해버렸다.
나의 연설문의 한 줄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여러분!! 저 김아미는 여러분을 위해
봉사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 열정을 증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냉수마찰을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준비해둔 텀블러의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담겨있는 물을 머리에 부었다.
그놈의 전교부회장이 뭐라고
두고두고 후회할 짓을 해버린 거지?
우리 방탄중은 다른 학교와는 달리,
1학년 2학기에 전교 부회장 선거를 하고,
2학년 1학기부터 부회장으로서 활동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내 연설이 끝난 후,
처음보는 남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어? 냉수마찰녀다!"
너무 쪽팔렸다.
부회장에 당선되지 못하면 접시에 코 박고
죽어버릴 예정이었는데
부회장에 당선되니 저질러 놓은 짓이
쪽팔릴 줄이야.
하아...
그 후로부터 친한 친구들도
나를 냉.마.부.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 냉수마찰 부회장님!!"
"냉마부!!"
나같은 소시민한테 이런건 너무 부담스럽다.
앜! 개쪽!!
크흡..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내 발은 부지런히 걸어,
교실 문 앞에 다다라 있었다.
